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기도
이윤 리 지음, 송경아 옮김 / 학고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천년의기도 #이윤리 #송경아 옮김 #학고재 #소설  #독서기록

이윤 리의 에세이 ˝친구여, 나의 삶에서 내가 그대 삶 속의 그대에게 씁니다˝를 읽고 급호기심이 생겨서 검색해보니, 이윤 리의 첫 단편소설집 ˝천년의 기도˝가 2011년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어있었다. 도서관 상호대차를 신청해서 읽었다.

이윤 리는 이 소설집으로 그해 최고의 데뷔 작품에 수여하는 가디언지 퍼스트 북 어워드를 받고(2005),  프랭크 오코너상과 헤밍웨이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이 소설집에는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등장인물은 중국에 살고 있거나 중국을 떠나 살고 있는 중국인들.  이윤 리가 자기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자신과 거리를 두었다고 말하기는 하나 리의 개인적 배경이 은연중에 스며들어있다.  가족과 친구.  베이징 대학교 신입생때 겪었던 텐안먼 사태 등. 억압적이었던 사회적 정치적 배경속에서 소외되고 표현의 자유를 허락받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은 극도로 입을 닫고 살면서 가족간에도 대화가 없다.

역시나 이 소설집의 백미는 소설집 제목으로 선정된 ‘천년의 기도‘. 미국에 정착하고 사는 딸이 이혼하자, 중국에 살던 아버지는 딸을 위로하고자 미국으로 온다. 아버지의 직업상 (로켓 공학자) 그는 가정에서 말이 없는 사람이었고 (비밀유지의무), 사실 그의 침묵은 또 다른 비밀을 담고 있다. 말이 없는 딸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아버지는..

˝행복한 사람은 그렇게 조용하지 않은 법이다! (p329)˝
˝아빠, 만약 자기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본 적이 없는 언어를 쓰며 자란 사람은 새 언어로 말하기가 더 쉬워져요.(p345)˝

에세이에서 느꼈던 것처럼 이윤 리의 문장은 매우 건조하고 간결하다. 그래서 그녀의 문장에서 말을 잃은(허락받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가 더 직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표현하지 못하면서 감정마저 무뎌진.

이 소설집이 미국(서구) 사람들에게 어떤 독특함으로 다가갔을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체제에 대한 비판이 늘 깔려있다. 그러니까 중국인들이 왜 불편하게 여기는지도 충분히.

하. 중국이나 우리나..참. 현대사의 질곡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구여, 나의 삶에서 내가 그대 삶 속의 그대에게 씁니다
이윤 리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여나의삶에서내가그대삶속의그대에게씁니다 #이윤리 #구원 옮김 #에세이 #코호북스 #독서기록

중국에서 출생했고 면역학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 왔다가 작가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이윤 리. 겉으로 보기에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작가는 두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다 (2012년). 입원하면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가져가는 등의 독서광인 작가는 ‘독서‘와 연결된 사유 과정을 기록하는 ‘글쓰기‘로 우울증을 치료한다.

이 에세이는 캐서린 맨스필드, 토마스 하디, 츠바이크, 투르게네프 등 여러 작가의 책을 읽고 동시에 자신의 과거 를 되짚으며 자신을 찾는 이윤 리의 여정을 보여준다. (2014년출간) 자신의 작품에서 주인공들과 거리를 두었다는 리는, 이 에세이에서 그 거리를 좁히고 자신을 드러낸다. (글을 쓰려면 세상에서 꼭꼭 숨고 싶은 본능에 맞서야 한다. 입으로 내뱉는 말과 손으로 쓰는 글, 타인과 자신에게 드러낸 꿈과 두려움과 희망과 절망, 이것들은 모두 달걀 껍데기에 다시 넣을 수 없는 병아리와 같은 운명을 맞이한다. p63) 왜 자살을 기도했는지는 명확히 나오진 않지만, 읽다보면 어느 정도 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언급한 작가들의 사생활 및 작품에 대한 탐구는 리에게 위안이 될 뿐 아니라, 나름 독서광인 나에게도 독서의 ‘길잡이‘가 된다.

