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의 후예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홍길동이라는 소재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도적,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며 악당을 물리치는 의로운 사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가슴 아픈 가족사를 가졌으니 어찌 매력적이지 않으랴. 그런 홍길동이 21세기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낮에는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밤엔 의로운 도적이 되어 악당을 처벌한다.

이범수씨가 연기한 홍무혁은 혼자서 이 일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대학교수, 어머니는 완벽한 주부이지만 무혁이와 함께 의적 활동을 한다. 남동생 찬혁은 아직 고등학생으로 실전엔 투입되지 않았는데 얼른 형처럼 되고싶어 안달이다. 이처럼 겉보기엔 평범해보이는 가족이 숙적 이정민의 비자금을 훔칠땐 영락없는 최고의 도둑이 된다. 가족이라 손발이 척척 맞고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철저하게 해내니 실패란 거의 없다.  

감독의 인터뷰를 봤더니 무혁을 교사로, 아버지를 대학교수로 설정한것은 현대사회에서 의적이 되려면 청빈한 삶 만으로는 힘들다고 여겼기 때문이란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이정민에 집에 침투하고, 목소리 변조 무기를 휴대하고, 온 가족이 첨단 장비를 이용해 작전을 수행하는데 돈이 없으면 안될터. 그저 맨 몸으로 부딪히기만 한다면 분명 한계가 올 것이다. 그런면에서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의적활동을 하는게 더 멋져보인다.   

이 영화엔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가 3명 출연한다. 이범수,김수로,성동일씨. 하지만 이범수씨는 진지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주로 코믹쪽은 김수로,성동일씨가 책임지는데 특히 성동일씨가 압권이었다. 홍길동과 이정민을 잡고 싶은 진지한 검사 역할 이지만 말투,행동에서 웃음을 많이 준다. (솔직히 처음엔 검사가 아닌 경찰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알고있는 검사 이미지와 많이 달라서 그런것 같다. 순박하지만  예리하고 정의로운 모습이 말이다.) 정말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 배우가 아닐까 싶다. 홍무혁의 여자친구를 맡은 이시영씨도 독특한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여자친구 송연화가 납치당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는데, 무혁이 지붕위로 뛰어다니고 골목길을 가로질러 납치된 차 앞에 나타나는 것이 신나고 재미있었다. 이걸 야마카시 라고 하는것 같던데, 주변의 지형과 건물을 이용한 추격신이 시원해 보였다. 마지막에 이정민의 와인 저장고실에서 벌어지는 액션신도 괜찮았다. 지루하지도 않았고 김수로씨의 웃긴 행동이 나와서 웃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화려한 츄리닝과 만화 캐릭터를 사랑하는 캐릭터를 잘 살리셨다.  

2편이 확정됐다는 기사가 굉장히 반가웠는데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재밌는 코미디 영화, 한국판 히어로 영화가 나왔기 때문이다. 웃음이 과하지도 않았고 거기에 액션과 사랑 이야기가 잘 조화롭게 돼서 나에겐 재밌는 작품이었다. 모든 한국 코미디 영화가 이정도는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근에 본 [청담보살]처럼 할 말 없게 만드는 영화는 더이상 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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