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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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단편 문학은 캐서린 맨스필드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난 그의 글을 질투했다- 내가 유일하게 질투한 글 솜씨다.”라고 극찬을 했고…해서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던 책.
이 단편선에는 34세에 병으로 요절하기까지 처음 발표한 ‘피곤한 아이’를 시작으로 미완으로 남긴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까지, 십 년 남짓한 시간에 그가 이룬 발전과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 16편이 실려있다. 코호북스에서 펴낸 “그녀들의 이야기”(2020) 에 실린 단편-행복 (이 책에는 ‘환희’라는 제목으로)-도 담겨있다.

우와..버지니아 울프(친구이면서 동시에 라이벌이었던)가 왜 그렇게 평했는지, 앨리 스미스가 “그의 이야기들이 연출하는 섬세함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전구처럼 강렬하게 빛을 발한다”고 평한 것처럼, 일면 자연을, 풍경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듯 하면서 등장 인물의 심리가 멋들어지게 어울어지고, 결말을 향해 뻗어 나간다. 각 소설의 마지막 문장, 마지막 대사가 압권.

16편의 단편 중에, 나는 “나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환희( 원작대로 제목을 ‘축복’으로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이 소설집의 타이틀로 선택된 “차 한 잔”이 참 좋았다. 특히 ‘차 한 잔’은 부르조아 여인의 선택적, 과시적 자선 행위가 어떻게 방어적으로 돌아서는지, 읽는 내내 내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날카로움에 움찔하면서 읽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면성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간의 신뢰는 어찌보면 지극히 자의적이고, 지극히 상대적이고, 민감하고 깨지기 쉽다. 이렇다 할 큰 사건이 아니라도, 어떤이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무시될 만한 디테일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결정된다. 그래서 우리 개개인은 스페셜한 게 아닌가 싶다. 짧은 스토리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인간 본성을 관찰하고 건드린 소설들이었다. 지나치게 짧은 생애가 너무나 아깝구나. 그리고 그 옛날, 그 시대에 정말 불꽃처럼 살다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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