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1disc) - 할인행사
롭 바우만 감독, 데이비드 듀코브니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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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영화가 다 내렸나보다.

<엑스파일>로 검색을 했는데 검색이 되질 않는군.

13일 개봉을 했으니 이제 겨우 10일이 지났을 뿐인데 그새 내려지다니 엑스필(엑스파일 마니아를 지칭하는 전세계적인 용어!)로서 슬프기 짝이 없네 ㅠ,ㅜ

(* 별 수 없이 엑스파일 DVD에 리뷰를 쓰는 나~~~~~OTL~) 

 

이번에 개봉한 <엑스파일2-나는 믿고 싶다>는 전세계 엑스필들을 위한 영화였다.

멀더와 스컬리가 2002년 그렇게 사라진 뒤로

그들은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한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의 영화라고나 할까.

 

그래서 300억 달러의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지만

그래서 시즌이 진행될 때의 하나의 에피소드만큼의 강렬함도 없지만

그저 나같은 엑스필들은 고마울밖에.

 

영화의 완성도?

플롯의 어쩌구저쩌구??

글쎄 다 꺼지라고 해라.

 

우리는 멀더가 던져 천장에 붙은 연필만 봐도 꺅 소리를 지르고

스컬리의 침대에서 멀더가 등장한 단 한 컷에 기절하는

그런

빠심으로 똘똘 뭉친 엑스필들이니까!

빠심으로 대동단결!!! ㅋㅋㅋ

 

ㅎㅎㅎ 게다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의 서비스 컷이라니.

멀더의 팬티가 트렁크인 것이 살짝 불만이었지만 ^^;;;

아마도 그 순간 전세계 엑스필들은

나처럼 화면 속의 그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었을 것이다.

 

나는 믿고 싶다!!!

2012년,

그들이 <엑스파일3>으로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이번 영화는 3편으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였을 뿐이라고.

 

 

I want to believe!!!!



(* DD & GA, 2012년 이렇게 웃는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와 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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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할인행사
임순례 감독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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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항상 해피엔딩이 아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사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2004년의 그 경기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줌마 선수인 오성옥, 임오경, 오영란 선수가 정말 죽을만큼 힘들어 하면서도 코트를 뛰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경기가 끝나고 같이 보던 사람들과 펑펑 울었어요.

경기에 졌지만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서요.

근데 그런 저도 올림픽 때만 그렇죠.

잘하는 선수들이 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핸드볼 실업경기는 남자나 여자 모두 재미없어서 관심이 금방 사라집니다.

아마 핸드볼은 한국에서 영원히 소외된 종목으로 남을 거에요.

그러니 이 영화가 그들에게는(이외에도 소외된 종목의 선수들은 많거든요) 많은 위로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을 때 관객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지

"뭐야 진 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아마도 금메달을 따는 해피엔딩을 기다렸겠죠.

아니면 그녀들이 돌아와서 멋지게 현역복귀를 하는 해피엔딩을요.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해피엔딩이 아니죠.

최선을 다한다고 항상 이기는 게 아닌 게 현실인 거죠.



저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죠.

‘삶은 절대 해피엔딩이 아니다.

드라마에서 현실로 어여 돌아오라.’

는 임순례 감독님을 목소리를 들은 것 같으니까요.

영화 내내 상업영화(?)^^* 속에서도 빛나는 감독님의 고집을 지속적으로 엿볼 수 있는데 마지막 엔딩은 그 중 최고였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일까?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조은지, 엄태웅 등 연기자들의 빛나는 연기에

울기도 여러 번 울었지만

웃기도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제 앞에 앉은 남자분도 불이 켜지고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울더군요.

콧물 질질 짜며 울다가 실실 웃다가 미친년처럼 본 영화였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반복되고 가슴 저린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이어지는 기쁨과 행복을 부여잡고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중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 였을까?

딱히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대우를 받으며 여전히 소외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멋진 순간을 맛본 선수들이 살짝 부럽더군요.

제게도 생애 최고의 순간이 오겠죠?

물론 그런 순간 한 번 없이 밋밋할 수 있는게 또 인생이기도 하지만요.



임순례 감독의 상업영화 나들이

이 영화는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다섯 개의 시선>의 임순례 감독님 작품입니다.

감독님 작품들 볼 때마다 내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곤 했는데

이번 작품은 ‘상업영화라 과연?’ 이런 못된 마음으로 봤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주목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찬란했던 순간에 관심을 가져준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__)



여자감독과 배우가 여자의 우정을 얘기하다

그리고 이 영화가 온통 여자 배우에 여자 감독이잖아요.

