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뭘까?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채인선 지음, 서평화 그림 / 미세기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는 건 무엇일까요? 사는 건 어떤 것일까요?

 

90년대 노래 중에는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라는 노래(여행스케치, 1994)가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라고 말하지요. 그러면서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을 해 줍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희망과 설렘을 느꼈지요. 누구도 알 수 없고,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어도, 되도록이면 바라는 것을 이루면서 살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럼, 아이들에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산다는 건 뭘까?> 이 책은 미세기 출판사에서 2014년부터 출간한,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여섯 번째 권입니다. 산다는 건 정말 뭘까요? 이렇게 사는 것은 맞을까요? 살면서 드는 수많은 의문, 과정 중에 느꼈던 좌절, 기쁨과 슬픔, 희망. 그 모든 것은 정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손이 스르르 나갔던 것은 제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그 질문들 때문이 아니었나 합니다.

 

산다는 것은 움직이며 숨 쉬는 일입니다. 무언가를 쌓아가며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이어 나가는 일입니다. 때론 힘들어도 희망을 갖고,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일. 계속 이 시리즈를 리뷰하면서 정말 채인선 작가님을 한 번 찾아뵙고 싶어 졌습니다.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정말 빛 속에 서 있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이렇듯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내시는 분은 얼마나 아름다우실까요?

 

작가님의 이야기처럼, 우리네 삶은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모두에게 다르게 흐르는 시간, 모두에게 다르게 다가오는 일들.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바람을 맞아도, 시원함을 쌓는 사람과 스산함을 쌓는 사람이 다르듯, 우리네 삶도 모두에게 다르게 쌓여 나갈 테지요.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산다는 건 뭘까?"라고 물었습니다. "산다는 건 생각한다는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이 시리즈의 2권으로 돌아가야 할 듯한 느낌이...) 생각하는 삶이라.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것보다는 바람직하겠지요.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생각으로 채워간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미세기 출판사에서는 이후에 또 어떤 주제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내어줄까요? 도서관에서 신간도서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이 시리즈를 전부 찾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들 앞에서 멈칫거리던 저도 발견한 시간이었습니다. 언제고 한 번 시간을 내셔서, 아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배운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한 새 - 살 곳을 잃어 가는 모든 생명들에게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14
최협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집에 오는 길에는 공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공원이라고 기억하지만, 기실 울타리가 둘러진 잡초밭이던 것 같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에, 그곳에는 잠자리가 참 많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친구들과 잠자리도 잡고, 가끔씩 메뚜기나 사마귀도 발견하고, 귀뚜라미도 찾았지요. 그래서 우리의 하굣길은 늘 등굣길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집에 온 후에도, 우리는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길가에 핀 풀도 뜯어 소꿉장난도 했습니다. 겨울이면 빈터에 꾸며진 밭에 쌓인 눈을 뭉치며 눈싸움도 했지요. 봄에는 강낭콩의 싹이 올라오고, 여름에는 강아지풀도 가득했습니다. 식사 때는 밭에 나가서 상추를 뜯어 오기도 했고요. 시골의 어느 마을 같지만, 그곳의 주소지는 그때도 지금도 서울특별시로 시작합니다. 온갖 아파트와 상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곳으로 바뀌었을 뿐이지요. 위치는 그대로인데, 더 이상 풀이 자라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흔했던 생명들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이 <흔한 새>는 시냇가에 살던 노랑할미새입니다. 길이 20 cm 정도인데, 우리나라의 3월과 7월에 지나가는 철새라고 합니다 (나무위키). 참새처럼 사시사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물가에서 흔히 보던 새. 땅을 울리며 나타난 포클레인에 맑은 물이 흙탕물로 바뀌고, 냇가 풀숲은 단정한 시멘트 둑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새는 잘 보이지 않지요.


최협 작가님의 책에서는 "그립다"던지, "보고 싶다"던지 하는 말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그런 새가 있었지, 물가에 물이 흐르고, 새가 살았고, 물고기가 있었더랬지." 하며 읊조릴 뿐입니다. 글만 떼어내고 보면 너무나 담백한데, 흐르는 물, 조약돌, 물고기가 사라지는 모습을 짧은 책 안에서 보고 있자니 담백한 글 속에 눈물이 흐르는 듯 합니다. 앞뒤 간지에 그려진, 예전과 지금의 동네의 모습을 번갈아 보고 있으면 더욱 착찹하지요.


너무나 흔해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맑은 공기, 뚜렷한 사계절, 새벽마다 울어주던 집 앞의 새들, 철마다 찾아오던 잠자리, 메뚜기, 귀뚜라미, 밤하늘에 빛나는 별. 흔했고, 당연했지요. 단 한 번도 이것들이 없는 순간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인식도 못한 채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면, 미세먼지가 또 덮쳐 올 것입니다. 어느새 여름과 겨울은 길어졌고, 봄과 가을은 시작되는가 싶으면 끝나버립니다. 여름밤 숨죽이고 들었던 풀벌레 소리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메뚜기는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보던 별은, 정신을 집중해서 찾아야만 겨우 하나 보일 정도고요.


