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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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출판사에게 준 선인세가 6억원이 넘는다며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그 책 <마지막 강의>.

6억원에 대한 뒷말이 출판계 내부에서는 더 세세하고 분분하지만(사실 그 돈이면 만들고 싶지만 돈 부족으로 뒤로 미뤄놓고 있는 책공장의 책은 몇 십 권도 만들거든요^^;;) 책은 내용으로 판단해야 한다.

계약금과 상관없이 좋은 눈을 가진 독자들은 좋은 책을 알아볼테니까.



누군가는 그러더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랑 비슷한 내용이지, 뭐.”

글쎄, 죽어가는 사람이 남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니 그의 말처럼 비슷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인 <모리..>와

사랑스런 젊은 아내와 이제 걸음마를 뗀 막내 딸을 비롯한 세 아이를 두고 떠나는 40대의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같을 수는 없었다.



뭐, 물론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의 분량도 많지 않지만,

너무 치열하게 자기 일을 해 온 중년 남자의 소회를 듣는 것은 마음이 좀 찡하다.

아마 저자가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썩 그를 좋아했을 것 같지는 않다.

능력은 인정하겠지만 너무 저돌적이고, 꿈을 향해 돌진하는 성격이라 거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를 아꼈던 그의 스승이 이렇게 그에게 말했다지.

‘극단적으로 자기만 알고 지나치게 건방지며 쉴새 없이 의견을 분출해내는 융통성 없는 반골’이라고.

사회생활 해보면 꼭 이런 사람이 있다.

하지만 도덕적 결점이 있는 사람보다는 이 정도의 사회적 결점은 내 일과는 무관하니 용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보다는 도덕적 결점이 있는 사람이 무지하게 많으니까(특히 소위 상사, 임원이라고 불리는 윗사람들!ㅠ,ㅜ).



그는 마지막 강의를 세 아이들을 위해 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 직접 얘기를 해줘도 기억할 수 없으므로 나중을 위해 강의를 한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좀 찡하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알고

자신이 잃을 것보다 아이들이 잃을 것을 떠올리고는 울음을 터뜨렸던 아빠였으니까.



그는 만약 조언을 하려는데 오직 세 단어만 허용된다면

Tell the truth (진실을 말하라)

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도 또 다른 세 단어가 허용된다면

All the time (언제나)

을 더하겠다고 했다.

많지 않은 분량의 책 안에 좋은 이야기들이 꽤 있는데 특히 이 말은 마음에 남는다.

정직, 진실…요즘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금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하고 기도했는데 지난 주 저자의 죽음을 알리는 뉴스가 떴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떠나는 그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유머 있고, 낭만을 좋아하고, 좋은 교육자였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밑줄긋기

-그 어떤 것도 살아서 곁을 지켜주는 부모를 대신할 수는 없다.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

-부모가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걸 알게 해주기 위해서 꼭 살아 있어야만 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저자가 아이들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처지를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려 하는 말인데 꽤 마음이 아프다.)

-네가 잘못하고 있는데도 더 이상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널 포기했다는 뜻이다.

-장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좋은 교육이란 학생 스스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나는 몽상가가 좋다. 설령 이룰 수 없다고 하더라도 꿈꾸기가 삶에 유익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안다.

-불평하는 데 쏟는 에너지의 10분의 1만 문제해결에 쏟아도 얼마나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지.

-경험이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얻는 것이다. 더불어 실패는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 저자가 병투병 중이라 이 책은 전문 작가가 글을 썼다. 그런데 저자가 가상현실을 연구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책을 읽다 보면 쉽게 머릿속으로 영상화가 되곤 했다. 아마도 곧 영화화 되지 않을까?



** 저자의 <마지막 강의> 동영상의 일부(한글 자막 처리된)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http://blog.naver.com/sallimbooks/110032679287

저자가 ‘옷은 기능에 충실하면 된다’라고 책에 쓴 말을 동영상에서 확인했다. 잘 나가는 교수님이 어쩌면 저리도 촌스럽게 옷을 입으셨는지^^;;;


[출처] 항상 정직하라!|작성자 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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