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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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시도니가브리엘콜레트 #장소미 옮김 #녹색광선 #소설 #독서기록 

강렬한 레드 표지에 조금은 선정적으로 상상하게 하는 영화 속  한 스틸, 뒷표지에 실린 소설 속 문장. 내게 이런 관음적인 성향이 있었을까(물론 있습니다!) 싶게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그저 궁금해서 안달이 났던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소설 ‘셰리‘(1920). 순식간에 읽어낸 이 소설은, 내게 사랑을 어떻게 정의내려야할까라는 의문을 던져준다. 그들은 사랑이었을까. 사랑과 욕망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일까.

여러 젊은 애인을 갈아치움으로써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왔던 누누는 25살 어린 애인 셰리를 자신의 손으로 그에 어울리는 어린 신부에게 보내고는 깊은 상실감에 빠져든다. 누누는 파리를 떠나고, 허니문 여행에서 돌아온 셰리는 누누가 없는 세상에 적응할 수가 없다. 마침내 재회한 그들은...

휘몰아치는 한 편의 영화를 읽었다. 역자후기를 보니 여러 차례 연극무대에 올렸고, 영화로도 4차례 만들어졌다고 한다. 저자는 이 소설을 쓰고 난 후, 재혼한 남편의 아들과 사랑에 빠졌다고..ㅎㅎ (‘페~드라‘라고 외치는 어떤 영화가 떠오르네..) 파격적인 스토리, 관능적이면서 섬세한 감정선, 물건 하나 하나에 부여된 미묘한 느낌. 정말 아름답다.

소설 시작부에서는 두 주인공의 감정이 선뜻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가벼운 스캔들적인 관계가 아닌가 했는데. 헤어진 후,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깊숙히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예상되는 스토리보다 한 줄의 문장에서 틀어버리고 암시하는 늬앙스에 입이 딱 벌어진다.

이 소설의 성공으로 콜레트는 후속작 ‘셰리의 몰락‘(1926)을 출간했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 알 것 같다. 어찌보면 이 소설의 가장 큰 피해자는 셰리일 듯. 그는 평생 채워지지 않은 갈증때문에 괴롭고 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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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스토리콜렉터 73
헤더 모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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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우슈비츠의문신가 #헤더모리스 #박아람 옮김 #북로드 #소설 #독서기록 #도서관대출

꽤 오래전에 이 소설에 대해 알았는데, 제목이 너무 슬프고 아파서 읽고 싶었지만 미루고 있었다. 도서관에 갔다가 다른 책을 찾는데 뙇. 이번엔 읽어야지 하고 가져왔는데...역시 즐겁게 읽을 수는 없는 책. 그러나 의외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게다가! 소설이라고 해서 창착물이라고 생각했는데..주인공 ‘랄레‘는 실존인물이었다!! 작가가 소설을 쓸 때 특히 역사물을 쓸 때는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자료 및 사실에 입각해서 상상을 덧붙이는데 - 사실 기반 없이 허구의 사실을 늘어놓으면 그것은 판타지가 된다- 이 소설은 생존인물과의 인터뷰에 조금(?) 살을 붙인 것이었다. 책 말미에 주인공 부부의 사진 및 각종 서류가 첨부되어 있다.

24세 유대인 랄레 소콜로프는 1942년 어느 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한다. 다국어가 가능하고 영리하고 친화력이 있는 랄레는 운 좋게 수용자들에게 문신 새기는 사람 ‘테토비러‘가 된다.생존을 위해 그 일을 하는 그는 ‘하나를 구하는 것이 세계를 구하는 길이다(p55)‘라고 마음 먹으며, 자신의 위치에서 주위 사람들을 돕게 시작한다. 또 평생의 사랑인 ‘기타‘를 만난다. 그 와중에 ‘고양이 목숨이 몇 개지?‘하고 되뇌이게 하는 위급한 상황도 여러번 넘기지만, 마침내, 나치가 패망할 무렵 탈출하고, 먼저 수용소를 떠났던 기타와도 재회, 결혼하고, 이후 슬로바키아에서 거주하다 탈출하여 호주로 이주한다. 2006년에 사망한다. (기타는 2003년 사망)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마치 바로 눈 앞에서 그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처음 작가는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드려고 계획했었다고 한다. 첫 시도는 실패했으나, 소설이 성공하면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홀로코스트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부역자로 살았지만, 그것은 생존의 본능에 의한 것이었다. 남을 해치는 일도 아니었다. 랄레는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그 삶에서 얻은 이익을 주변 사람들을 도우며 산다. ‘아침에 깨어나면 그것만으로도 그날은 좋은 날이다‘ 라는 신조로. 사람이 얼마나 괴물이 될 수 있는가의 대표적인 사례인 홀로코스트. 그 곳에서 살아남은 기타와 랄레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랄레의 사업이 망해서 정든 집을 떠나야 했을 때 기타는 노래를 부르며 짐을 싼다. ‘5분 뒤에 목숨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환경에서 몇 년 동안 살고 나면 딱히 못 할 일이 없다...건강하게 살아 있기만 하면 다 괜찮아질 거야. (p337)‘ (아들 게리의 기억) 담담한 심정으로 이 소설을 술술 읽어나가다 이 구절에서 순간 먹먹해졌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게 과연, 당연히 , 그렇게 될 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세상은... 왜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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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후드 #실라헤티 #구원 옮김 #코호북스
코호북스의 신간 ‘마더후드‘를 알라딘에서 #북펀딩 하길래 신청했었다.
오늘 도착.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이 실린 작은 명함크기의 엽서(?)에 북펀딩한 사람의 이름이 찍혀있는데, 책갈피하기 딱 좋네.

