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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안녕 - 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공감과 위로!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평점 :
김현진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강준만의 ‘행복 코드’라는 책을 통해서 였다. 그 책은 강준만이 골라낸 몇 권의 책을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쓰이는 책인데 김현진의 책 ‘그래도 언니는 간다’가 그 책들 중에 하나였다. 지하철에서 무개념 어르신?이 젊은 사람들에게 삿대질하며 큰소리치고 ‘집에 가면 너만한 자식이 있다’라는 이제는 너무도 식상한 멘트를 날리면 김현진은 이렇게 대꾸하라고 했다.
‘나도 집에 가면 아저씨만한 아버지가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아니 나를 집에 있는 자식처럼 대해주지 않으면서 왜 자신은 내 아버지 취급 받고 싶어하는 거죠?”
그 책을 본지가 오래되어 정확한 문장은 아니나 대충 이러한 내용이였다. 맥락없이 저말만 쌩뚱맞게 던져놓아서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참으로 맞는 말 아닌가? 개념없는 젊은이들도 많고 개념없으신 어른들도 많은 시대다(‘요즘 젊은이들 참...’을 넘어 ‘요즘 늙은이들 참...’이라는 다소 원색적인 표현이 나올정도로..). 아무튼 요지는 김현진의 말투와 글에는 뭔가 통쾌함이 있었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위 눈치를 살피던 생각들을 시원하게 표현해준다. 그 후 경향신문에서 종종 김현진의 글을 읽을 수 있었고 나와 나이도 비슷하고 처지도 비슷한 그녀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 ‘뜨겁게 안녕’은 그 김현진의 20대 회고록? 이다. 도시 빈민으로써 살아간 20대의 추억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둔 책이다. 이곳 저곳 떠돌며 만났던 집주인과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 알콜중독자 김현진의 단골가게 이야기(술먹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주구장창 나온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지낸지 8년되고 그동안 살아본 집만 14군데 이사만 15번 했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다른게 있다면 그녀가 만났던 따뜻한 사람들을 나는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 그건 내가 따뜻하지 못해서 였을까?
16mm 사장님, 림스통닭 사장 부부님, 순대집 할머니, 너무 착한 집주인 아주머니... 등등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러 책에서 곧잘 등장하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한번도 보지 못해서 실존하는 사람들인지 가상의 사람들인지 항상 헷갈리곤 한다. 아마도 내가 바뀌어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원래 착한사람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언니가 간다’를 읽었을 때는 책 제목의 일부인 ‘언니가 간다’의 동명인 영화가(고소영이 나왔던가?) 김현진과 아무 상관 없는줄 알았는데 이번 책을 보아하니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김현진이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포스터만 보고 ‘정말 더럽게 재미없겠다..’ 라고 생각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한번 찾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