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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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예술은죽었다 #원앤제이갤러리 #박원재 #예술 #교양 #인문 #샘터 #샘터사 #도서제공 #북스타그램

사실 제목부터 끌리는 책이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예술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너무나 명확하게 알려 주고 있어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낀다. 특히나 나처럼 예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자칫하면 창작물, 결과물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데 이 책에서 늘 강조하는 것은 과정과 작업의 이유, 그리고 소통이다.

예술은 답을 제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길목에 있는 것이고 답을 향한 방향을 잡아나가는 작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관객과 작가가 함께 예술의 한 재료로서 참여함으로써 힘을 합쳐 진리를 찾아나가는 여정이다. 참 감사하게도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와 방법적인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뿐 아니라 물리적인 몸과 몸이 선사하는 감각의 체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몸을 통해 모든 것이 오고 가며 정신도 이어질 수가 있음을 깨닫는다.

사실 그것은 예술뿐 아니라 삶에도 적용할만한 진리다. 우리는 서로 보고 듣고 만지고 교감함으로써 순간순간의 작은 행복들을 쌓아간다. 그것이 모여 전반적으로 행복한 '인생'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몇몇 예술가들을 소개하는데 그중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업들은 그야말로 인간을 위한, 그리고 인간 자체가 예술의 이유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작가 자신이 참여하고 관객들이 자신을 이용하여 그들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현재의 예술은 저자의 말대로 투자의 대상이 되고 결과에 대한 반응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저자와 같은 언급들이 모여 염려되는 미래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앞장서서 작지만 강한 시도를 해주는 저자를 나도 응원한다.

좋은 책 제공해 주신 출판사 샘터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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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결말을 바꾼다 - 삶의 무의미를 견디는 연습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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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철학은결말을바꾼다 #서동욱 #가제본서평 #김영사

<철학은 결말을 바꾼다>는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하게 되는 ’ 철학‘이라는 학문을 우리의 생활 속 디테일한 부분들에 적용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무심코 지나쳤거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소한 순간들, 혹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거부하거나 혐오하는 부분들, 인간의 사는 구체적인 방식 등에 대해 사유하고 근본을 탐구하는 시도들이 정말 많았고 지금까지도 훌륭한 사람들이 가벼운 것들을 뜻깊게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많은 철학자들, 문학가들의 사상에 비춰볼 때, 세상에 가벼운 것은 없다. 반대로 엄청나게 진지한 것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것에 대해 자연스레 떠오르는 몽상들을 존중하는 것이 만물을 대하는 자연스러운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좀 더 나아가 만물이나 현상을 한 발 떨어져서 보고 그것에 대해 색다른 방식으로 사유하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도 각자의 삶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돌파구가 아닐까 한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철학자들만큼의 심오한 사유는 아니라도 각자 할 수 있는 한 다르게 보고 반대로 보고 삐딱하게 보기도 하며 새로운 의미를 발굴해 보는 연습을 하면 생활이 조금 더 재미있을 것 같다.

1부 일상의 보석의 소주제, 자유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부분을 읽으며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적어본다. 거리에서 춤을 추는 비보이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한 자유와 그 선택에 대해 심판받을 자유를 누리고, 길거리의 사람들 역시 그의 호소에 반응할 자유와 반응하지 않을 자유를 각자 누린다. 가난을 택할 자유, 돈을 택할 자유, 고독할 자유, 관계 맺을 자유, 심판하고 심판받을 자유, 책임질 자유… 자유는 세속에서 한 순간도 비움 없이 작동하고 있고 자신이 행사되길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인간은 대부분 도처에 널브러진 자유를 자유로 인식하지 못하다 간혹 죽음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기도 한다. 자유를 알아보지 못하면 인간은 좀 불행해지는 것 같다.

3부 세기가 숨긴 법칙의 소주제, 무위의 철학에서 갑자기 든 생각은 모든 만물의 법칙, 질서는 결국 ‘나’라는 존재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세계는 어쩌면 자신에 대한 지나친 연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혹은 자신에 관한 분석이 삽질일 수도 있음을 분석 후에 알려주는 밉상이기도 하다. 만물은 자신을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두길 바라지, 귀찮게 분석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누구도 이 세계의 진리를 명확히 알아낼 수 없다. 그것을 짐작하기 쉬운 방법은 접근성이 가장 높은 자신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 그것이 곧 진리를 알아가는 여정과 다름없다. 인위적, 작위적으로 파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 행동, 생각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충분히 모험하고 체험하는 것이 모든 것을 아는 시작점이다.