요즘 여성들에게 직면한 질문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실라 헤티.
‘ 내가 해야 할 일은 뻔하다. 다른 삶에 환상을 품는 대신에 진정한 내 모습으로 사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고 현재 삶에 충실하기. 환상의 날개를 실제 삶에서 펼치는 것이다. ‘ p162
딱 나의 딸에게 하고 싶은 말..

#책속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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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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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 #소설 #창비 #독서기록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렬한 소설. (요즘 왜 읽는 책마다 시작이 왜 이런지...)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때문에 연좌제로 평생을 힘들게 살아온 딸이 아버지 장례를 치르며 그동안 몰랐던, 아니 애써 외면해왔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돌아보며 느낀 애환이 우리의 슬픈 현대사와 맞물려 펼쳐지는 스토리이다.

빨치산의 딸로 살면서 감정을 눅이다보니 절로 시니컬해진 딸. 그러나 장례식장을 찾는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좌, 우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었던 아버지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긍게 사람이제‘, 그들은 색깔과 상관없이 그저 저마다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오죽했으면 글겠냐.‘ ) 자신의 마음 속에서 뜨거운 정을 끌어내는 딸의 모습은 먹먹하다. 한걸음 떨어져 아버지를 어머니를 지켜보던 딸은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p231)‘ 정말 그럴까. 죽음에 이르러서라도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다면 정말 좋겠다.

최근 연이어 친구들의 부모님상을 연락받았다. 나도 정정한 부모님 네 분을 가까이 모시고 있는 참이라, 잦아지는 소환에는 절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런 상황에 이 책을 읽으니 ‘나는? 내 부모님은?‘ 하고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그때가 되면 서로 이렇게 소설에서처럼 좀더 이해하게 될까? 아니 살아계실 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면 더 좋겠는데. 이미 좁아질 수 없는 간격에 체념하고 있는데...

어제 지하철로 왕복 2시간 넘게 이동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챙겨갔다가 다 읽었다. 그만큼 몰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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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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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여자의딸 #카리나사인스보르고 #구유 옮김 #은행나무 #소설 #독서기록 #도서관대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배경. 엄마가 긴 투병 생활 후 죽고, 딸 아델라이다는 서른 여덟의 나이로 혼자다. 폭력이 일상화된 도시에서 그녀의 집은 무장 여인들에게 점거당하고 이웃집에 들어가는데, 집주인 아우로라는 사망한 상태. 탁자에 아우로라에게 스페인 여권 발급이 허가되었다는 우편물이 있다. 아델라이다는 아우로라의 시체를 처리하고 그녀가 되기를 결심한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기만 해도 이 소설이 얼마나참담한지 알 수 있다.

‘엄마를 묻었다‘라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시작되는 소설, 까뮈의 ‘이방인‘을 연상하게 하는 첫 문장. 이 소설은, 주인공의 상실감과 지옥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삶에의 열망이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고?‘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는 막막한 현실에서 치열하게 펼쳐진다. 마지막 문장은 ‘카라카스는, 언제나 밤이리라.‘p318

소설을 읽으며 계속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가 생각했다. 한때 잘나가던 베네수엘라. 지나친 포퓰리즘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수백만의 국민이 그 나라를 떠났다는 (차베스 정권) 기사를 떠올렸는데, 역자도 그때로 추정한다. ‘혁명의 아이들‘은 문혁 당시 중국을 떠올리게 하고, 읽는 내내 주인공이 무사히 스페인으로 갈 수 있기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엔 한국인인 우리에게 던져지는 깨알같은 위트 (삼성 텔레비젼을 면세점에서 구매해서 출국 심사하는 군인에게 상납하는)도 있고.

너무나 슬프고, 흥미진진하며 어마어마한 소설. 책표지에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이 되기만 한다면‘이라고 문구가 실려있는데, 어쩌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주인공은 행운아일수도. 물론 그녀는 스페인에서 다른 인물로 살아가며, 자신의 과거를 부정해야한다. 우리 선조들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으면서 모든 걸 잃고 새로 시작했다.

나는 엄마처럼 용감했던 적이 없잖아요. 단 한 번도. 그래서 이 새로운 전쟁 속, 엄마의 딸은 동시에 두편에 서 있어요. 나는 사냥하는 사람인 동시에 입을 다무는 사람이에요. 내 것을 지키며 조용히 타인의 것을 훔치는 사람이에요. 나는 양쪽 진영의 경계 중에서도 가장 나쁜 곳에 사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처럼, 겁쟁이들의 섬에 사는 이들은 아무도 상실에 반기를 들지 않으니까요. p265

나무들도 가끔은 장소를 옮겨 심잖아요. 여기서 우리의 나무는 더 버티지 못해요.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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