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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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세기의여름 #플로리안일리스 #한경희 옮김 #문학동네

벨에포크에 관심이 있다하니 페친이 추천해 준 책.
세계 제 1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1913년 한 해를, 정치,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사진, 연극, 영화, 패션, 과학 등 모든 문화 영역을 총망라하여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스탈린, 히틀러도 등장하고, 카프카, 릴케, 조이스, 무질, 토마스 만, 융, 프로이트, 피카소, 아인슈타인, 슈바이처, 쇤베르크 등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주요 인물들이 300명 넘게 등장한다. 저자 플로리안 일리스는 3년에 걸쳐 이 인물들의 전기, 자서전, 편지, 사진, 일기, 작품, 기사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재구성하여 1913년을 재현했다고.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 문화적 성과물 뿐 아니라, 그 주역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내밀하게 보여준다. 한 편의 소설 같고, 또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느낌도 있다. 1913년 한 해를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기술하여 아, 당시 이런 분위기였구나하고 바로 느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식이 부족한 나는, 책에서 다룬 -잘 몰랐던  인물들을 검색해 보며 인물사, 문화사에 대한 공부도 겸했다. 무엇보다도 등장 인물들의 은밀한 사생활과 내면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연애, 그리고 청혼이라고 봐야하는지 아직도 의심스러운 그의 편지들이 재미있고 (쏘리), 더없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를 쓴 (죽음마저도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릴케의 여성 편력 (많은 사랑을 찾아서 그렇게 시가 아름다운지?)은 뜨악하고, 알마 말러와  오스카 코코슈카의 광기어린 사랑은 정말 흥미진진하고 (말러 전기에서도 느꼈지만, 알마는 정말 대단한 여자였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를 나락으로 몰고갔던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도 드라마틱하고( 진범 빈첸초 페루자는 겨우 징역 7개월을 선고 받는다.).

이 책은 2013년에 출간했는데(한국에서), 지금 읽어도, 바로 지금의 이야기인 듯 하다. 당시 이미 세계화된 경제 시스템 때문에 세계 대전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경제학자 노먼 에인절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는데 (어이없게 1년 뒤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지금도 그렇지 아니한가?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평화는 또 다른 문제이다.

당시에 어쩜 그렇게나 많은 찬란한 작품들이 나왔는지 놀랍다. 아니, 지금도 수많은 훌륭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겠지. 미처 알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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