그들이 그리는 여자들의 우정에 또 울컥했습니다.

전 사실 남자들의 “마이 묵었다. 그만해라!” 식의 우정엔 도대체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거든요.

섬세하지만 우직한 여자들의 우정과 의리가 그려지는 영화라 더 소중해지더군요.

뭐, 그런 게 있잖아요, 동업자의식!



(*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팀이

금메달보다 더 값진 동메달을 따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임 감독님, <우생순2> 찍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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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이 2008-09-0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영철감독의 마지막 작전타임 말이죠. 바로 이게 우생순이 있게된 동력이 아닌가해요.감독과 선수,선수와 선수의 끈끈한 정이 투혼을 발휘한 거죠. 때론 그 경기 자체가 우생순2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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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출판사에게 준 선인세가 6억원이 넘는다며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그 책 <마지막 강의>.

6억원에 대한 뒷말이 출판계 내부에서는 더 세세하고 분분하지만(사실 그 돈이면 만들고 싶지만 돈 부족으로 뒤로 미뤄놓고 있는 책공장의 책은 몇 십 권도 만들거든요^^;;) 책은 내용으로 판단해야 한다.

계약금과 상관없이 좋은 눈을 가진 독자들은 좋은 책을 알아볼테니까.



누군가는 그러더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랑 비슷한 내용이지, 뭐.”

글쎄, 죽어가는 사람이 남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니 그의 말처럼 비슷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인 <모리..>와

사랑스런 젊은 아내와 이제 걸음마를 뗀 막내 딸을 비롯한 세 아이를 두고 떠나는 40대의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같을 수는 없었다.



뭐, 물론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의 분량도 많지 않지만,

너무 치열하게 자기 일을 해 온 중년 남자의 소회를 듣는 것은 마음이 좀 찡하다.

아마 저자가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썩 그를 좋아했을 것 같지는 않다.

능력은 인정하겠지만 너무 저돌적이고, 꿈을 향해 돌진하는 성격이라 거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를 아꼈던 그의 스승이 이렇게 그에게 말했다지.

‘극단적으로 자기만 알고 지나치게 건방지며 쉴새 없이 의견을 분출해내는 융통성 없는 반골’이라고.

사회생활 해보면 꼭 이런 사람이 있다.

하지만 도덕적 결점이 있는 사람보다는 이 정도의 사회적 결점은 내 일과는 무관하니 용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보다는 도덕적 결점이 있는 사람이 무지하게 많으니까(특히 소위 상사, 임원이라고 불리는 윗사람들!ㅠ,ㅜ).



그는 마지막 강의를 세 아이들을 위해 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 직접 얘기를 해줘도 기억할 수 없으므로 나중을 위해 강의를 한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좀 찡하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알고

자신이 잃을 것보다 아이들이 잃을 것을 떠올리고는 울음을 터뜨렸던 아빠였으니까.



그는 만약 조언을 하려는데 오직 세 단어만 허용된다면

Tell the truth (진실을 말하라)

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도 또 다른 세 단어가 허용된다면

All the time (언제나)

을 더하겠다고 했다.

많지 않은 분량의 책 안에 좋은 이야기들이 꽤 있는데 특히 이 말은 마음에 남는다.

정직, 진실…요즘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금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하고 기도했는데 지난 주 저자의 죽음을 알리는 뉴스가 떴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떠나는 그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유머 있고, 낭만을 좋아하고, 좋은 교육자였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밑줄긋기

-그 어떤 것도 살아서 곁을 지켜주는 부모를 대신할 수는 없다.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

-부모가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걸 알게 해주기 위해서 꼭 살아 있어야만 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저자가 아이들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처지를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려 하는 말인데 꽤 마음이 아프다.)

-네가 잘못하고 있는데도 더 이상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널 포기했다는 뜻이다.

-장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좋은 교육이란 학생 스스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나는 몽상가가 좋다. 설령 이룰 수 없다고 하더라도 꿈꾸기가 삶에 유익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안다.

-불평하는 데 쏟는 에너지의 10분의 1만 문제해결에 쏟아도 얼마나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지.

-경험이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얻는 것이다. 더불어 실패는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 저자가 병투병 중이라 이 책은 전문 작가가 글을 썼다. 그런데 저자가 가상현실을 연구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책을 읽다 보면 쉽게 머릿속으로 영상화가 되곤 했다. 아마도 곧 영화화 되지 않을까?



