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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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사랑 #한강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독서기록 #도서관대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의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읽다. ‘존재의 피로감‘ , ‘희망 없음‘을 노래(?)하는 한강의 소설집은 1995년에 출간. 그러니까 20대의 작품이다. (1970년에 출생) 삶의 허무를 느끼는 것이 나이에 상관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내내 청춘의 나이에  어떻게 이런 소재로, 이렇게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했는지 그 바람에 일곱 편의 작품(여수의 사랑, 질주, 야간 열차, 저녁빛, 진달래 능선, 어둠의 사육제, 붉은 닻)을 하나씩 간신히 읽어내면서 감탄과 먹먹함을 동시에 느꼈다.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싶은 이래서 ‘한강‘이구나 싶은. 

나는 그녀로 인하여 내가 잃은 것이 돈과 신뢰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나는 삶과 화해하는 법을 잊은 것이었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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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후드
실라 헤티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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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후드 #실라헤티 #구원 옮김 #코호북스 #소설 #독서기록

마흔을 앞두고 아이를 낳을지 말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한 인간의 정체성을 찾는 ‘여성‘ 작가 실라 헤티의 자서전적인 소설 혹은 에세이.  우리나라와 다를 것 없이 저자가 사는 곳(캐나다)도 임신에 대한 주변의 간섭은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은 완전하지 않다는 압박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출산으로 인해  더이상 오롯이 본인의 삶을 살지 못하게 된 여성들은 연대감으로 비출산녀의 삶을 강박하고. 성공한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 실라 헤티는 ‘마더후드‘의 혼란한 시기를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무조건 출산을 해야했던 사회적 통념에서  딸을 낳아 키운 할머니와 능력있는 의사로서 강요받아 살아간 엄마, 그리고 작가로 살아가는 자신의 연대에서 역사에서의,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고 아이를 낳든 아니든 인간으로서의 본질에는 차이가 없음을 깊은 사색 끝에 추출해 낸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떠오른다. 저자의 고민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어머니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알아야할 뭔가를 놓친게 아닐까 하는 초조함. 어머니가 됨으로써 문학적 성취를 추구하는 자신의 삶이 방해를 받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물론 애니 아르노처럼 결혼, 출산, 이혼 등 모든 경험을 다 녹여내어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한 (노벨문학상이 문학적 성취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겠지만) 작가도 있다만. 플러스 아이가 없음으로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면 어쩌나하는 (저자의 파트너 마일스는 오히려 상관없다는 태도이지만) 불안감.

읽는 내내, 40여년 전 무조건 결혼은 (그것도 일찍) 해야한다는 부모님의 재촉에 밀려 결혼했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전통적인 여자의 삶을 살아온 나 자신을 자꾸 돌아보게 되었다. 아마도 여자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동전 3개를 가지고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다. 또한 점술에 대한 신뢰도 꽤 크다. 비록 저자가 ‘이 책에서 동전 던지기로 얻은 담은 실제로 동전을 던져서 나온 결과‘라고 명시했지만,  사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뭐하러. 실제로 동전던지기에 의한 답을 기록은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을 바꿔가며 계속 던졌을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참신(?)하기는 했지만,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가 달라서인가..카드 등 점술 등에 의지(?)하는 것도 별로.

‘그리고 나는 내가 씨름한 장소를 마더후드라고 불렀다. 여기서 신을 대면하고도 살아남았으니.˝p350

저자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함으로써 ‘마더후드‘의 시기를 끝냈다. 어머니가 된 사람의 마더후드는 끝이 없다. 생각난 김에 검색해보니 ‘후드 hood‘는 ‘어떠어떠한 상태, 시기‘라고 번역이 된다. daughterhood, wifehood, womanhood 라는 표현도 있더라. 이 또한 한정된 시기가 없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나지.

아, 또 하나 덧붙이자면, 저자 부모님의 대화가 우리 부부의 대화랑 똑같아서 웃었다. ‘ 손주가 없는게 다행일지도 몰라. 환경 오염도 그렇고..50년 뒤 이 세상이 어떤 꼴일지 생각하면 말이야.‘ 나에겐 곧 손주가 생길 예정이지만..그 또한 아이들의 선택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뻔하다. 다른 삶에 환상을 품는 대신에 진정한 내 모습으로 사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고 현재 삶에 충실하기. 환상의 날개를 실제 삶에서 펼치는 것이다. ‘p162


나는 ‘어머니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대신에, 나는 ‘어머니가 아닌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나는 아닌 사람이 아니다....나는 그냥 사람이다.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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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5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최종술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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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야와그녀의아이들 #류드밀라울리츠카야 #최종술 옮김 #문학동네
#소설 #독서기록 #도서관대출

노벨상수상은 못했지만 꾸준히 후보에 오르고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설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을 읽었다. 지난 연말, 러시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강연에서 언급되어 관심이 갔던 작가. 울리츠카야는 자신을 ‘사랑, 가족, 아이들과 관련된 문제들에 큰 의의를 지닌 여성작가‘라고 소개한다.

