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약이 되는 잡초음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25
변현단 지음, 안경자 그림 / 들녘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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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이 보편화되고 서양식단이 사랑받으며 이젠 자극적인 맛을 '맛있다'고 느끼며 계속 찾게 된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각종 성인병과 비만 등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건강식, 웰빙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만 때론 지나쳐 보이기도 하고 비용과 노력도 만만치 않다. 잘 살기 위해선 잘 먹어야 하지만 그 방법이 잘 모르고 있다. 워낙 바쁘다보니 인스턴트 간편식을 어쩔수없이 사용하기도 하고, 아이들 입맛에 생식,채식은 맞지 않으니 자꾸 권하기도 힘들다. 양념범벅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자극적이고 강한 맛만 쫒는 현대인들의 식단을 잡초음식으로 조금씩 바꾸면 어떨까 싶다.  

'자연스런 삶을 도모하는 농운동가'로 소개한 지은이 변현단씨. 그녀가 소개하는 음식은 우리가 먹지도 관심도 두지 않는 잡초이다. 잡초는 뽑아서 버리는 필요없는 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종류도 많고 개성있는 잡초들을 식탁으로 불러냈다. 먹어도 괜찮은걸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정도로 잡초에 대한 개념이 미비한데, 쑥이나 민들레,왕고들빼기, 냉이 등은 식용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알고 먹는것은 그게 전부라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나 많았나?"싶을 정도로 놀랐다.

그럼 잡초를 음식으로 어떻게 먹을까? 그녀는 어린 푸성귀 처럼 부드럽고 영양이 많은건 날 것으로 먹기도 하고, 쌈 또는 샐러드로도 이용한다. 생식이 부담스럽다면 살짝 데쳐 먹는 나물 조리법을 사용하고 묵나물도 만들고 죽도 쓰고 밥도 짓는다. 또 김치로도 만들수 있는데 나도 예전엔 민들레 김치를 담근적이 있었다. 얼마전 TV에서 민들레 김치가 나왔는데 딸 아이가 무척 신기해 하길래 "너 어렸을때 엄마가 할머니랑 같이 만들어 줬잖아" 라고 했더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자주 만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번 해줬는데 그걸 기억 못하다니. 생각해보니 그 당시에도 아이들은 김치를 많이 좋아하진 않았었다.  

김치 이외에도 찜과 튀김으로도 맛나게 먹을수 있고, 국도 끓이고 비빔밥 재료로도 인기만점이다. 또  절여먹기도 하고 장아찌 와 샤브샤브 등으로도 멋진 재료가 된다. 잡초의 사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데 자신의 체질과 사용목적에 따라 차를 우려내 마실수 있고, 소주를 이용해 잡초술 담그기도 한다. 천연염색과 화장품까지 만들수 있고 책에 친절하게 조리법을 소개되어있기 때문에 잡초만 구하면 될 것이다. 잡초는 제철에 가장 많이 나는것을 먹어야 좋다.  

하지만 음식을 하기에 앞서 우리는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고 거의 대부분은 착취하면서 살았다. '자연 그대로, 수탈을 최소화'하면서 '유기생명체의 순환'에 최대한 맞추면서 살아야 하지만 더 많은 이윤을 내야하는 시장경제 논리에 밀려 그러질 못했다. 기계와 비닐, 비료 등에 의지해 농사를 지었고, 먹을거리를 위해 동물을 사육하고 식물을 재배했다. 이젠 제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마트에 가면 1년내내 원하는 재료를 살수 있다. 완제품엔 방부제와 인공감미료가 들어가 있고 GMO원료로 만든 음식을 속수무책으로 먹고 있다. 외국의 재료들을 손쉽게 구할수 있는 등 음식에서도 세계화는 이루어졌다. 그리고 인간의 몸까지 획일화해 전에는 없던 이상한 질병들이 유입돼 강력한 바이러스등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사람의 생명마저 수탈하게 된다.

또 내가 사는 재료들의 대부분을 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사면서 기업에 종속된 삶을 살게 했다. 만약 마트가 없고 가공식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거기다 외식까지 늘어나며 우리의 몸은 병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재료를 각자 집에서 만들어 먹을수도 없는 노릇이다. 친자연적인 유기농 재배만이 유일한 대안이고, 우리는 최대한 건강한 조리법을 이용해 먹는것 밖엔 방법이 없다.

가장 좋은 조리법은 다른 곳에서 에너지원을 끌어오지 않고, 가공된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 것. 단순한 양념과 단순한 조리방법으로 먹는다면 건강을 해칠 일이 없다. 조리방식의 발달은 영양소의 파괴하고 다양한 메뉴는 소화기능마저 복잡해질 것을 요구했으니 가장 단순한 조리법이 가장 건강한 식단이 된다. 칼을 사용하는 것 대신 손으로 뜯거나 영양을 완전하게 흡수하기 위해 생식하거나 살짝 찌거나 데쳐야 한다. 그래야 식재 그대로의 맛과 영양을 우리 몸에 전달할수 있다.

