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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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유전학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고 전문적인 책을 접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전문서적은 당연히 어려울 것이란 짐작에 읽을 엄두도 못 냈지만 <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는 전문적이면서도 술술 읽히는 느낌이 들어서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저자 케빈. J. 미첼은 인간은 각자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그릇이 있지만 그것이 발현되는 양상은 후천적인 학습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성격이 선천적으로 정해지지만 그것을 사회에 맞추어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개선하거나 선택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인간에게 또한 있다는 것이다. 나를 생각해 보니, 아버지를 닮아 어릴 때부터 손제주가 있었고 결국 지금도 미술 분야에 있는 것을 보면 성향과 끌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때에 가능했던 도구나 수단으로 나의 능력을 발휘했겠지. 지금의 나는 현대의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단, 예를 들면 나의 그림을 영상화하는 작업을 사용하고 있으며, 만약 더 먼 미래에 태어난다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하거나 4차원, 5차원의 무언가를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타고난 유전적 특성은 바꿀 수 없지만 환경적, 경험적 요인이 더해져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된다는 것이 정말 맞는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 공감각‘이라는 것도 작계가족을 통한 유전자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여러 감각영역의 경계가 또렷하지 않아 상호교류가 유연한 상태인데 음악을 색으로 표현한다거나 문자를 맛으로 표현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어찌 보면 그런 것들도 예술적 감각의 일부가 아닐까 싶지만 이 책을 통해 오히려 공감각이 발현되는 다양한 모습 중에 예술이 있다고 나름대로 결론 내릴 수 있었다. 나를 그림으로 표현하려면 세상으로부터의 여러 자극들을 나만의 필터로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것도 공감각의 하나일 거라고 짐작해 본다.

이 책의 유전자의 성적 지향 부분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경로는 서로를 억제하면서 한 가지 방향으로 가려는 성질이 작동하는데 하나로 정해지는 것이 그 과정이 빠르고 강화되기 때문이며 진화론적으로도 유리하다고 한다. 경계가 모호할 경우는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에 번식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만약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길 외에 또 다른 성이 존재했다면 인류는, 아니 모든 영장류의 번식과 존속은 어려웠을까. 되도록 적은 선택지가 빠르고 쉬운 번식과 존속에 유리했던 것일까 하는 새삼스런 각성이 온다.

저자는 유전자는 정해지는 것이지만 그 작동방식은 너무나 다양하고 무작위적이기에, 커다란 경향성은 있지만 그 외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을 존중할 필요가 있음을 넌지시 말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인생에도 적용해보고 싶다. 나의 본성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엉뚱한 길을 가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삶의 모습은 평탄할지 몰라도 정작 자신의 삶의 만족도는 크지 않다는 진리와도 통하는 것 같다. 환경에 맞게 조금씩은 수정해 가며 자신을 가다듬을 수는 있지만 억제를 한다든가 주어진 것을 거부하는 것은 올바른 진화, 행복한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책은 그냥 보기에는 글씨가 빽빽하고 다소 어려우리라는 예상을 하게 되지만 막상 읽다 보면 흥미롭고 신비로운 생물학적 원리들이 이야기처럼 전개되어 빠져들게 된다. 유전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유전자가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인간의 자유의지를 탐구하는 그 오랜 노력이 진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좋은 책 제공해주신 오픈도어북스 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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