이윤 리는 영어로만 글을 쓴다고 한다. 또한 중국어로의 번역을 불허한다고. 세컨드 랭귀지로 글을 쓰기 때문에 뭔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기도 하고, 작품 소재는 아무래도 익숙한(?) 중국이라 다른 언어로 자신들을 언급한다고 하는 비판도(중국인들에게서겠지?)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의 문장은 비교적 짧고 매우 담백하다. 그래서 오히려 문장 하나 하나 군더더기가 없다. 얼마나 많은 밑줄을 그었는지.

그 중에서 캐서린 맨스필드의 문장에 이은 글이 콕 마음에 들어온다. ˝이만큼이나 왔다. 그것만으로도 여행을 계속할 충분한 이유가 될 지도 모른다.(p30)˝ 이 문장에서 리의 삶의 이유를 본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이 그녀를 존재하게 한다고 후기에서 말하지만.

그리고 제목이 정말 근사하다. 캐서린 맨스필드의 문장이라고. ˝친구여, 나의 삶에서 내가 그대 삶 속의 그대에게 씁니다. Dear Friend, from my life I write to You in your life˝ 문득 누군가에게, 먼저 생각나는 친구에게 오랜만에 손편지라도 쓰고 싶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이성형 지음 / 까치 / 200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콜럼버스가서쪽으로간까닭은? #이성형 #까치 #세계사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강좌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 참고문헌으로 알게되어 읽었다. 2003년에 처음 출간된 책. 그래서 2002년 이전의 자료를 참고로 쓴 책이라 한계가 있다. 한겨레 신문 칼럼으로 실린 것을 보충(분량을 늘려서)해서 나온 책이라고. 총 50편의 다양한 글이 실려있다.

라틴아메리카에 국한되지 않고 1492년 콜럼버스가 배를 이끌어 서쪽으로 향한 동기를 당시 시대적 배경을 시작으로 서술하며, 라틴아메리카의 이전, 이후의 역사를 다룬다. 이어서 라틴아메리카가 유럽 및 아시아에 끼친 영향을 당시 세계 통화로 쓰였던 은, 라틴아메리카가 시초인 설탕(사탕수수), 커피, 옥수수, 감자 등 주요 산물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이동경로와 이로 인한 유럽 및 아시아, 북미 생활의 변화를 현대 산업까지도 연계해서 알려준다.

이제까지 세계사는 유럽, 백인, 남성의 시각으로 보는 서유럽중심주의였는데, 저자는 제3세계, 유색인, 여성, 원주민의 입장에서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안한다. (당연한?) 라틴아메리카인의 시각에서뿐 아니라, 아시아인의 시각 및 행보도 보여준다. 앞서 읽은 ‘메소아메리카의 유산‘이 워낙 깊고 방대해서 읽을 때 애를 먹었는데, 이 책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칼럼이 기초라 어렵지 않으면서도 세계 전반에 대해 가지를 뻗어나가 읽다보면 시야가 확대되는 자각도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소아메리카의 유산 - 아메리카 토착 문명의 역사와 문화 트랜스라틴 총서 14
로버트 M. 카멕 & 제닌 L. 가스코 & 게리 H. 고센 지음, 강정원 옮김 / 그린비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소아메리카의유산 #로버트M카멕 #제닌L가스코  #게리H고센 엮음 #강정원 옮김 #그린비 #역사
#한권으로읽는메소아메리카토착민들의삶과문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라틴아메리카의역사와문화 강좌를 듣고 있다. 강의 자료로 추천받은 책.
사실은, 나같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TMI(Too much information). 색인 제외 948페이지 (포함하면 992페이지의 두꺼운 책). 고고학자, 민족지학자, 언어학자, 민족역사학자, 비명학자 등 13명의 저자들이 각자의 전문지식으로 연구하여 집필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그만큼 깊고 방대하다.

