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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만 보고 선택한 책이라 그런가 읽는 내내 술술 넘어가던 책이었다. 나 또한 평소에 히가시노 작가의 책을 많이 읽기도 하고 또 소장하는 것도 꽤 되어 그런지는 몰라도 문체가 익숙한 탓일까? 다른 때와 다르게 더 가독성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추리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의 느낌이었는데 얼마나 유쾌하던지 읽는 동안 웃음이 나는 걸 참느라 퍽 고생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특유의 코드와 실제로 히가시노 작가가 경험했던 스토리가 만나니 아, 이런게 시너지 효과구나 싶었다.
소설의 배경은 나도 읽어본 적이 있는 연애의 행방과 눈보라 체이스의 배경이 되는 설산이었다. 최근에 연애의 행방을 읽으면서도 작가가 선택한 설산과 스노우보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의외로 이 책을 통해 굳이 연애의 행방이라는 소설을 집필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작가 본인이 스노우보드를 굉장히 좋아해서였다. (ㅋㅋ)
사실 이 책을 읽을 때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었을 때는 몰랐던 걸 알게되었는데 바로 작가의 나이였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심해도 40대 후반 정도일 것이라고 늘 여겼었는데 실제로는 60대의 노장이셨다. 그러면서 사람일이라는게 오늘 모르고 내일 모르는 일이다 보니 언젠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을 못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슬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각설하고 책을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스노우보드에 빠진 시기가 44세 (2002년)라고 나온다.
40대 중반에 무엇을 시작하는 일이 쉬운가 묻는다면 나는 40대가 아님에도 그렇지 않다고 얘기할 수 있다. 당장 부모 세대인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접고 원하는 일을 하신다고 방송대학에 다니고 계신 우리 어머니만 봐도 그렇다. 처음 시작할 때는 온가족이 말렸고 시작했을 때는 온가족의 박수를 받을만큼 힘든 도전이었다. 40대의 시작이라는 게 그렇다. 스포츠 하나 시작하기 쉽지 않은 나이인거다. 특히 겨울 스포츠라면 온몸에 멍이 들기 일쑤라 더더욱 그랬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작가는 40대 중반에 새로운 취미인 스노우보드에 빠지게 된다. 이 과정의 서사가 너무 매력적이라 하마터면 소설만큼 몰입할 뻔 했다. 우리보다 땅이 길어 늦게까지도 눈이 오는 지방이 있어 일본에서는 4월, 5월까지도 설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역시 2월 말에 처음 스노우보드를 타 그 해 4월에도 보드를 탔는데 남들은 한 계절에 한두 번 가는 스키장을 몇 달에 걸쳐 여러 번 갔을 생각을 하니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열의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해 월드컵이 열렸기 때문에 일본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축구 붐이 일었다고 한다. 그 중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축구 경기에 대한 글을 짧게 남기는 조건으로 경기 티켓을 얻었는데 그곳에서 느낀 것도 일을 위한 글이 아닌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글로 즐길 수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특유의 유머 코드가 이 글에서도 등장해 너무 즐거웠다.
사실 책 한 권이 전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스노우보드 여정에 대한 글이라 자칫하면 지루할 수도 있고 반복감을 느끼기도 쉬웠을 법 한데 어떻게 된 게 처음부터 끝까지 웃게 만든다. 이게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흡인력이 아닐까? 소설이 아님에도 이렇게 재밌고 유쾌한 이야기를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