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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평점 :
저명한 자연 작가이자 전미도서상 수상자인 배리 로페즈의 에세이집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가 출간되었습니다. 반세기 동안 80개국을 여행하며 에세이와 단편 소설을 집필한 배리 로페즈는 인도주의와 환경, 영적 감성을 지닌 풍경과 문학을 추구했습니다.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1989년부터 2020년 크리스마스에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숲, 평원, 사막을 다니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배리 로페즈 사후에 출간된 이 마지막 에세이집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알고 사랑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인생 목표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이 컬렉션에는 생전에 출판되지 않은 글들도 수록되어 있고 그의 생각과 관찰, 그리고 현대를 사려 깊게 관찰한 로페즈의 행동력과 마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의 마지막 선물. 2020년 12월 그가 사망했을 당시 그의 생애에 찬사를 보내는 부고 기사는 그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에 견주며 그의 글을 '랜드마크'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로페즈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모험가가 아닌 사려 깊은 경청자이자 연구자였습니다. 우리는 그의 에세이를 통해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곳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작가로서 세계 거의 80개국을 여행하며 연구를 해왔습니다. 1986년 논픽션 대작 《북극의 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 발표한 소설 《호라이즌》은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이런 영예에도 불구하고 로페즈는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비평적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부고 기사는 그의 자연에 관한 글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가 집필한 11권의 소설은 물론 에세이의 예술성을 놓치고 있습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집인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그의 글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예술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지 독자들에게 상기시켜 줄 것입니다.
26편의 에세이에는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자연과 인간사에 대한 경이로움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이야기부터 동물과 해양 생물 연구의 탐험 보고서, 남극과 여러 특별한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회상, 그리고 자신을 찾는 명상 등 다양한 주제의 글에서 일상은 물론 정치적인 관점까지 엿볼 수 있습니다.
로페즈는 의심할 여지 없이 자연에 대한 글을 썼지만 자연을 통해 글을 썼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그가 오랜 세월 동안 어디를 여행했는지를 이야기하는 「대화」편의 '육천 가지 가르침'에는 세계 문화의 다양성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다양성은 생명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대화」편 '육천 가지 가르침' 중에서
그는 여기에서 "그렇게 많은 것을 본 사람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한 장소가 다른 장소와 몹시 닮아 있다는 역설적인 믿음에 굴복해 당신이 있는 곳을 안다고 가정해버릴 수도 있다."라고 언급하며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모든 장소는 유일무이하며 다른 어디에서도 되풀이되지 않는다. 놓치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122p)라고 했습니다.
그는 여행을 다닌 세월 동안 다양성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진화해 왔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때는 다양성이 생명의 특징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다양성은 생명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122p)
다양성은 생명체의 적응과 생존에 기여하며 생태계의 안정성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다양성은 협력과 혁신을 촉진하고 진보와 발전을 이루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회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조화롭게 공존해 나갑니다. 문화적 다양성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관점을 만들어내며, 협력과 혁신을 도모하며며 사회적 공정성과 평등을 실현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와 관점을 공유하면 문제를 다각적으로 접근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인재들의 참여는 조직이나 사회의 진보와 발전을 이루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사회적 다양성은 공정성과 포용성을 증진시키고 개인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다양성은 생명을 위한 필요조건이다"라는 로페즈의 깨달음처럼 다양성은 단지 생명을 위한 필요한 조건만이 아닌 삶의 특징이자 가치 있는 요소로서 인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화」편의 '서부에서' 1부 '대학살'편에서 로페즈는 피터 아이젠만이 설계한 '유럽 유대인 학살 추모관'이 홀로코스트에 기여하는 것처럼 미국 미술계가 왜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을 추모하지 않는지 묻습니다.
