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편한 레스토랑 - 오지랖 엉뚱모녀의 굽신굽신 영업일기
변혜정.안백린 지음 / 파람북 / 2023년 9월
평점 :

별난 셰프와 별난 서버가 펼치는 에세이라서 그런지 '불편한 레스토랑'이란 책 제목부터 1장 트렌드는 좋지만 뒷감당은 힘들고, 2장 돈도 좋지만 가치는 지키고 싶고, 3장 배부르고 싶지만 아름답게 즐기고 싶고, 4장 고기 좋아하지만 비건도 하고 싶고, 5장 내 멋대로 하고 싶지만 평판은 무섭고, 6장 오지랖은 싫지만 왕은 되고 싶고? 소 제목들이 예사롭지 않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기록들을 뼈대로 삼았으며 천년식향 인스타에 소개된 손님들의 솔직한 후기들도 포함시켰다고 한다. 1장에서는 사람들이 늘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로 구성되어 있다. 2장에서는 가치와 신념을 모토로 삼는 비건 다이닝과 자영업의 근본 목적인 돈 벌기 사이의 충돌 이야기로, 3장에서는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장으로, 4장에서는 비건을 원했지만 천년식향에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 속에서 구현된 이야기, 5장에서는 술과 섹스라는 욕망, 그리고 언뜻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아도 타인의 시선으로 마음대로 하기는 어려운 그것들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손님을 평가하는 글로 마무리한다.

저자의 프로필이 엉뚱하다. '천년식향' 오픈 전까지는 여성학자로 젠더, 성 평등, 인권 관련 전문가로 민. 관. 학을 넘나들며 활동했으며, 한국 여성인권진흥원장, 충청북도청 여성정책관 등 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여러 자문역을 맡았고, 서강대, 이화여대 등에서 지금도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딸 역시 어럽게 결정한 유학을 포기하고 친구들과 해방촌의 구석진 곳에서 음식점을 차렸다. 두 모녀는 전혀 다른 영역에 더 매치가 되지 않는 부분이 이 책의 내용과 그녀들의 요리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 천년식향은 딸의 셀프 인테리어에서부터 그 여정은 시작되었다. 음식점 창업이라는 게 메뉴와 레시피 개발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영업, 관리, 세무, 소방, 위생 교육 등 창업자가 스스로 다 알아서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다 담은 4개월 동안의 노고로 천녀식향은 완성되었다고 한다. 우당탕 식당이 처음이지만 손수 인테리어를 시작하면서 천녀식향까지 당당한 창업의 십계명, 지속 가능한 돈 벌기 십계명, 음식일지 십계명, 홍보관리 십계명 등을 참고로 처음 창업하시는 분에겐 이 책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비건 식당을 계획하고 있다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소소하게 챙겨야 하는 부분들이 많은 창업 그리 만만치는 않겠지만 말이다. '천년식향'은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여 식기도 돌그릇을 사용하며 설거지 세제도 코코넛 베이스의 인체 무해한 세제를 쓴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음식 재료는 친환경 또는 못난이 채소라고 하니 건강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천년식향의 시그니처 당근 요리는 궁금하다. 고기 보다 맛있다는 당근 요리는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 사실 고기를 대신하는 비건이라 하면 실감은 나지 않는다. 별로 좋은 기억이 없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콩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입맛에 맞지 않았다. 비건 요리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그니처 당근 요리는 무척이나 궁금하다.

창업!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한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만 실패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 속에서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음식과 아울러 가치를 파는 곳인 천년식향에서는 다양한 시도, 다양한 피드백, 그에 이어지는 끊임없는 성찰과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이 꿈꿔온 식당의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지만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속에서 세상을 배워가는 삶이 창가로 비취는 햇살처럼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 지속적 도전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 저자의 말처럼 두 모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행복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건으로 식당 창업을 생각한다면 이 책을 꼭 권해주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