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라임 키숀의 <행운아54>를 <개를 위한 스테이크>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2005년 저자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신작을 한국어로 보는 일은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되다니 이 또한 책의 제목처럼 행운인지. 큰 줄거리를 요약하면 간단하다. 지지리 돈도 능력도 없이 변두리 인생으로 사는 주인공 뮐러가 어느 날 밑도 끝도 없이 최고의 배우가 되어 벌이는 기상천외의 해프닝 한 마당 정도?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최고의 평론가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는 배우가 된 주인공이 그 상황을 머리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그 상황을 즐기고 때로는 그 상황을 불편해하며 겪는 얼마 간의 이야기이다. 이번의 이야기 또한 앞의 책 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최고의 블랙코미디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내가 보기에 에프라임 키숀은 책을 읽는 독자들을 요절복통 웃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작가는 아니다. 아니, 그런 재주는 숨기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 보다는 사람을 은근슬쩍 기분 좋게 웃긴 다음 그걸 보고 스스로 즐기는 그런 취미를 가진 작가인 것 같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스포크 박사처럼 말이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고 주인공보다 스포크 박사에게 관심이 더 많이 갔다. 뮐러에게 때마다 시기 적절한 조언 멘트를 날려주는 스포크 박사는 과연 누구인가? 나도 살다 보면 그런 조언을 해주는 조언자 하나쯤 만나게 될 수 있을까? 생활밀착형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어쨌든 스포크 박사가 쓴 <남편과 남성들의 상식>은 한 권 구해야겠다. ^^ 지하철에 앉거나 이불 위에 드러누워 피식피식 헛웃음을 날리며 이 책을 읽었다. 거대한 매스미디어와 황색언론에 대한 풍자를 이렇게 경쾌하게 할 수도 있다니. 지난 봄, 경찰은 안전한 고기 좀 먹자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쏘아댔고 사람들은 “온수! 온수!!”를 외쳤다. 그 웃지 못할 광경을 보며 나는 이게 바로 가슴 시린 블랙코미디구나 생각했는데, 왠지 에프라임 키숀의 유작 <행운아54>는 내게 5월과 6월의 서울 거리를 떠오르게 한다. 이 또한 비약일지 모르지만 자유로운 상상력의 작가라면 나 같은 독자의 생각 정도는 이해해주지 않을는지! [출처] 독자가 키득거리는 걸 보고 즐길 것 같은 작가|작성자 책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