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그럽 스트리트
조지 기싱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번역자 구원님이 조지 기싱의 소설을 직접 번역하고 출판한다는 피드를 만났다. ' 조지 기싱' 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이름만 기억하는 상태였는데, 문예 잡지등 대량 인쇄물이 나오고 생계를 위해 글을 쓰는 직업적인 작가들이 등장하던 시기, 작가들과 출판사가 몰려있던 런던 그럽 스트리트를 묘사한 사실주의 소설이라는 소개에 호기심이 동했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비롯한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많은 작품들은 당시 생활상과 조금씩 뿜어나오는 여성들의 의식등을 반영해 주어서 항상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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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글을 쓰며 살아가고 성공하고자 하는 여러 작가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재능은 있지만, 천재적인 작품을 쓸 자신이 없고 세속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재스퍼는 잡지에 투고하는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인맥을 중시하고, 일단 유명해져야 작가로서 성공하기 쉽다고 주장한다.(앤디 워홀의 유명해져라. 그러면 어쩌구..라는 말이 떠오른다.) 리아든은 첫 소설이 성공하고 유명세 속에서 에이미와 결혼하나 그 후 집필 작업은 순조롭지 않다. 가족이 생기면서 부양의 의무까지 그를 옥죈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그는 더이상 글을 쓸 수가 없다. 비펜은 작문 과외로 간신히 생존하며 소설을 쓴다. 마감하는 날 하숙집에 불이 나 하마터면 원고를 잃을 뻔 한다. 평론가 앨프리드 율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끝내 문단의 사람들과 척을 지고, 가족들과도 화합하지 못한다. 리아든의 아내 에이미. 율의 재능있는 딸 메어린도 그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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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은 계층 구분이 뚜렷하여 젠트리 계층과 노동자 계층의 언어적, 문화적 차이가 엄청 났다. 꽃파는 처녀와 대학 교수의 언어 교육, 로맨스로 유명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를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는 작가 조지 기싱의 삶도 투영된 듯 보인다. 글쓰는 것으로는 기존의 중상류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서 가난을 게의치않는 노동자 계층의 배우자를 만나고 그 이후 문화적 차이때문에 고통받은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이 현상은 요즘도 예외는 아니라서 몇몇 운좋은 성공한 작가들외에는 글이 생업을 보장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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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묘사된 당시 생활상도 재미있다. 어려워도 하녀는 두어야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데 하루에 1페니씩 돈을 냈다고. 또 당시 소설이 3부작으로 이루어 진 것도 (이 소설도 3부로 이루어졌다) 도서관에서 1부씩 나눠서 돈을 받고 대여해주어서 소설의 플롯, 스타일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책 속에 당시 생활상을 그린 판화등 삽화가 들어 있어 참고할 수 있다. 이 책의 표지는 이 책을 위해 리간 구 Leegan Koo 가 그린 "작가의 방"이다. 소설 속 어느 주인공의 뒷모습인지 궁금해진다.

책 속으로
p32> 글쟁이들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체하게 유도해서 돈을 번단 말이지.
p184> 대영박물관의 도서실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꿈속의 왕자는 찾아오지 않는다.
p415> 우리 둘 다 실리적이지 못한 사람들이지. 인생을 사는 기술은 타협의 기술이네. 우리가 대체 뭐라고 감성을 잔뜩 부풀리고, 현실에서 이상적 관계만 추구하나. 우리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괴롭히는 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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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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