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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 - Robin Hood
영화
평점 :
현재상영
로빈후드 하면 의적의 이미지와 더불어 뛰어난 명사수로 기억된다. 우리에게 홍길동이 있다면 영국에는 로빈 후드가 있었고, 그로인해 수없이 많은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케빈 코스트너가 연기한 로빈후드가 오래 기억에 남는데, 이번엔 헐리웃의 악동(이라기엔 이젠 중후한 아기 아빠이지만) 러셀크로우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글래디에이터]로 깊은 인상을 남긴 리들리 스콧 감독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는데, 어찌보면 식상할수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요리했을지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 스콧 감독이 보여주는 스케일 큰 전쟁 씬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실력은 어딜 가질 않았다. 그에 반해 줄거리는 의아스럽게 여긴 부분이 많았지만 말이다.
사자왕으로 불린 리처드 왕이 벌인 십자군 전쟁은 영국의 재정을 파탄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고, 군인들은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제 그들은 고향인 영국으로 가야만 했는데 그 과정에서 왕이 죽게 된다. 더이상 충성할 왕도, 월급을 줄 사람도 없어지자 로빈과 친구들은 군대를 탈출해 직접 영국으로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왕의 왕관을 가져가는 임무를 맡게 된 병사들이 죽은걸 목격하고, 죽음을 앞둔 록슬리 경에게서 칼을 자신의 아버지께 전해달라는 유언을 듣게 된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병사들의 갑옷과 귀중품등을 얻게 된 로빈은 그의 유언을 들어주기로 한다.
영국으로 가는 배를 타려면 왕의 분부를 받은 기사라 속여야 했기에 로빈은 자신을 록슬리라 칭하고 영국으로 오게 된다. 왕관을 리처드 왕의 동생 존에게 넘긴 로빈과 친구들은 그것으로 자신의 일은 끝났다고 여기지만, 운명은 그를 평범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질 않았다. 십여년의 전쟁으로 국민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로인해 무법자들이 늘어났다. 아이들이 배고픈게 싫어 숲으로 도망쳤고, 영주와 시민들은 최소한의 쌀 마저 갖지 못한채 세금으로 내야만 했다. 농사지을 씨앗까지 모조리 다 뺏긴 상황에서 어느 누가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존경하게 될까.
그런 상황에서 철없는 존 왕은 왕권을 강화하고 궁정살림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걷도록 한다. 그저 강압과 폭력으로 백성들을 누르면 저절로 자신을 두려워하고 존경하게 될 거라고 믿는 어리석은 왕이다. 상황을 이 지경에까지 만들게 한 리처드 왕도 문제였지만, 형의 그늘에 살며 피해의식만 는 어린 왕도 문제이다. 이런 사람들을 왕으로 둔 백성들만 여러모로 힘들게 됐다. 더구나 존 왕이 아끼는 고프리경에게 막강한 권력을 주었지만, 이미 그는 프랑스 왕과 내통해 영국의 왕을 굴복시키려는 계획을 가진 상태이다.
하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하지 않던가. 더이상 왕의 폭정과 과한 세금을 참지못한 영주와 백성들은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고프리와 프랑스 군인들의 무자비한 협박과 살인에도 그 뜻을 굽히지 않는다. 더이상 내어줄것도 물러설 곳도 없기 때문에 참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왕은 그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왕에게 백성은 대화를 하는 상대가 아니라 명령만 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러다 자신의 과거와 죽은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 로빈은 내란을 막고 곧 침공해올 프랑스군에 대비하기 위해 싸운다. 세금 문제 때문에 잠시 기거하게 된 록슬리 경 집에서 미망인과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그에게 이 싸움이 중요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과 장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 앞에서 프랑스군과의 전쟁이 끝나면 백성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권리 헌장에 서명을 하도록 요청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고 목숨을 바쳤던 바로 그 일을 로빈이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연합군은 프랑스군을 상대로 이겼고, 왕도 참가하긴 했지만 민폐만 끼친다. 반면 로빈후드는 고프리 경과 대결하긴 했지만 이 부분에서 좀 억지스러운 설정이 끼어든다. 우리가 이겼다는 사람들의 외침에 왕은 누가 이겼냐고 묻고, 당연히 왕 자신을 칭송하는 이야기를 들을줄 알았는데 예상밖의 말이 들려온다. 모두다 로빈 후드를 외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이해가 안됐고 너무 성급하게 로빈후드를 영웅으로 만들려고 하는것 같았는데, 그가 전쟁의 앞에 나가 지휘하는 모습도 적고 모두 다 열심히 싸웠는데 왜 다른 이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한 것일까? 고프리 경을 상대하는것 말고는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어쨌든 이 일로 엄청 삐친 속좁은 왕 때문에 의적 로빈후드가 탄생(?)하게 되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모든 백성을 적으로 돌린 왕이 과연 오랫동안 군림할수 있을까? 존 왕이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동안 로빈후드는 사랑하는 여자와 숲으로 들어가 가난하지만 자유를 느끼고 세금없는 세상을 만든다. 그렇게 로빈후드는 의적이 되고 영웅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