미국 미술계가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을 대하는 태도를 비판한 「대화」편의 '서부에서'
이어서 원주민 예술, 원주민 문명에 대한 묘사,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재 자신에게 내재된 과거에 대한 불신과 서구 전통에 대한 개인적인 의혹에 대해 상당히 긴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휴스턴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근대 서부: 미국의 풍경, 1890~1950년'이라는 전시회를 언급하며 이 전시회의 결정적인 이미지들 덕분에 명확해진 인식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근대 서부>의 예술가들은 서부 공간에 영적 차원이 있음을 인식했고, 작품을 통ㅎ래 이것의 부인이 초래할 위험성을 우리에게 환기하고 있다. 장소에서 자리를 없애고 자리에서 영혼을 없애면, 이윤 추구의 파괴행위가 날아들 것이다." (167p)
예술가들의 작품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지역과 자연에 대한 존중과 보호의 필요성을 상기시킵니다. 저자는 서부 지역의 아름다움과 순수성을 통해 산업화와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와 영적 가치의 상실을 비판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인식을 통해 장소의 중요성과 자연과의 조화에 더불어 이윤 추구와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속 에세이들은 저자의 관심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와 함께 예술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턱」편의 '두 번 다시는!'은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떠난 저자의 여정을 일기 형식으로 쓴 글입니다. 이런 형식은 에세이를 보도가 아닌 개인적인 성찰로 자리매김해 줍니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떠난 저자의 여정을 일기 형식으로 쓴 「문턱」편의 '두 번 다시는!'
'힘의 열네 가지 양상'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맘바 뱀의 독의 힘부터 여러 유형의 인간 권위의 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권력을 보여주는 열네 개의 짧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각 섹션을 서로 대비시켰지만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권력을 보여주는 열네 개의 짧은 이야기 '힘의 열네 가지 양상'
「하늘」편의 '무섭도록 풍부한 물'과 '하늘 반 조각'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낸 소년 시절과 토론토와 콜로라도에서 기소를 피한 연쇄 아동 강x범인 '알코올 중독 클리닉을 운영하던 노인'에게 당한 성x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로페즈가 작가로서 개인적인 면모를 얼마나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첫 번째 에세이 '무섭도록 풍부한 물'은 1911년부터 1950년 사이에 이해 불가할 정도인 2만 퍼센트의 인구가 증가한 샌퍼난도밸리의 물의 역사에 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물은 로페즈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은유입니다. 수영장, LA 강 등은 끔찍한 학대의 오염으로 오염된 생명을 주는 물질입니다.
관대함과 솔직함이 드러나는 도전적인 에세이 「하늘」편의 '무섭도록 풍부한 물'
이 에세이는 2002년에 LA 위클리에 게재되었고, 두 번째 에세이인 '하늘 반 조각'은 자신이 받은 성적 학대에 대한 솔직하고 직접적인 내용입니다. 마치 로페즈가 두 번째 에세이를 쓰기 위해 첫 번째 에세이를 써야 했던 것처럼 1989년에 시작된 학대가 평생 동안 자신에게 미친 다양한 심리적 영향을 잘 묘사했습니다.
'무섭도록 풍부한 물'과 '하늘 반 조각'은 관대함과 솔직함이 드러나는 도전적인 에세이입니다. 저는 이 두 편의 에세이를 저자 자신을 향한 글이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씨름하는 사람들이 가져야만 하는 솔직함이 드러나는 글입니다.
어린 시절 5년 동안 성x행과 성추x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이야기 '하늘 반 조각'
어린 시절 5년 동안 성x행과 성추x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그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저의 마음을 아프고 화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로페즈는 누군가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어려울 끔찍한 경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용서와 희망을 전달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어린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학대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욱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26편의 에세이는 영감을 주는 만큼이나 인상적인 도덕적 명료함이 있습니다.
그는 성공이 아니라 증언을, 의미가 아니라 경험을 옹호했습니다. 특정 문화나 지역을 이해하려면 '책상머리 공부'에 집중하기 보다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교류하고, 관찰하면서 그들 사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실제 땅, 실제 장소가 아는 것의 일부가 될 때 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더 분명해지고 덜 혼란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전에 쓰인 에세이인 「하늘」편의 '냉철하게 바라본 우리 연약한 행성'에서 "각자가 어떤 결함을 지녔든, 결국 우리 다수는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선하거나 독창적이거나 어떤 식으로든 소박한 기여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각자의 시간으로 뭔가 당당하고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기억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습니다. (303p)
우리의 선한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선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한 냉철하게 바라본 우리 연약한 행성'
우리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선한 변화를 가져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각자가 가진 재능과 역량을 잘 활용한다면 의미 있는 일에 헌신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지속 가능한 사회와 세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배리 로페즈는 이 지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의미 있게 살 수 있을 만큼의 공헌을 한 셈입니다.