이 소설은 크림지역에 사는 그리스계 시노폴리라는 성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메데야‘가 있고, 매년 여름이면 각지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메데야가 사는 ‘집‘을 찾아와 가족의 정체성을 익히고 간다. 메데야가 주인공이긴 하나,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은 그 가족 전체. 가족들의 이야기가 얼기설기 얽혀서 ‘가족 연대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은 옛 세대에 바치는 책이자 어떤 의미에서 가족을 애도하는 나의 통곡이다˝라고 말했다고. (p410) 현대에 오면서, 특히 혁명과 전쟁 등을 거치며 수난 받은 사람들이 그래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남은 이유를 가족에 둔다. 메데야는 역사의 격랑에 그저 변화무쌍한 날씨 대하듯 굳이 맞서지 않고 몸을 맡기며 모든 것을 견디고 가족의 세계를 지킨다. 그녀의 가족은 비단 혈연 뿐 아니라, 입양, 결혼으로 여러 민족과 어울어지고(고려인도 포함), 더 나아가 자신의 집을 타타르인에게 물려줌으로써 인류 전체로 확대된다. 정작 메데야 자신은 자식이 없으나, 조카들, 이웃들, 이웃의 아이 모두가 그녀의 아이가 된다.

스토리가 대가족의 개개인의 이야기로 펼쳐져서 읽는 내내, 가족계보도를 들쳐봐야 하고, 이름도 한 사람이 얼마나 여러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는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메데야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며 구 소련의 역사, 사회, 문화를 아울러 훑어보는 공부도 된다.

이 소설은 메데야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데이아‘와 비교하며 (마침 크림 지역 기반 신화!) 그 지역도 신화적, 종교적으로 연결하여 비유한다. 메데이아가 복수와 파괴의 여신이었다면 메데야는 사랑과 용서, 포용의 여신이라는 점이 다른. 독특한 작가의 이력과 더불어 여러모로 흥미로운 소설이다.


..고생과 불행은 ‘무슨 죄를 지어서?‘라는 질문이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으로 바뀌도록 주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그녀에게 이해시켜주고 싶었다. ...신에게는 죄 없는 어린아이를 덮치는 그런 벌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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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2024년 #북플마니아 로 선정되어 #2025년다이어리 와 #2025년달력
을 선물받았습니다.
독서가 일상인데 이런 선물도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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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올 12월은 참...ㅠㅠㅠㅠㅠ
무안비행장 사고는 넘 크고 참혹하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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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의 꿈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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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의꿈  #마리오바르가스요사 #조구호 옮김 #소설 #역사소설  #문학동네 #독서기록 #도서관대출 #elsuenodelcelta 

순전히 작가 이름을 보고 집어온 책인데 뜻밖의 흥미로운 보물을 찾았다.

주인공 로저 케이스먼트는 실존인물로, (책을 읽다가 어?어? 하면서 검색해보았다) 아일랜드 출신이면서 영국의 외교관으로 당시 식민정책이 기독교, 문명, 무역에 의해 정당화되었다고 믿었지만 벨기에령 식민지 콩고에서 자행된 유럽 제국주의의 잔혹무도한 학살 실태(고무 채취인에 대한 무자비한 노동 착취, 폭력, 사지절단, 살인 등)를 보고 경악하여  ‘콩고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1904). 이후 페루에서도 페루 아마존 회사에 의해 자행된 비슷한 악행을 목격하고 ‘푸투마요에 대한 블루 북‘(1912)을 쓰면서 인권운동의 선구자가 된다.  영국 정부는 그에게 훈장 및 기사작위를 수여한다. 그러나 그는  식민지 상태에서 원주민이 무차별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자동인형화 되는 현상에 대해 고민하다,  영국의 식민지인 아일랜드도 평화적으로 독립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세계 제1차대전 당시 영국의 적인 독일(적의 적은 우리의 친구라는 논리)의 협력 하에 아일랜드의 독립을 추구하려다 영국 정부에 의해 체포, 교수형에 처해진다(1916). 그 당시, 아일랜드는 부활절 반란(1916)을 일으키고, 영국은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여기까지가 소설에서 다룬 내용)

아일랜드는 1937년 북아일랜드를 제외하고 독립하나, 1998년에 이르러서야 영국과 아일랜드공화국은 평화협정을 맺고, 그 후로도 여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간략하게 요약만 해도 로저의 인생은 절로 입이 딱 벌어진다. 요사의 소설은 로저 케이스먼트에 대한 재조명으로 인권주의자이며 아일랜드 독립운동가였던 로저의 역사적 복권이다. 로저는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영웅적인 행동가였으나, 개인적인 성적 취향(동성애, 소아성애...지금도 소아성애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임)으로 그 위대함이 외면당했다. 그가 남긴 것으로 알려진 ‘블랙 다이어리‘에는 적나라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로저 본인의 필체라고 한다) 요사는 차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상상의 산물이라고 해석하지만..글쎄. 카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는 그의 행위가 수용되기 쉽지 않았고, 로저의 시신은 아일랜드 독립 후 28년이 지나서야 돌아오고 국립묘지에 묻혔다고.

‘켈트의 꿈‘은 로저가 썼던 시의 제목이라고 한다. 소설 속에서 로저는 아일랜드의 독립을 꿈꾸며 잊혀져가는 게일어, 그들의 관습을 되살리자고 고집하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지 고민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 사람은 한 마디로 규정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멀리 볼 것도 없이,,,우리도. 로저가 꿈꾸던 독립. 그것을 위한 협력자로 생각했던 독일의 이후의 만행을 그가 알았다면 아마도 무덤 속에서 돌아누웠겠지. 700여페이지의 소설은, 정말 술술 읽어낼 수 없는, 술술 읽으면 안되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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