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 고조선, 역사.고고학적 개요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 지음, 이병두 옮김, 유정희 해제 / 아이네아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러시아 역사학자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유 엠 부틴)이 저술한 “고조선 연구”을 읽었다. 1989년에 한번(같은 번역자 이병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가 절판 되었는데, 이번에 다시 수정 보완해서 출간되었다고. 러시아 학자가 쓴 고조선 이야기라 호기심이 급증했는데, 읽다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남북 간의 학문적 교류도 힘든 상황에서, 러시아 학자가 남북 학자들의 연구를 집대성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보완, 서술해서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다.
고조선은 우리에게 그 위치도 불명확하고, 남아있는 문헌도 거의 없이 중국 역사서에 조금씩 그 흔적이 남아있는 터라 새로운 고고학적 유물이 발견되기 전에는 새로운 모색도 쉽지 않은 상태라 이 책의 가치는 매우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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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에 고조선 연구에 이름난 학자들이 추정한 고조선 지도가 나오고, 유 엠 부틴은 여러 가지 문헌을 해석한 근거를 들며 새롭게 (약간 다른) 고조선 지도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중국 문헌에 나타난 고조선, 고인돌 등 고고학적 유물에서 나타난 고조선의 생활상등을 분석해서 고조선의 영토, 인종 구성, 사회 경제 구성들을 연구, 분석, 고조선이 중국 한(漢에)게 멸망한 발달된 형태의 노예제 국가, 한(韓)민족 사이에서 발생한 최초의 정치적 통일체 (혹은 국가적 구성체)라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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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엠 부틴에 따르면, 고조선은 요동 지역과 한반도의 청천강을 중심으로 자리잡았으며, 이후 중국의 세력에 밀려 한반도 동쪽 끝까지, 대동강 유역으로 영역을 확대 되었다. 이 무렵에는 요동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예맥 민족을 중심으로 인종(인종이라는 표현은 좀 낯설다)이 구성되고, 곰 (숭배) 신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볼 때 시베리아 민족의 영향(기타 도구 등을 볼 때 30%가량이라고 추정) 도 있다. 농경 사회였으며 청동기, 철기 시대가 도래 하면서 경제가 발달했고, 해상, 육로를 통한 무역활동도 활발하였다. 경제 발전을 토대로 사유 재산 개념이 나타나고, 계급 제도가 나타나고, 노예 제도도 있었고, 8조 금법 등 사회적 법률도 있었다. 이런 토대로 국가가 형성된다. 망하기 전까지는 중국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했다.
(설명 과정에서 엥겔스의 국가론이 튀어나와 순간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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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단군신화 (신정일체)와 고인돌, 부족국가형태였다는 짧은 기억만 남아있는 고조선이 새롭게 인식되었다. 또한 중화사상 중심의 중국 사학자들의 문헌에서 유추해낸 많은 고증이 고맙고 반갑다. 책을 읽으면서 지명 등이 익숙하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만.
이 책에서 서술한 유 엠 부틴의 시각 또한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러시아 학자여서 제3의 위치에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관찰한 자세가 엿보여서 신뢰감이 간다. 아울러 첫 출간도 정치 상황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는 뒷얘기가 많이 씁쓸하다.
앞으로 남북간의 학문적 교류가 활발해서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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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362> 실제로 문헌상에는 고조선의 사회 구조에 관한 충분하고도 직접적인 정보가 나타나 있지 않으며, 앞으로 발견된 가능성도 희박하다. 따라서...[사기]나 그 이전의..[한서]와 주로 [삼국지]의 상호관계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고조선에 관한 고대 중국 역사가들의 이중적인 입장을 고려하여야 한다.
p378> 모든 자료를 통해 판단해 볼 때, 고조선에서는 사회적 노동의 분화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있었으며, 상품-화폐 교역도 존재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달리 말해 고조선의 생산력 수준은 계급 사회와 계급 국가를 발생시킬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p382> ..고조선의 멸망은 고대 한국 사회의 발전을 정체시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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