** 저자의 <마지막 강의> 동영상의 일부(한글 자막 처리된)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http://blog.naver.com/sallimbooks/110032679287

저자가 ‘옷은 기능에 충실하면 된다’라고 책에 쓴 말을 동영상에서 확인했다. 잘 나가는 교수님이 어쩌면 저리도 촌스럽게 옷을 입으셨는지^^;;;


[출처] 항상 정직하라!|작성자 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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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릴라 마케팅
김연호 지음 / 리즈앤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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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입소문 마케팅이 뭔지,

바이러스 마케팅이 뭔지,

작은 사업을 하나 벌여놓고 마케팅 관련한 서적 하나를 읽고 있지 않다가 처음으로 잡은 책이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꽤 유익한 정보가 많았다.

그래서 알았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마케팅 관련 도서를 읽는구나^^*

 

특히 여러 가지 사례가 소개되어 쉬운 내용이 아닌데 쉽게 읽혔던 것 같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는 것도 참 큰 재주이다.

어쨌든 초짜 창업자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읽고 난 후 나처럼 일을 벌여 놓고 제대로 마케팅도 하지 못하고 있는

블로그 이웃에게 책 나눔을 했다.

 

[출처] 초짜 창업자들에게 들려주는 인터넷 마케팅 방법|작성자 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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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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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중이던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책

2001년 10월, 패션 잡지 기자로 마감 중.

잠이 부족해 모든 기자들의 얼굴이 다크서클로 인해 팬더화 돼가고 있던 무렵, 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 책이 한 권 있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당시 8살 개와 동거중이던 나는 ‘개와 고양이, 기타 동물’에 관한 모든 책을 섭렵하고 있었으니 제목에 ‘개’라는 글자가 박힌 이 책을 그냥 넘어갔을 리가 없다. 물론 이 책의 저자인 에프라임 키숀이 노벨 문학상 후보라는 건 내가 이 책을 구입하는데 하등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치고는 참으로 저급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읽은 후의 평은? 수면부족으로 세상이 다 까칠하게 보이는 시점에서 그 부족한 잠을 쪼개어 읽었으니 평이 사근사근할 리가 없다. 그 옛날의 책을 찾아 첫 장을 펼치니 이런 글을 끄적여 놓은 게 보인다.


‘단지 개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구입한 책. 게다가 디자인 하우스의 거니 신뢰가 생기고. 음, 역시 강아지 그림은 귀엽다. 글은 뭐 그저 그럼. 2001.10.13. 마감 중 일주일 만에 다 읽다.’

역시 평이 까칠하다. 그래도 수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하나의 역사를 획득한 초콜릿에 대한 글은 두고두고 머리에 남는 명작이다. 왜냐하면 나도 가끔 쓸모 없는 선물을 받았을 때 ‘이거 어떻게 재활용 안될까?’란 생각을 했었으니까.



출판 명가, 디자인하우스와 마음산책에서 나온 같은 책

그런데 얼마 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것도 다른 출판사에서. 디자인하우스에서는 절판된 모양이었다. 며칠 후 도착한 개정판. 그때는 잡지 기자였지만 지금은 꼴랑 책 한 권을 내긴 했지만 그래도 1인출판 대표로서 ‘개정판이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란 생각을 하며 꼼꼼히 살펴 보았다.

우연인지 디자인하우스와 마음산책은 두 곳 다 여성이 대표를 맡고 있는 곳으로 좋은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이다. 지난 해 웅진 출판사의 잡지 부문을 인수해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는 디자인하우스도, ≪편집자 분투기≫라는 책을 줄 그으면 읽게 만든 정은숙 대표의 마음산책도 책을 구입할 때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출판 일을 시작했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브랜드 신뢰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두 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책은 내 흥미를 끌었다.

먼저 표지. 두 책 다 프리드리히 콜사트의 원화가 표지를 장식했다. 내가 디자인은 잘 볼 줄 모르지만 2001년에 나온 디자인하우스의 표지가 심플함을 강조했다면 마음산책의 2006년 표지는 붉은 원색으로 발랄함을 강조했다.

내지 편집이야 최근의 추세에 맞춰 마음산책의 개정판이 훨씬 시원시원해졌다. 면의 여백을 줄이고 글자의 크기를 키워서 읽기 쉽게 편집되었다. 행간도, 자간도 널찍널찍. 아마 요즘 독자들에게 인문서도 아닌 소설류의 책을 빡빡하게 편집해서 읽게 한다면 첫 장도 읽기 전에 던져 버릴 테니 그런 분위기를 100% 반영한 편집이라고 할 것이다.

