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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영어학습법
김방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5월
평점 :
『 유레카 영어학습법 』은 저자 김방이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영어 문장 구조를 설명하고,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점을 분석해 영어 문법과 어법, 전문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영어 학습 교재다.



저자는 『 유레카 영어학습법 』이 한국의 영어 교육에 획기적인 대전환을 가져올 영어 학습의 바이블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동안 영어 공부 때문에 힘들어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의 영어 학습법 이론은 영어 문법 학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Northern Arizona University의 Douglas Biber 석좌 교수도 찬사했다고 덧붙였다.
저자가 개발한 유레카 영어학습법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한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한국어와 영어의 문장 구조를 비교, 분석한 문법과 어법을 배울 수 있게 접근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영어 문장 구조의 핵심인 동사의 구조와 사용법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 책에는 동사의 구조와 사용법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영어에만 있는 독특한 문법과 어법의 개념을 정립할 수 있도록 했다.
책에 수록한 영어 예문은 다양한 고전 문학 작품들과 사서오경에서 발췌한 문장과 저자의 에세이를 인용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사고 체계에 따라 필자만의 방식으로 번역했다.
언어는 단순히 언어 이상의 것으로 그 언어권의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 방식을 반영한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사고 체계로 번역된 예문으로 학습하면 영어를 더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말할 수 있어 영어로 의사 소통하는 데 자신감을 가지는 효과가 있다.
영어 학습의 시각적 효과를 위해 600여 개의 삽화를 사용했다. 실로 엄청난 노력이다.
상황에 맞는 다양한 그림은 영어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간단한 예로 'cat'이라는 단어를 보고 그림을 보면, cat이 어떤 동물인지 기억하기 쉽고, 'The cat is on the mat.'이라는 문장을 보고 그림을 보면, 고양이가 매트에 앉아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원리다.
이 책은 기존의 영어책과는 달리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설명하여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고전 문학과 사서오경에서 발췌한 다양한 예문을 활용해 독해력뿐만 아니라 사고력까지 키울 수 있다는 저자의 의도가 무척 흥미롭다.
저자가 한국의 영어 교육에 획기적인 대 전환을 가져올 만한 영어 학습의 바이블이라고 자부하는 『 유레카 영어학습법 』은 영어 문법과 어법, 전문 용어를 쉽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여러개의 단점을 발견했다.
그중에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 학습 교재들과 다르게 매우 독특한 구성이다. 영어 교재라기보다는 한 편의 방대한 논문과도 같다. 학습자를 위한 교재라기보다는 저자의 연구 업적이 더 드러난다.
두 번째 단점은 1200쪽, 600장에 달하는 책의 분량이다. 필자가 이 책을 택배로 받을 당시, 포장지 안에 책이 들었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정도다. 백팩에 넣으면 가득 찰 만큼 들고 다니겠다는 엄두조차 못 낼 정도의 크기와 무게다. 무겁고 텍스트가 많기로 소문난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다행히도 책을 구매할 때 분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있지만, 이 옵션을 놓치고 구매하면 낭패를 당하고 말 것이다.
세 번째 단점은 과도한 인용문의 사용이다. 길이는 물론 양이 많아 영어를 배우고 있는 것인지, 고전 문학을 읽고 있는 것인지 헛갈릴 정도다. 문리대를 졸업한 저자의 경력 때문인지 인용문마다 긴 작품 해석도 첨부되어 있다. 그 이유를 들어 보자.
"동서양의 (수많은) 고전(classic)에서 발췌(拔萃) 한 영어예문과 이러한 영어예문과 연관된 사서오경(四書五經)에서 단장취의(斷章取義) 한 독자들의 일상 삶에 교훈을 주기 위한 (필자의) 에세이 등을 수록해 (독자들의) 영어실력 향상, 교양과 상식의 증진, 그리고 사고(思考)의 능력까지 높여 주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책의 내용을 구성했다."
(이 책의 서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일석삼조라니! 독자에게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 저자의 깊은 뜻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무분별하게 사용한 한자는 저자의 권위를 드러내지 못한다. 문장 사이사이 단어마다 사용한 괄호 기호는 어떤가. 가독성이 떨어지는 장문과 철 지난 형태의 문체도 매우 아쉽다.
영어 교재는 영어 학습에 집중해야 한다. 교양과 상식을 증진하고 사고의 능력을 높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고, 관련 분야에서 훨씬 뛰어난 도서들이 많다. 영어 학습법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헌신은 높이 평가하지만, 독자를 위한 배려는 정 반대로 매우 부족하다. 아무리 내용이 좋다 한들 고객에게 외면받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혹시라도 개정판을 계획한다면, 저자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독자의 니즈와 트렌드도 존중 받아야 한다.
영어 비전공자인 필자가 15년에 가까운 저자의 연구 결과의 산물인 이 책을 혹평 한 점에 대해 양해를 바란다. 다음 저서에서는 우리나라 영어 교육에 대한 저자의 열정이 더 잘 드러나 영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