4부 우리가 사는 법칙 의 ’모방‘에 관한 글을 보면 사실 인류사의 한순간도 모방이 없이 발전하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책에서 말하듯 심지어 잠을 청하는 것도 모방에 의해 이루어지며 토템 신앙의 사제가 토템의 모습을 모방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은 태어나서 주위 사람들을 보고 따라 하며 각각의 인격체로 자란다. 다만 긍정적인 모방이 되려면 자신이 외부로부터 보고 배운 것을 승화시켜 또 다른 길을 타인에게 제시해 주는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저자 서동욱은 그 밖에도 구역질, 산업혁명, 웨이터, 지리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철학적 개념들을 적용하며 어렵지 않게 읽고 사유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며 자잘한 의미들보다도 인생과 이 세계에 대한 심플하고 큼직한 진리를 깨우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좋은 책 제공해 주신 김영사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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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혹은 자유롭게
이재복 지음 / 모던앤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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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보았던 영화가 내포하는 날카로운 메시지들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영화를 그저 재미 위주로만 봐왔으나 그 안에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있었다는 걸 알고 다시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영화 평론 같지만 나처럼 아무 비판의식 없이 영화를 대하는 소시민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을 보면 평론보다는 에세이가 맞는다. 저자가 평론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저술한 것 같아 감사하기도 하다.

10편의 영화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각 영화마다의 의미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심지어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서술하였다. 저자의 취향과 주관적 의견, 시각으로 쓰였지만 그래서 더욱 다양한 각도로 영화를 이해할 수 있고 저자의 자유로움이 느껴져 나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특히 <아바타>, <매트릭스> 등의 영화에서 저자가 말하는 메타버스의 공간과 인간의 관계,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과 변화 등을 읽으면서 내 그림작업에 요긴한 영감을 많이 얻었다. 또한 <집으로 가는 길>의 호모 사케르에 관한 글에서 체제로부터 버려지는 인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속했던 곳으로부터의 제외로 인해 몸으로써의 인간이 겪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사이버의 세계를 더욱 갈구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인간은 몸과 정신을 함께 지녀야 하는 생물이니 그 두 세계를 별개로 인식하고 철저히 샛벽을 세울 수는 없는 것 같다. '정신'으로 존재하는 사이버상에서 집단으로부터의 제외는 결국 자신의 '몸'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니까. 우리네 인간의 과제는 어디에 속하지 않아도 개개인으로써 자유롭고 안정될 수 있고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인간이라는 본디의 순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타인의 정신을 이용하거나 욕망을 부추기는 마음을 갖지 않아야 한다.

내가 관심 갖지 않았던 분야의 영화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지하게 되고 각 영화들을 분석하면서 철학적 개념들도 함께 소개하여 사고의 범위가 한층 넓어진 것 같아 이 책을 읽은 이번 기회가 내게는 굉장히 큰 소득의 시간이었다. 영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비평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

좋은 책 제공해주신 모던 앤 북스 에 감사드립니다.

#서평 #자연스럽게혹은자유롭게 #이재복 #모던앤북스 #단단한맘 #행복우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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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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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는무엇을타고나는가 #케빈J미첼 #오픈도어북스

지금까지 나는 유전학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고 전문적인 책을 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전문서적은 당연히 어려울 것이란 짐작에 읽을 엄두도 못 냈지만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전문적이면서도 술술 읽히는 느낌이 들어서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저자 케빈. J. 미첼은 인간은 각자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그릇이 있지만 그것이 발현되는 양상은 후천적인 학습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성격이 선천적으로 정해지지만 그것을 사회에 맞추어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개선하거나 선택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인간에게 또한 있다는 것이다. 나를 생각해 보니, 아버지를 닮아 어릴 때부터 손제주가 있었고 결국 지금도 미술 분야에 있는 것을 보면 성향과 끌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때에 가능했던 도구나 수단으로 나의 능력을 발휘했겠지. 지금의 나는 현대의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단, 예를 들면 나의 그림을 영상화하는 작업을 사용하고 있으며, 만약 더 먼 미래에 태어난다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하거나 4차원, 5차원의 무언가를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타고난 유전적 특성은 바꿀 수 없지만 환경적, 경험적 요인이 더해져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된다는 것이 정말 맞는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 공감각‘이라는 것도 작계가족을 통한 유전자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여러 감각영역의 경계가 또렷하지 않아 상호교류가 유연한 상태인데 음악을 색으로 표현한다거나 문자를 맛으로 표현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어찌 보면 그런 것들도 예술적 감각의 일부가 아닐까 싶지만 이 책을 통해 오히려 공감각이 발현되는 다양한 모습 중에 예술이 있다고 나름대로 결론 내릴 수 있었다. 나를 그림으로 표현하려면 세상으로부터의 여러 자극들을 나만의 필터로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것도 공감각의 하나일 거라고 짐작해 본다.

