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시민 - Law Abiding Citi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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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와 무죄를 가르는건 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도 않을 뿐더러 정의를 실현한다는 말은 솔직히 더이상 믿지 않게됐다.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할 돈만 있다면 범죄자가 무죄로 선고받고 유유히 거리로 나가는 경우를 한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할수 있을까? 유력한 용의자가 2명이나 있었지만 결국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던 '이태원 살인사건'을 떠올려본다. 처참하게 죽은 피해자는 있지만 법은 가해자를 찾아 처벌하지 못했다. 법의 허점을 쉽게 파고들어 벌어진 일이었고, 이런 사건을 접할때마다 내가 피해자가 된 것 같은 분노와 씁쓸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힘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할수있는 일은 거의 없다. 탄원을 하거나 호소하는 길 밖엔. 

괴한에 의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은 클라이드는 자신이 목격한 것과 증거만 있으면 두 용의자를 처벌할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검사는 용의자 중 한명과 협상을 해 가벼운 형을 주고, 다른 한명에게 사형을 내리려고 한다. 두 명다 처벌을 받길 원했던 클라이드의 바램은 무시하고 그렇게 하는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못박아 얘기한다. 피해자인 클라이드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가 바라는것은 오직 법의 심판이라는걸 알면서도 재판에서 유리한 방법만을 택한 것이다. 클라이드는 재판이 어려워도, 설사 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독한 짓을 한 범인들을 처벌하고 싶었을 텐데 말이다. 

검사 닉은 용의자 한명과 거래를 했고 법정은 한명에겐 사형을, 한명은 자유의 몸으로 곧 풀어주었다. 닉에겐 이 재판이 높은 승률을 유지하게 해준 일이었을 뿐, 마음에 담아두거나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그저 수많은 재판중에 하나였을 뿐이고 자신의 경력을 높여준 것 뿐이었으니까. 세상엔 그의 변호를 기다리는 사건들이 줄지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클라이드에겐 단 하나의 중요한 재판이었고 억울하고 원통한 사건이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자취를 감춘 클라이드. 그의 복수 계획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무려 10년동안 2명의 범인 뿐 아니라 이 재판에 관여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공포를 느끼게 할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사형수를 살해하고, 닉과 내부거래를 통해 풀려난 또 한명의 용의자를 처참하게 죽였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에 의해 잡히고 감옥에 들어갔다. 10년동안 준비한 것 치고는 너무 쉽게 잡힌 클라이드. 하지만 그가 잡힌것도 계획의 일부였고 더 큰 거래를 위한 첫 걸음이었다.  

처음에 닉은 클라이드 앞에서 협상도 없고, 대화할 필요조차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클라이드로 인해 벌어진 테러와 주변 인물들의 죽음,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클라이드가 손을 뻗치면서 분노는 높아져가고 그를 막기위해 혈안이 된다. 닉을 비롯한 사무실 식구들이 모두 이 사건에 참여하고 윗분들의 압력이 들어오지만 클라이드가 계획한 일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감옥에 갇혀있는 클라이드가 어떻게해서 사람들을 죽일수 있는지 감조차 잡지 못한다.  

클라이드가 자신을 변호하면서 판사와 법을 조롱할때, 악당들이 죽을때, 마치 신 처럼 사람들을 농락하며 테러를 벌일때마다 솔직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라고 말하면 내가 너무 잔인한건가?) 클라이드의 행동을 100% 동의할수는 없다. 그가 자신의 계획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법의 테두리안에서 보호받는건 피해자가 아닌 법조인들 이었고, 그들이 공포에 떨고 피해자가 되는게 조금 통쾌했다. 그동안 수없는 말장난과 권위를 앞에 내세워 피해자들에게 많은 상처를 줬을테니, 클라이드 한 사람의 복수를 받았다고해서 안쓰럽진 않았다.  

그만큼 클라이드의 심정에서 이 영화를 봤다. 그래서 그가 더이상 고통받지 않았으면 했다. 계획을 실행해나갈수록 기뻐하기는 커녕 아파하고, 이걸 단순히 복수극이라고 치부하는 이들에게 실망하고, 가르침을 주고 싶었던 클라이드. 그래서 마지막 결말이 못내 아쉽고 찝찝했다. 클라이드가 죽이려고 한다면 무조건 죽는다는 말처럼 그가 무적이길 바랬다. 그 또한 살인을 저질렀으니 형벌은 피할수 없겠지만 그렇게 쉽게 발각되고 끝날줄은 몰랐다. 동료를 잃고 남은 닉도 고통을 받겠지만, 그래도 클라이드 만큼 불행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고 싫었다. 그렇게 착한 결말로 했어야만 했나 라는 아쉬움이 꽤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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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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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라는 소재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도적,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며 악당을 물리치는 의로운 사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가슴 아픈 가족사를 가졌으니 어찌 매력적이지 않으랴. 그런 홍길동이 21세기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낮에는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밤엔 의로운 도적이 되어 악당을 처벌한다.

이범수씨가 연기한 홍무혁은 혼자서 이 일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대학교수, 어머니는 완벽한 주부이지만 무혁이와 함께 의적 활동을 한다. 남동생 찬혁은 아직 고등학생으로 실전엔 투입되지 않았는데 얼른 형처럼 되고싶어 안달이다. 이처럼 겉보기엔 평범해보이는 가족이 숙적 이정민의 비자금을 훔칠땐 영락없는 최고의 도둑이 된다. 가족이라 손발이 척척 맞고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철저하게 해내니 실패란 거의 없다.  

