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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쁘리띠 뻐허리 - 나쁜나라 네팔에서 배운 착한 사랑
반영난 지음 / 반얀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학시절 방학기간이 되면 캠퍼스 곳곳에는 제3세계 사람들의 사진이 인쇄된 벽보들이 부착되었다. 이름하야 ‘방학맞이 대학생 해외봉사 활동’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2달 정도까지 참가국도 다양하고 체류기간도 다양하며 참가비용도 다양하다. 방학때 무얼해야 방학이 끝나고 나서 내 스펙을 높여주는 증서를 마련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몇몇 학생들은 ‘지원서’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잊고 살았다 ‘어렸을 적부터..’라는 과거 이야기부터 불투명하기 그지 없었던 미래도 그 순간만큼은 ‘장차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이라는 선명한 그림으로 바뀐다.
그래서 일까. 나는 해외봉사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단기간 특집?으로 행해지는 종교단체나 대학생의 봉사여행은 그저 취미활동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봉사’에는 자신의 삶이 녹아들어가야 한다. 마더 테레사나 이태석 신부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처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봉사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삶은 분명 일반인들에게는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주변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많다. 왜 그사람들을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굳이 해외까지 나가는 걸까? 주변의 사람들을 돕는 것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번 도와주면 계속 찾아오면 어떡하지?’ ‘한 번 가기 시작하면 왠지 계속 가야할 것 같은데..’ 등과 같이 나의 삶의 영역을 침범할꺼라는 두려움. 누군가는 아니라고 제3세계 사람들이 우리보다 훨씬 못살아서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국내에 거류주인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는 한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적은 있는가? 아니라면 왜?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거리를 더럽히기 때문에? 위화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러한 이유로 나는 대부분의 봉사활동은 그저 남을 돕는 것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다른 취미생활에 비해 조금은 이타적일지도 모르는 취미생활로 생각한다. 진정 그들을 돕고 싶다면 어설프게 며칠 다녀오는 것보다 그 비행기 값을 아껴서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그들에게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외봉사활동 한번 다녀온 적도 없는 주제이기에 사실 이런 판단을 내릴 자격은 없다. 해보지도 않은 주제에 구구절절이 욕할 자격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혼란스럽다. 이 책의 저자도 어느 정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p. 21
이런 마음 어떨까. 난 그들에게 고마웠다. 나보다 불행해줘서.
그래서 내가 적어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게 해 주어서 고마웠다.
취미활동으로써의 봉사라는 의도가 조금은 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좌충우돌 하면서 아이들과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자의 진심을 의심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이별을 예정하고 시작된다는 점에서 나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p. 127
“비까스, 내 꼴을 봐. 너 찾으러 오느라 이렇게 됐어. 보여?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지? 그래도 안 돌아갈래?”
그랬더니 비까스가 대뜸 내 마음에 못질을 한다.
“미스는 한국으로 가버릴 거잖아요. 어서 가요. 왜 날 데리러 왔어요. 난 여기서 할머니랑 살 거에요. 미스는 왜 날 데리러 왔어요.”
그렇다 저자는 결국 그곳을 떠난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하더라고 결과적으로 남겨지는(버려지는?) 사람들은 여전히 네팔의 어린이들이다. 1년정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저자는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다시 삶으로 돌아와 힘들 때 꺼내볼수 있는 추억이 생겼을 것이고 네팔의 어린애들은 어떻게 될까? 또 새로운 사람이 와서 정을 붙이면 또 떠나가는 것일까?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맞다. 최대한 부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래 사람이 만나면 헤어짐도 있는것이지.. 어쩌겠냐 저기서 평생 살수도 없는 노릇이고 1년 고생했으면 나보다는 훌륭한 위인이다.. 그들만의 삶이 있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없다.
그래도 나만의 생각을 덧붙여 보자면, 자신의 삶을 쏟아붓지 않을 것이라면 해외봉사는 가지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일상에서부터 주변이 외국 노동자들, 소외받은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그 사랑이 점점 넓어져서 네팔까지 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