인디언들에게 잡초는 식용이자 약용이 되어준 고마운 식물이었지만 우리의 사회적 가치 기준으로보면 쓸데 없는 풀, 즉 돈이 되지 않는 풀이다. 작물은 사람 손으로 재배되고 잡초는 야생으로 자란다. 모든 잡초가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잡초는 없다'라는 인디언 사회의 가치가 적용될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잡초만도 50여가지고 그 맛도 제각각 다를 것이다. 쉽게 볼수있는 잡초와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자신에게 맞는 잡초도 다를 것이다. 그 효능도 천차만별이니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그동안 먹을게 못된다고 하찮게 여겼던 잡초가 이젠 예쁘게 보일테고 군침마저 흐르게 만들것 같다. 자연이 준 최고의 재료를 이젠 고맙게 받고 맛있게 먹으며 가족의 건강까지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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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미 인 - Let m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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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랑인가, 아니면 필요에 의한 구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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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 - Sky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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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처음부터 포기하고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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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 No dou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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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선과 악이 뚜렷하게 분리되는걸 좋아한다. 그래야 선이 악을 물리치는 결말에 조금의 찜찜함도 없이 통쾌함을 느낄수 있으니 말이다. 범죄자는 반드시 죄가 있어야 하고, 관객은 당연히 피해자의 심정으로 영화를 봐야만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종일관 누구 편에 서야할지 망설이게 한다. 처음엔 당연히 충식의 입장에서 보다가, 계속 당하기만 하는 세진이 안되기도 하고, 또 세진이 진짜 범인 같은 정황에 충식의 분노가 이해가 되는 등 점점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러다 깨닫게 되는건, 이 영화는 그렇게 간단하게 볼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 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은 광기와 편견에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우리는 충식과 경찰, 마을 사람들을 비난 할수 있는가. 우리는 그렇지 않을거라고 확실히 답할수 있는가. 

여자아이가 실종됐고 우연히도 새로 이사온 총각이 아동 성범죄 전과가 있다는게 밝혀졌다. 경찰은 날마다 찾아오는 충식(김태우)에게 넌지시 그 사실을 알려준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찰의 부주의함은 아이를 잃어버려 제정신이 아닌 충식에게 복수해야 할 가해자를 만들어 줬다. 세진(이정진)이 이사오기 전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젠 사랑하는 딸이 실종됐다. 이걸 단순한 우연이라 치부하고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아동성범죄 사건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추악한 습성을(평생 고칠수 없다는걸) 알고 있었다. 세진이 멀쩡한 청년인줄 알았는데 아동 성범죄라는걸 알게 된 후의 사람들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여자아이의 실종, 이웃의 성범죄자 이 두가지 사실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결과가 도출된다. 세진이 유죄냐 아니냐를 가늠하는것은 더이상 필요치 않다. 아이를 잃은 아비에겐 울분을 토해낼 가해자가 필요했고, 경찰에겐 범인이 필요했고, 이웃들에겐 확실한 답이 필요했다. 조용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가해자 가족을 이 곳에서 쫒아내기만 하면 다시 평화로운 곳이 된다고 믿으며 말이다.  

조용히 살고싶었던 세진의 바램과는 달리 마을 사람들은 이 가족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충식은 세진의 전과를 프린트해 마을 곳곳에 붙이고, 주변을 서성이며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는다. 키우던 개를 죽이고 세진을 물속에 처박아 놓기도 한다. 세진이 고소한다면 할 말 없을 정도로 괴롭히지만 마을 사람들과 경찰은 오로지 충식의 편이다. 그는 아이를 잃은 아비가 아닌가. 그리고 이 모든 난동에도 세진이 아무 항변도 하지 않는다는건 켕기는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진의 상황보다 더 끔찍했던건 세진 가족, 특히 유치원 선생님인 누나의 처지였다. 세진의 범죄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 이 마을로 오게된 가족은 또 한번 세진으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됐고, 그건 누나 인희에게 참을수 없는 것 이었다.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엄마를 따라 이곳으로 왔고, 좋아하는 유치원교사 일을 하며 마음을 잡고 있는데 또 다시 같은 일이 발생해 해고될 위기에 처했으니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 아들을 감싸는 어머니를 이해할수도 없고 더이상 참을수도 없다. 동생의 더러운 범죄 때문에 모든 걸 잃어야 할 처지에 놓은 인희는 결국 가족 곁을 떠난다. 체념한 듯 "내가 졌어"라고 말하며 짐을 꾸리는 그 모습에서 가해자 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고통이 느껴진다.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당해야 했던 불이익과 편견에 더이상 맞설 용기도 힘도 사라진 그녀였다.  

영화 속 경찰들이 좀 더 유능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작은 동네라 피해자와 오래 알고 있는 이웃이니 사건 정보도 쉽게 알려주기도 했고, 충식이 세진에게 해코지를 해도 제재를 가하거나 진정시키지 못했다. 모든것을 잃어버린 사람은 무슨 짓이든 할수 있다는걸 염두해 뒀어야 했다. 그리고 범인을 잡기위한 증거를 좀 더 발빠르게 채집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다양한 요인을 추리하고 용의자를 선별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딱 한명의 범인을 정해놓았기에 넓은 시야를 가질수도 없었다. 문형사의 "범인을 잡고 싶은거에요? 아니면 그놈을 잡고 싶은거에요?"가 모든 상황을 정리해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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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 No dou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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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던져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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