이 책의 유전자의 성적 지향 부분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경로는 서로를 억제하면서 한 가지 방향으로 가려는 성질이 작동하는데 하나로 정해지는 것이 그 과정이 빠르고 강화되기 때문이며 진화론적으로도 유리하다고 한다. 경계가 모호할 경우는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에 번식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만약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길 외에 또 다른 성이 존재했다면 인류는, 아니 모든 영장류의 번식과 존속은 어려웠을까. 되도록 적은 선택지가 빠르고 쉬운 번식과 존속에 유리했던 것일까 하는 새삼스런 각성이 온다.

저자는 유전자는 정해지는 것이지만 그 작동방식은 너무나 다양하고 무작위적이기에, 커다란 경향성은 있지만 그 외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을 존중할 필요가 있음을 넌지시 말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인생에도 적용해보고 싶다. 나의 본성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엉뚱한 길을 가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삶의 모습은 평탄할지 몰라도 정작 자신의 삶의 만족도는 크지 않다는 진리와도 통하는 것 같다. 환경에 맞게 조금씩은 수정해 가며 자신을 가다듬을 수는 있지만 억제를 한다든가 주어진 것을 거부하는 것은 올바른 진화, 행복한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책은 그냥 보기에는 글씨가 빽빽하고 다소 어려우리라는 예상을 하게 되지만 막상 읽다 보면 흥미롭고 신비로운 생물학적 원리들이 이야기처럼 전개되어 빠져들게 된다. 유전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유전자가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인간의 자유의지를 탐구하는 그 오랜 노력이 진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좋은 책 제공해주신 오픈도어북스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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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허기
정능소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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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관계의허기 #정능소 #메이킹북스 #도서제공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생의 의지를 노래할 때는 밝음과 긍정의 언어로서 맺음 하는 것이라고만 여겼던 나는 정능소 시인의 시집 <관계의 허기>에서 좁다란 내 원칙 안에서는 너무나 이례적인 구사 방식을 느꼈고 배웠다. 정능소 시인은 인생의 역경과 허무, 관계의 회의 등을 특유의 비관적 언어로 노래한다. 하지만 마치 욕쟁이 할머니의 정이 듣는 이의 마음을 더 후벼 파듯 시인의 표현방식은 삶에 대한 의욕과 열정을 더 적나라하게 툭툭 보여준다. 어쩌면 그가 시를 쓰는 것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느끼는 ’허기‘를 달래어 가며 다시금 살아내자는 다짐이며 세상에 옛다 하고 건네는 욕쟁이 할머니의 맵디 찬 비빔냉면과 비슷할까 싶다.

그의 시 한 줄 한 줄은 세상의 구석구석 관심을 갖지 않는 곳이 없으며 작은 것에서, 스치듯 지나간 것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것에서 조차 아픔의 이치를 발굴하고 분석한 후 관조한다.

어릴 적에나 있었던, 현대에는 마주치기 힘든 단어나 사물들이 많이 언급되어 잊고 있었던 것들을 상기할 수 있는 재미는 시인의 세계를 이해하기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와중의 단물과 같다.

‘여린 가지 바람 막아 줄
벽이 없어

옹기 깨져 피 말라붙을 뻔한 적이 몇 번이던가

별들 울음 머리에다
얹고

서리, 서리 이슬에 적셔져 지샌 밤

질겨진 몸으로 뒷짐 지고
헛기침할 때쯤

그릇을 비워야 한다니 과정이 전부라면 시작은 누가
할까

의미로 집 짓고 변명으로 담장 둘러
들어앉아도

끝내 베이지 않던가
나무’

-‘생각하는 나무‘, 116p

소중한 도서 제공해주신 메이킹 북스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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