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 - 생각은 깊게 표현은 분명하게
김웅식 지음 / 보누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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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


가정 주부로 10년 넘게 살아오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알고 있던 단어들이 하나둘 씩 희미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알고 사용했던 용어인데도 막상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단어가 분명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데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닿지 않는 느낌이랄까. 더 당황스러운 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너무 오래된 표현을 쓰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다. 마치 오랫동안 동굴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세상이 많이 변한 뒤에야 밖으로 나온 사람처럼, 나는 예전에 익숙했던 단어를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사람들의 언어도 변했다. 새로운 단어들이 생겨나고, 같은 의미라도 조금 더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을 키우고 가족을 돌보는 일에 집중하며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나의 언어도 그 시간 속에 멈춰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이런 책들을 찾아 읽게 된다.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라기보다 잊어버린 나의 언어를 다시 찾아주고 싶어서다. 이번에 만난 <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도 그런 마음으로 펼쳐든 책이다. 사실 우리말을 들여다보면 한자어는 생각보다 훨씬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단어 중에도 한자어가 참 많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내용도 마찬가지다. 국어는 물론이고 사회, 과학, 수학 등 여러 과목에서 한자어로 이루어진 개념과 용어를 이해하는 것이 학습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국영수를 비롯한 중요한 공부만큼 한자 공부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한자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한자를 읽을 줄 안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말의 뜻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다.


<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는 단순한 한자어를 공부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첫 장을 읽고 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단어의 뜻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생각과 삶의 태도를 이해하게 된다. 한 단어에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게 바로 진정한 학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외우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지식을 통해 또 다른 생각을 만나고, 그 생각이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저자는 말한다. "무엇이든 충분한 시간을 거쳐야만 본래의 성질이 드러나고, 불필요한 것은 사라지며, 핵심만 남게 됩니다. 급하게 얻은 결과는 쉽게 사라지지만, 시간을 들여 정련된 결과는 오래 유지됩니다." 이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무엇이든 빠르게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그렇게 쉽게 얻은 지식이 아닐 때가 많다. 시간을 들여 읽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내 삶과 연결해 본 것들은 오랫동안 내 안에 남는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한자어들도 그렇다. 짧게는 몇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다듬어진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경험하고, 생각하고, 깨닫고, 그것을 다시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과정 속에서 단어의 의미는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오늘도 한 단어를 천천히 들여다 본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 있는지 그리고 그 시간이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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