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저자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사생활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된, 자기 고백서이다. 그래서 읽기가 참..쉽지 않다. 수영을 잘해서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하나, 그 수영이 알고 보면 성적학대를 하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었다. 아버지는 수영을 못했으므로. 다리가 불구이나 글을 잘 쓴 알콜중독자 엄마, 아버지로부터 먼저 학대를 받다가 독립해 나간 언니. 건축가인 아버지로부터 예술가 성정, 엄마로부터 문학인으로서의 성정을 물려받은 리디아는 기나긴 방황을 하고, 그 와중에 첫 결혼에서 얻은 딸을 사산하고..그래서 그녀의 생활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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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녀가 가장 잘 하고 하고 싶었던 일이 글쓰기였다. 글을 쓰면서 그녀는 새로 태어났고, 남편도 만나고, 아이도 얻는다. 그녀는 말한다. “살아낼 수 있는 이야기를 발견할 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라. 나는 그것을 글쓰기를 통해 배웠다.” “죽은 딸의 슬픔에서 솟아오르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당신은 나 같은 여자들을 용서해야한다. 우리는 그냥 몸을 던져보는 것 말고는 다른 삶의 방식을 알지 못한다.” “이 책? 이건 당신을 위한 책이다. 내가 길을 뚫어 흘려보낸 물이다......안으로 들어오기를. 이 물이 당신을 잡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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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가 쓴 글. 글을 쓰면서 토해낸 그녀의 아픔. 그녀의 삶.
그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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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글쓰는 것을 좋아했고, 한참을 끄적거렸으며, 남편이 몇 개 읽어 보고는 계속 글을 써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더 쓸 수 없었다. 바로 리디아처럼 내 속을 다 끄집어 낼 수가 없어서. 아니, 내 속을 다 드러내어 보여줄 수가 없어서였다. 지금도 나는 약간의 허영심. 외모뿐 아니라 지적인 허영심이 가득찬 여자이고, 그래서 누가 봐도 잘난체 하는 여자이고, 이런 내가 실은 그렇지 않아요 라고 고백하기란 진짜 어렵다. 작가가 되는 사람들은 그 단계를 넘어서 껍질을 깨고 나온다. 나는 그러지 못하므로, 독자라는 자리에 만족하고 앉아있다. 한숨을 토해내며 리디아의 책을 덮는다. 그녀의 용기가 부럽다. 그녀의 모든 방황이 글 속에 담겨있어 두렵다. 하지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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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249> 글쓰기에 관해 물어본다면, 글쎄, 그 주제는 굉장히 사적이다. 글쓰기, 그 여자는 내 불꽃이다. 이야기가 태어나는 곳은 그곳, 내게 삶과 죽음이 발생한 곳이다. 글쓰기는 나를 실어 나르고 내 죽음이 될 것이다.
p280> 가끔 영혼은 파도를 뚫고 오느라 느지막이도착하고, 그래서 더 늦게 태어난다. 결국, 당신은 한 번도 혼자인 적 없었다. 축복 아닌가, 외로움 속에서 태어나는 새 생명은.
p318> 뭐든 읽어야 합니다. 손에 닿는 것은 전부 읽어야죠. 좋아하는 것이든, 싫어하는 것이든, 전부 다요. 텅 빈 수영장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잖아요? 문학은 매체입니다. 그 안에서 헤엄칠 수 잇어야 해요.“
p380> 물속에 이 두 사람, 아이와 남편과 함께 있자니, 숨쉬기도 벅차다. 전에는 몰랐다. 이것은 가족이다. 나의 가족이다. 참 사소하지만 애틋한 것이다. 사랑의 단순함이란. 나는 육지에서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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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deu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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