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논어의 발견 - 공자에게 길을 묻다 ㅣ 뉴아카이브 총서 5
장주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조선은 유학 때문에 망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동아시아는 유교문화의 보수성 때문에 서양문화에 지배당했다.
등등 동아시아를 수백년간 지배해오던 이념은 유교와 이념은 오늘날에 이르러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 또한 그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나 제사때에 왜 꼭 저렇게 별 의미없어 보이는 예법들을 지키는 것인지 또는 어줍잖은 지식으로 그저 옛것을 비난하면 새로운줄로만 알고 은연중에 유교와 공자를 부정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사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논어의 표지를 넘겨본 적도 없을 것이고 설령 논어를 읽는다 하여도 그것 또한 공자가 직접 쓴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후대의 사람들이 공자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쓴 책일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유교이념은 공자의 사상이 아니라 공자를 팔아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의 사상이라고.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논어를 읽고 공자를 만나야 한다고.
물론 이 책 또한 ‘장주식’이라는 저자의 시각으로 공자를 바라본 책일 뿐이다. 하지만 애시당초 공자와 직접 대화하지 않는 이상(설령 대화를 한다해도 그 진의를 파악하기는 몹시 힘들겠지만) 공사 사상의 정수는 알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본다는 것은 하나의 텍스트를 한가지 시각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즐기는데에 있어 도움을 받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고전이라하여 고리타분한것도 아니고 저자가 나름 독자를 배려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한 듯 하다.
책의 내용은 공자가 중요시했던 개념을 소개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호학(배움을 즐거워함)’, ‘균무빈(고르면 가난이 없다)’, ‘인에 대하여’, ‘언어에 대하여’, ‘벗을 사귐에 대하여’, ‘군자와 소인’을 소개하고 공자와 그의 제자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 기억에 남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는 나의 편견처럼 공자가 예법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제사는 각자의 처지에 맞춰 정성껏 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공자의 대화법이 자못 흥미롭다. 같은 질문이라도 질문하는 상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어찌보면 이랫다가 저랫다가 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나. 사람이 다 다르듯이 각자에게 어울리는 답변이 따로 있다는 그 의도가 무릎을 치게 만든다.
또 하나는 ‘말’과 ‘행동’에 관한 공자의 언급이다.
자공이 물었다.
“군자란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먼저 행동을 하고, 말은 그 뒤에 하는 사람이다.”
위와 같은 대화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말보다는 행동을 하라. 그리고 말은 최대한 적게 하는 것이 좋으나 아예 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가 된다.
p. 127
군자는 말은 어눌하고자 하고, 행동은 민첩하고자 한다.
군자는 자기의 말이 행동보다 지나친 것을 부끄러워한다.
옛날 사람들이 함부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실천이 그 말에 미치지 못할까 부끄러워서 그랬다.
많이 듣고 의심스러운 건 빼버리고도 그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말하면 허물이 적다. 많이 직접 보고 나서 확실하지 않은 건 빼버리고도 그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실천하면 후회가 적다.
그래서 공자는 ‘시언’이 필요하다고 한다. 시언이란 ‘때에 맞는 말’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때에 맞는 말’
몇 일 전 ‘침묵입문’이라는 책을 보았다. 그 책보다는 이 책이 더 ‘침묵입문’에 용이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