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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한 가족
최이정 지음 / 담다 / 2025년 7월
평점 :
진짜 가족은 무엇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따뜻한 소설 한 편을 추천합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삭막한 시대, 최이정 작가의 『거의 완벽한 가족』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의 세상이 되어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혈연을 넘어선 진정한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연대의 의미가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잊고 있던 이웃의 온기를 되찾아 주어 상처 입었지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모두를 위한 소설입니다.

최근 자동차를 버리고 전철과 버스를 매일 이용하게 되면서부터 동네를 지나다 주위를 자주 둘러보게 됩니다.
그럴 때면 문득 위태로워 보이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건네고 싶고, 삭막한 골목에 온기를 더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듭니다.
최근 작은 직당을 운영하며 그런 생각들을 자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때마다 그런 생각을 마음 한켠에 조용히 접어두고 맙니다.
최이정 작가의 소설 『거의 완벽한 가족』은 바로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가족에게 버림받은 한 소녀의 아픔에서 시작하지만, 이야기는 그 소녀를 말없이 끌어안는 이웃들의 단단한 팔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그저 '밥은 먹었는지' 묻는 사소한 관심과 '함께'라는 이름의 연대가 한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우리 동네를 어떻게 구원하는지를 말입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작가, 최이정
이 따뜻한 소설을 쓴 최이정 작가는 자신을 "사람이 좋아 글을 쓰고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가고 싶다"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가 바탕입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혈연이라는 이름 아래 가해지는 폭력과, 타인이라는 이름으로 건네지는 다정한 손길을 선명하게 대비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완벽한 가족'이라는 사회적 신화가 얼마나 허약한지, 그리고 진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 가족에게 버림받고 세상에 홀로 선 미혼모 '지원'과 그녀의 손을 잡아준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
✨ 혈연이 아닌 따뜻한 연대와 돌봄으로 진짜 가족이 탄생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힐링 소설
✨ 삭막한 세상 속에서 공동체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완벽한' 가족의 그늘에서 피어난 '거의 완벽한' 온기
소설 『거의 완벽한 가족』은 미혼모가 된 고등학생 '지원'의 이야기입니다.
완벽한 스펙을 자랑하는 부모 아래서 '완벽한 딸'로 살아왔지만, 예상치 못한 임신은 그녀를 가장 완벽했던 가족의 울타리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편견과 가족의 외면 속에서 지원은 홀로 아이를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긴 한숨 끝자락에 꾹꾹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뛰쳐나오긴 했지만, 갈 곳도 도망갈 용기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대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우는 것뿐이었다.
거의 완벽한 가족_83쪽
그녀가 이처럼 기댈 곳 없이 부유할 때, 손을 잡아준 것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네 이웃들이었습니다.
진정한 가족은 혈연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기꺼이 스며드는
세심한 온정과 시간으로 지어지는 집이다.
작가는 지원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 '강은주'의 다정함
이 소설의 가장 빛나는 지점은, 이웃들의 선행을 단순한 '희생'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옷집 사장 '강은주'의 모습은 이 소설이 도달한 따뜻함의 깊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녀는 과거 두 번의 유산이라는 깊은 상실의 아픔을 겪은 상처 입은 치유자입니다. 그랬던 그녀가 지원에게 일자리를 내어주고, 아이 봄이를 제 손주처럼 아끼는 모습은 단순한 연민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녀가 지원을 돌보는 것은 자신의 아픔을 타인을 향한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치유의 과정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다정함은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며 함께 단단해지는 과정이라는 깨달음에 감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이야말로 결국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따뜻한 진실이, 그녀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실의 기적, 우리 동네의 '나미야 잡화점'
『거의 완벽한 가족』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떠오릅니다.
고민 편지에 담긴 진심이 시공간을 넘어 기적을 만들었다면, 이 소설은 밥 짓는 냄새와 다정한 말 한마디가 우리 발밑의 현실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이 판타지를 통해 우리에게 위로를 건넸다면, 『거의 완벽한 가족』의 '이름 없는 옷집'과 '만리장성' 식당은 가장 현실적인 공간에서 가장 이상적인 관계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고 구체적인 희망을 선물합니다.
물론, 소설 속 인물들의 선함이 다소 이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작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아마도, 현실이 팍팍하기에 우리에게 이런 '관계의 판타지'가 더더욱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
책장을 덮고 나면, 당신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홍진수 사장님'이, 든든한 '미정 언니'가 되어주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이정 작가의 신작 『거의 완벽한 가족』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선한 마음을 깨우고, 그것을 실천할 용기를 주는 소설입니다.
거창한 시작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늘 저녁, 마주치는 이웃에게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혹은 동네 단골 가게 사장님께 "덕분에 늘 감사해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소설이 바로 그 작은 관심이 공동체를 살리는 씨앗이 된다고 속삭이고 있습니다.
혈연 가족에 지쳤거나, 진정한 관계에 목마른 분이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동네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고 싶은 '좋은 이웃'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며, 세상을 조금 더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