리뷰를 마치며
저술가, 비평가, 역사가, 여권운동가로서 1980년대부터 환경, 반핵, 인권 방면으로 다양한 현장운동에 참여해 온 레베카 솔닛은 이 책의 서문에서 장소와 사랑의 상호적인 본질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장소가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를 안정시키고, 지탱해 주고, 가르치고, 보호하고, 안내하고,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리베카 솔닛은 서문에서 로페즈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삶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담을 통로 삼아 독자들이 이 감각에 접근할 수 있기를, 더 나아가 독자들 스스로 경험을 만들어 가고 각자의 경험을 새로운 각도에서 비춰볼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서문, 레베카 솔닛 (13p) 중에서
배리 로페즈는 이 에세이 모음집을 통해 자연과 문화에 대한 독보적인 관찰자로서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으로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는 땅의 열렬한 청지기이자 두려움 없는 여행자로서 자연과 문화를 탐험하며 그들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시적인 언어로 남겼습니다.
2020년 크리스마스, 그는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경고해 온 기후 변화의 현실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산불로 인해 로페즈의 고향과 그 주변 지역사회의 소중한 것들이 소실되었지만 그의 유산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로페즈는 자연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준 원주민 원로와 과학 분야의 스승을 바라고 매켄지 강에 인접한 오리건주 뒷마당의 안식처로 여행을 떠난 경험을 회고하며, 자신을 가르친 사람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했습니다.
이 책은 자연 작가이자 사려 깊은 경청자이자 연구자로서의 배리 로페즈의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통해 지구와 우리의 관계와 지금의 위기에 대한 성찰을 호소하는 소중한 문학 유산입니다. 레베카 솔닛은 서문에서 "서두르지 않는, 옛 방식의 느릿한 속도를 간직한 유유함" (17p)을 갖춘 예리한 관심과 영적인 차원의 작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자연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 같은 작품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미지의 장소와 조우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아름다운 삶을 위해 온전히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열어주는 시의 향연입니다. 작품 속 로페즈의 불타는 열정과 사색은 자연과 문화, 인간의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해 주어 우리가 이어나가야 할 가치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끝으로 레베카 솔닛의 서문 마지막 문장을 인용하며 배리 로페즈의 유작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이 에세이들은 여러 방향으로 난 발자국들이고, 하나하나에 발자국보다 더 오래된 물질이 깊이 파묻혀 있다. 이 발자국이 닿는 데까지만 따라가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이 발자국을 길잡이 삼아 스스로 땅과 언어의 관계를 더듬고 의미를 탐색해가는, 그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서문, 레베카 솔닛 (20p) 중에서
그렇게 많은 것을 본 사람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한 장소가 다른 장소와 몹시 닮아 있다는 역설적인 믿음에 굴복해 당신이 있는 곳을 안다고 가정해버릴 수도 있다."라고 언급하며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모든 장소는 유일무이하며 다른 어디에서도 되풀이되지 않는다. 놓치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 P122
한때는 다양성이 생명의 특징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다양성은 생명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 P122
<근대 서부>의 예술가들은 서부 공간에 영적 차원이 있음을 인식했고, 작품을 통ㅎ래 이것의 부인이 초래할 위험성을 우리에게 환기하고 있다. 장소에서 자리를 없애고 자리에서 영혼을 없애면, 이윤 추구의 파괴행위가 날아들 것이다. - P167
각자가 어떤 결함을 지녔든, 결국 우리 다수는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선하거나 독창적이거나 어떤 식으로든 소박한 기여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각자의 시간으로 뭔가 당당하고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기억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 P303
우리는 우리의 경험담을 통로 삼아 독자들이 이 감각에 접근할 수 있기를, 더 나아가 독자들 스스로 경험을 만들어 가고 각자의 경험을 새로운 각도에서 비춰볼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 P13
이 에세이들은 여러 방향으로 난 발자국들이고, 하나하나에 발자국보다 더 오래된 물질이 깊이 파묻혀 있다. 이 발자국이 닿는 데까지만 따라가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이 발자국을 길잡이 삼아 스스로 땅과 언어의 관계를 더듬고 의미를 탐색해가는, 그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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