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 육아 일기 - 여덟 살 아이가 마흔 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오진영 지음 / 눌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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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육아일기 #오진영
아이 셋을 낳아 키웠다. 나는 잔정이라고는 없고 이기적인 성향이어서, 어영부영 남들처럼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엄마가 되었지만 사실 나쁜 엄마가 되어버릴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모성이라는 것을 느끼기 이전에는 저질러 놓은 일을 잘 수습해야한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30여년이 넘는 결혼 생활에서 사랑이라기보다는 미운정 고운정이 쌓이고 쌓여 만든 추억이 우리 부부를 묶는 든든한 기반이 된 것처럼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셋이나 낳았지만, 육아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남들도 흔히 동의하듯, 미운 일곱살이 되기 전까지가 아이를 기르는 황금시절이었다.

오작가는 재혼으로, 여덟 살 아들을 만났다. 육아에 있어서 가장 이쁜 황금시절을 지나고 만났다. 그렇지만 그녀가 말했듯, 브라질 유학을 실패하고, 잡지사 기자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한 뾰족하고 ‘못난’ 그녀가, 사랑받고 싶어서 먼저 사랑을 주는 아이인 어린 아들의 사랑을 받아 꽃봉오리처럼 마음을 열고 행복해 졌다. (p22)
오작가는 멋진 아들과 남편을 만나고, 자신도 몰랐던 자신이 품고있는 사랑을 발견했다. 아니 끄집어냈다. 그 사랑은 오랜 시절, 자신을 괴롭혀온 엄마와의 갈등, 그로인한 피해의식을 치유해주었다. 이 책은 어린 아들을 만나 행복해진 자신이 아들에게 바치는 ‘육아일기’이고 고백서이다. 앞서 살아온 선배의 입장에서, 미래를 살아갈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방황의 폭을 줄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건네주는 조언서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해 주었던 말들이 생각난다. 가장 자주 했던 말이 “인생에는 한가지 길만 있는게 아니다. 당장 네가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하게 되었다고 실망하고 좌절하지 마라. 인생은 재미있는게, 생각지도 않은 선택이 뜻밖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오작가도 원래 계획했던 길은 아니지만, 정말이지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번역가로 활동중인 오진영은 아끼는 후배이자 페이스북 친구인데 글을 정말 잘 쓴다. 솔직하고 에너지가 넘쳐서, 몇번 페이스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도, 오작가의 글을 읽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나를 눌러앉혀왔다. 그녀의 글의 힘은, 번역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번역이란 단지 외국어를 잘 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모국어(즉 우리말)가 더 중요하다.
이 책도 탄탄한 글의 힘으로, 배송 받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읽기 시작하고는 순식간에 읽어내었다. 작금의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을 배경으로,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만이 최선이 아님을 오작가는 보여준다. 작가로서의 첫 걸음을 내 딛은 오진영, 축하한다. 오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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