번역은 같은 번역가가 담당하다 보니 개정판에서 더 많이 손을 봤고 덕분에 마음산책의 개정판이 훨씬 읽는 재미가 있었다. 콩트의 맛깔스러움이 더 많이 살아났는데 아마도 세 번째 개정판이 나온다면 더 나아지겠지. 같은 번역자에 의해 번역된 책인데 두 번째 글이 첫 번째 보다 나은 건 당연지사이다.

내지 일러스트는 2001년의 첫 책은 컬러인 반면 개정판은 단색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첫 번째 책을 만들 때 단색인 원화를 우리나라에서 컬러링을 한 것. 컬러링이란 것이 잘못하면 촌스러워지기 일쑤인데 다행히 첫 책에서는 마치 원작가가 컬러링을 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개정판은 첫 책과 비교하면 조금 심심하다. 원화를 살리고 싶은 출판사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웃다 보면 인생을 음미하게 된다고?

내가 2001년의 책을 읽고 ‘…글은 뭐 그저 그럼’이라는 성의 없는 혹평을 했던 건 아마도 당시의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다. 잠이 부족해 머리가 띵해 있는 나에게 유머가 먹힐 리 없었다. 유머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생기는 것일지니.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개정판을 보고 싶었으나 여전히 마감에 허덕이는 인생. 하지만 마감의 강도가 잡지 때와 같이 살인적이지 않은 탓인지 첫 경험 때와는 다른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의 표지에 적힌 부제처럼 ‘웃다 보면 인생을 음미하게 되고 인생을 음미하다 보면 웃게 된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뭐 비슷하게 느껴진 것 같다. 일상의 고만고만한 일들을 유심히 관찰한 다음 ‘부풀리기, 과장하기’ 하여 일상의 작은 재미를 놓치지 말고 살 것을 강조하는 글쓰기가 재미있었다. 유머작가의 글을 읽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꽤 여러 번 키득키득 거리기도 했으니.

에피소드마다 사건의 발단은 대부분 ‘남의 시선 의식하기’이다. 남이 나를 이렇게 볼까봐, 저렇게 볼까 봐 다급해진 마음에 둘러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일이 점점 커지는 공식. 코미디의 전형적인 공식이지만 그게 일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니 씁쓸하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을 들킨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주는 재미는 제 각각이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싸달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 “개에게 주려고…” 둘러대다가 낭패를 보는 에피소드에서는 내내 미소를 짓게 됐고, 국산 제품을 고집해서 산 세탁기의 성능이 너무(?) 좋아 세탁기가 나들이까지 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삶의 소소한 부분에서 작가 나름의 철학을 보기도 했다.

또한 첫 책을 읽을 당시에는 내 스스로의 글쓰기에 대해 자신감이 넘칠 때였다. 그래서 남의 글을 ‘후졌다, 수준 미달이다…’ 식으로 주로 혹평으로 재단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점점 글쓰기가 무서워지면서 이젠 웬만한 글도 다 대단해 보인다. 게다가 짧은 글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게다가 각박한 세상살이에 마음이 굳을 대로 굳은 사람들을 한 번 웃게 만드는 건 아마 부시가 하루에 한 번이라도 사라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의 교훈이 뭐냐고?’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바보다. 유머는 그저 유머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



개정판아, 네가 여행을 떠나거라!

책을 덮으며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같은 책이 두 권이니 두 권을 모두 갖고 있을 필요는 없을 테고 결국 한 권은 다른 이에게로 여행을 보내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개정판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책 욕심이 많아 다른 디자인의 두 책을 모두 갖고 싶지만 이중 한 권을 선택해야 한다면 2001년 잡지 마감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던 때의 추억이 담겨 있는 책을 갖고 싶을 뿐이다.

예전 서준식 선생의 <서준식 옥중서한>을 읽으며 서준식 선생이 조카에게 책을 읽은 후에는 책을 읽은 느낌과 마음에 남는 글귀를 담을 수 있는 독서노트를 작성하라고 권하는 것을 본 이후 나도 독서 노트를 마련해서 쓰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보태 책의 앞이나 뒤에는 짤막한 소감을 적는 버릇이 있다. 물론 별 느낌 없는 책에는 빠뜨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적은 것들이 훗날 다시 책을 꺼내봤을 때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지긋지긋한 마감의 추억이지만 그래도 내게 옛 시절의 추억을 꺼내게 해준 고마움. 그게 내가 두 책 중 개정판을 여행 보내기로 한 다분히 주관적인 이유이다.
[출처] 웃다보면 인생을 음미하게 된다고?|작성자 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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