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계곡 - 눈을 감고 길을 걷는 당신에게
유병률 지음 / 알투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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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아니하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것을 경쟁논리로 치환하고 효율로만 판단하려는 가치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 그 사람들의 적수는 요즈음에 신자유주의로 대표되고 있는 자본주의. 그렇다면 이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아니 적어도 위태롭지 않으려면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자본주의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물론 를 아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을 알기 위한 책이다. 자본주의의 성장과정(역사)을 분석해봄으로써 말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어떻게 발생하였고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것인가?

 

p. 65

사냥이나 채집 위주였던 미개한 시대에는 사적 소유의 개념이 없었습니다. 강한 연대감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농경사회가 정착되고 먹고사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는 잉여생산물이 발생하면서 이기심이 행동원리가 되는 약탈이 시작됩니다. 이런 약탈과정의 승자가 바로 유한계급인데, 이들은 고된 생산활동은 하지 않고, 명예가 따르는 일이나 스스로 유한계급임을 과시하는 비생산적인 소비를 주로 합니다.

 

 

잉여의 발생은 자본을 발생시켰고 소수의 유한계급을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다수의 하층계급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당연히 그들의 권리를 위해 들고 일어서야 한다. 그러나 하층계급은 상층계급을 없애려하지 않고 모방하려 한다. 착취당하는 자들이 세상을 바꿔서 다 같이 잘살기를 바라는게 아니라 오히려 남을 착취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탐욕스럽고 무한한 욕망이란 결국 인간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

 

잉여의 발생은 대부분 수탈이나 착취로 이루어진다. 헨리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말했듯이 최초의 지구에 땅주인따위는 없었다. 더 이기적이고 욕심많은 누군가가 무력으로 공유지를 사유지로 변신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단위는 커져만 갔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자신들이 노력해서 얻은 잉여라고 말한다. 열심히 착취하는 것도 노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이 땅의 현실도 다를바가 없다. 대한민국 부자들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친일파들이 등장한다. 일제에 협력하고 그 댓가로 농민들의 삶의 터전을 수탈하고 뻔뻔스럽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가장 절망적인 것은 착취당하고 있는 자들이 그들을 욕하기보다 선망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은 원래 착하고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데 잘못 조성된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서로 물어뜯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은 영화와는 다르게 악이 승리하기 십상이다.

 

죽음의 계곡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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