감독의 인터뷰를 봤더니 무혁을 교사로, 아버지를 대학교수로 설정한것은 현대사회에서 의적이 되려면 청빈한 삶 만으로는 힘들다고 여겼기 때문이란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이정민에 집에 침투하고, 목소리 변조 무기를 휴대하고, 온 가족이 첨단 장비를 이용해 작전을 수행하는데 돈이 없으면 안될터. 그저 맨 몸으로 부딪히기만 한다면 분명 한계가 올 것이다. 그런면에서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의적활동을 하는게 더 멋져보인다.   

이 영화엔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가 3명 출연한다. 이범수,김수로,성동일씨. 하지만 이범수씨는 진지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주로 코믹쪽은 김수로,성동일씨가 책임지는데 특히 성동일씨가 압권이었다. 홍길동과 이정민을 잡고 싶은 진지한 검사 역할 이지만 말투,행동에서 웃음을 많이 준다. (솔직히 처음엔 검사가 아닌 경찰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검사 이미지와 많이 달라서 그런것 같다. 순박하지만  예리하고 정의로운 모습이 말이다.) 정말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 배우가 아닐까 싶다. 홍무혁의 여자친구를 맡은 이시영씨도 독특한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여자친구 송연화가 납치당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는데, 무혁이 지붕위로 뛰어다니고 골목길을 가로질러 납치된 차 앞에 나타나는 것이 신나고 재미있었다. 이걸 야마카시 라고 하는것 같던데, 주변의 지형과 건물을 이용한 추격신이 시원해 보였다. 마지막에 이정민의 와인 저장고실에서 벌어지는 액션신도 괜찮았다. 지루하지도 않았고 김수로씨의 웃긴 행동이 나와서 웃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화려한 츄리닝과 만화 캐릭터를 사랑하는 캐릭터를 잘 살리셨다.  

2편이 확정됐다는 기사가 굉장히 반가웠는데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재밌는 코미디 영화, 한국판 히어로 영화가 나왔기 때문이다. 웃음이 과하지도 않았고 거기에 액션과 사랑 이야기가 잘 조화롭게 돼서 나에겐 재밌는 작품이었다. 모든 한국 코미디 영화가 이정도는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근에 본 [청담보살]처럼 할 말 없게 만드는 영화는 더이상 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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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시민 - Law Abiding Citi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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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복수뒤에 남은 쓰라린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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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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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웃겨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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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이스트 - The Solo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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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전개를 원하거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을 많이 듣고 싶었던 관객이라면 조금 실망했을 법한 이야기다. 영화처럼 놀라운 실화를 바탕으로 했겠거니 했는데 밋밋하다 느낄만큼 싱거운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억지 감동을 주는 영화는 사양하지만, 이 영화처럼 마지막까지 잔잔한 영화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기대했던 것 보다는 감동을 받지 못해서 그런가보다.  

LA 타임즈 기자 로페즈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칼럼을 쓰고 있다. 동료는 자신의 이라크 기사에 메일을 보내온 사람은 고작 10명인데 반해, 로페즈의 가벼운 사고(자전거 추돌사고)엔 몇십명의 위로 메일이 왔다고 투덜거릴 정도다. 하지만 로페즈는 언제나 칼럼 소재를 찾아 다니는데 지쳤고, 새로운 메시지가 하나도 없다는 전화 녹음 소리만 듣고, 정원에 너구리가 나타나 헤집는 등 좋은 일이라곤 없는 상태다.  

도로에 멍하니 앉아 있는 로페즈. 그런데 그 순간 그의 귀에 아름다운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에 이끌려 찾아간 곳은 베토벤 동상 이었고 그 앞엔 노숙자가 줄이 2개밖에 없는 바이올린은 켜고 있었다. 횡설수설 끊임없이 말을 하는 나다니엘에게서 칼럼 소재를 발견한 로페즈. 줄리어드 음대를 다녔다는 그의 말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로페즈는 그를 찾아 나선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시끄러운 도로변에서 연주를 하는 나다니엘. 온갖 물품이 담겨져있는 카트를 밀고 다니는 그를 돕기위해 한 할머니가 자신이 쓰던 첼로를 주고, 로페즈는 그를 LAMP라는 장애인 공동체 숙소에 데려가려 한다.  

하지만 나다니엘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자주 마찰을 빚는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를 돕기위해 로페즈는 힘을 쓰지만, 과연 그게 나다니엘을 위한 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다니엘에 관한 칼럼을 쓰고 상까지 받고, 나다니엘이 다시 레슨을 받고 연주회에 설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어쩌면 자기 만족 이었을지 모른다. 메리의 말처럼 어쩌면 그는 나다니엘을 이용했는지도 모른다.  

나다니엘이 로페즈에게 사랑한다고 했을때 보인 반응이 그렇다. 자신은 그를 평생 책임질수도 없고, 그 사랑이 부담스럽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를 도와줘야 하는 입장이 아니라,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그가 힘들때 손 내밀수 있고 가끔 만나며 우정을 확인하는 친구는 어떤 부담도 없을테니까. 그렇게 로페즈는 나다니엘에게 정중하게 말한다. 당신과 친구여서 영광이라고..

둘의 만남으로 기적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다. 나다니엘의 정신질환이 나은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연주자가 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친구를 얻었고 그게 가장 큰 변화였다. 언제나 베토벤과 음악가들을 생각하던 나다니엘이 친구라 부를수 있는 사람이 생겼고, 그의 멋진 재능을 알아봐준 로페즈는 새로운 친구를 얻었으니까. 그들의 우정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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