메소 아메리카는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일대(과테말라, 코스타리코 등)를 포괄하는 지역으로 생태계 다양성, 80여 개 이상의 원주민 언어, 수많은 종족 집단과 종족 정체성, 고대와 현대를 가로지르는 찬란한 문화 유산 등을 보유한 곳이다. 이 책에서는 많을 수 밖에 없는 내용을 주제별, 시대별로 들여다보고, 현대의 메소 아메리카를 들여다본다.  미처 몰랐는데, 멕시코는 세계 15위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상위 0.2 퍼센트가 60퍼센트의 부를 지니고 있고, 외국에서 송금한 돈이 상당부분 멕시코의 GNP에 포함되어 있다.  이런 사정이, 이렇게 된  역사적, 사회문화적 이유가 이 책에 담겨있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것을 써보면....

코르테스가 이끄는 스페인함대가 이 지역을 침탈했을 때, 아스테카 제국이 지배적이었다. 그 주변 국가들은 아스테카와 지속적인 전쟁관계에 있었고, 그들은 아스테카에 적대적이었으므로 스페인에 협력했다. (전쟁에 패하면 포로로 잡혀가 노예가 되거나 인신공양의 희생자가 되기도..) 결과적으로 아스테카보다 더 무서운 상대를 만났다. 학살과 천연두 등의 전염병으로 토착민의 90%가 사망하고, 유럽인, 이어서 들어온 아프리카인들과의 혼혈로 인종이 매우 다양해진다.

스페인에 의해 카톨릭이 이 지역에 들어오지만, 유럽인이 원하는 종교 모습이 아니라 , 토착민의 종교, 문화에 접목되어 독톡한 형태로 카톨릭이 받아들여진다. 검은 피부의 성모 등.

이 지역의 독특한 상형문자들은 주로 왕가의 일정, 제례 등을 기술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역사적 자료이다. 토착민들의 구술 전통은 16세기 프란치스코 수도사들에 의해  라틴어로, 스페인어로 기록되었다. 그들의 역사, 문화에 대해 오랫동안 후진적인 것으로 여겨 감추려했지만 현대에 들어 토척적, 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매우 방대하고 어려워서 천천히 읽었다. 그럼에도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는. 잉카 마야 문명 등 유적지에 한번 가보고는 싶은데 너무 먼 곳이고, 그리고 체력이 가능할 지 (고산지대라 고생한 사람이 많더라) 모르겠고...못가더라도 내 호기심의 일부를 충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움가트너  #폴오스터 #정영목 옮김  #열린책들 #소설 #독서기록

2024년 사망한 소설가 폴 오스터의 생애 마지막 작품. 미국에서는 그가 사망하기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주기를 기념해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폴 오스터가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결국은 폐암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쓴, 본인도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쓴 작품이고, 그래서 주인공 바움가트너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다.

주인공 바움가트너는 70대 노교수, 10년 전 평생의 반려자 애나를 사고로 잃는다. 1년여를 미친 사람처럼 보냈고, 이후 나름의 삶을 살아가나, 불쑥불쑥 자신을 찾아오는 오래된 기억의 파편을 더듬으며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한다. 그리고..

우연히 ‘뉴욕 3부작‘을 접하고 폴 오스터에 열광했고, 그의 작품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의 스토리텔링 기법에 흠뻑 빠져들었던 참에, 그의 사망 소식에 놀랐고, 마지막 작품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이 책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또한 이제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섰고, 이따금씩 ‘인생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가‘ 라는 질문에 맞닥트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류의 미래는 별로 밝지 않고 이대로 망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내 핏줄을 잇는 손녀가 태어나고 보니, 조금은 전향적으로 희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바움가트너가 매일 매일을 성실하게 채워가면서 아내 애나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 생각했던 것 처럼, 나 또한 ‘아직도‘ 나를 필요로하는 많은 것들을 떠올린다. 최소한 마무리는 하고 가야지. 그게 뭐든.

그런데 참. 책 표지에 쓰여진 문구처럼 ˝ 왜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은 영원히 사라진 반면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은 기억 속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