저 역시 문명의 발전 속에서 편안하게 살면서도 가끔은 잡초들과 함께 서 있던, 그 울타리가 생각이 납니다. 철망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잠자리를 잡던 기억도 아련하고요. 아마 우리 아이들은 그런 기억조차 갖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별을 보기 위해 멀리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봄이 오면 진달래보다 공기청정기를 먼저 떠올릴 수도 있겠지요. 제 유년 시절에 당연했던 일들이 아이들에게도 당연한 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이미 마스크 없이 밖에 나가는 시간마저 기억 속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자신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기면, 어느 순간 사라집니다. 그것이 자연이든, 사람의 마음이든, 당연하게 여길수록 고마운 마음이 없어지니까요. 당연히 내 곁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들. 잃고 나니 이제야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들. 그들이 떠난 후에 느끼는 이 고마움을 전할 길이 없습니다. 그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표지판 아이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18
전경혜 글.그림 / 리잼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여기 의도치 않게 엄마를 놓쳐버린 아이가 하나 또 있습니다. 어린이 보호 구역 표지판 안에 엄마와 아이가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표지판 안의 아이가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전경혜 작가님께서 쓰고 그리신 <표지판 아이>입니다.


 

날아온 축구공에 맞아 땅으로 떨어진 "표지판 아이"는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엄마를 찾았습니다. 다치지 않게 깡통 속에 숨어 있다가, 발에 차이고 바람에 쓸려서 여기저기 날아가기도 했습니다만, 표지판 속의 수많은 어른들은 길 잃은 아이를 두고 보시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림체가 너무나도 인상적입니다. 길도, 벽돌도, 표지판의 기둥도. 모두 연필로 하나하나 그린 듯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용만 읽고, 두 번째는 섬세한 그림들만 열심히 보았습니다. 표지판 속의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자니,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의 픽토그램 팬터마임이 생각나더군요. 앞표지에서부터 아이를 향해 손을 뻗고, 다른 손은 표지판을 꼭 잡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더니, 이렇게나 멋있는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다니요. 정말 그림책에는 특별한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세상은 무섭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선뜻 내밀기 쉽지 않습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왔다가 오히려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지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점점 외로운 세상이 되는 듯합니다. 그런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좋은 분들께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십니다. 길가에 쓰러진 분을 구급대에 신고해주시기도 하고, 직접 심폐소생술을 해서 골든타임을 지켜주시기도 하지요. 그런 빛과 같은 분들 덕분에 이 세상은, 외로워도 슬퍼도 여전히 아름다운 곳인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을 읽다 - 성격을 알면 인간관계 실패는 없다
지순호.홍지희 지음 / 보아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니어그램이란, 9개의 점을 갖는 도형을 말합니다. 에니어그램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에니어그램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고대의 지혜가 그 유래가 된다고 추정됩니다. 에니어그램 시스템은 구전되어 온 고대 지혜와 보편적인 진리를 집대성해 놓은 것으로,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유태교 등 종교의 가르침과 더불어 여러 가지 철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정하기로는 기원전 2500년경, 바빌론 또는 중동지방(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일대)에서 유래했다고 하지요. 구전되던 애니어그램은 러시아, 프랑스 등을 거쳐 1984년에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되었고, 2001년에 표준화된 한국형 에니어그램 성격유형검사가 출판되었습니다.(위키백과)

 

이 책은 애니어그램으로 분류한 성격 유형과 고대 그리스 신화를 재치있게 연결해 놓았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혜가 오롯이 담긴 그리스 신화는 정말 여러 가지로 활용이 됩니다. 그리스 신화는 유럽 문화의 근간을 이루지요. 이를 정신분석학 관점으로 다시 풀어 써놓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별자리도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지요. 요즘에는 아이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책도 나옵니다. 그만큼 그리스 신화는 고대 인류 문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서 사람을 읽어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성격 유형과 관련된 책을 보면, '나는 어디에 속할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모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279쪽부터 성격유형 진단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빈 종이 한 장, 볼펜, 계산기를 갖고 각 항목의 점수를 적어가면서 계산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이 책에서 성격 유형을 9가지로 나눕니다. 뒤표지에 보이시죠? 1번 헤라를 시작으로 데미테르, 파에톤, 아프로디테, 아테나, 프시케, 에로스, 아킬레우스, 헤스티아형으로 소개되네요. 어느 형에 속하시나요? 

 

애니어그램은 인간 그룹을 크게 세 가지, 본능형, 가슴형, 머리형으로 나눕니다. 이들은 각각 세 가지로 다시 세분되고요. 본능형은 장에서 기인하는 강한 에너지가 특징입니다. 1번 헤라(개혁가), 8번 아킬레우스(도전가), 9번 헤스티아(평화주의자)가 여기에 속합니다. 가슴형은 따뜻한 마음을 에너지로 활용합니다. 2번 데메테르(조력가), 3번 파에튼(성취자), 4번 아프로디테(에술가)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머리형, 또는 사고형은 심사숙고를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지요. 5번 아테나(탐구자), 6번 프시케(충성가), 7번 에로스(낙천가) 형이 포함되지요. 

 

책에서는 각 유형의 특성과 함께 우리가 익히 아는 인물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각 유형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누가 될 것 같으세요? 1번은 마하트마 간디, 2번은 오드리 헵번, 3번은 혜민 스님, 4번은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 5번은 아인슈타인, 6번은 국민 MC 유재석 님, 7번은 김어준 님, 8번은 마틴 루터 킹, 9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소개됩니다. 이 책에서는 각 유형의 특징이 지나치게 발현되면 어떻게 되는지, 신화 속의 사례도 보여줍니다. 각 유형은 어떤 점이 취약한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주의하면 될 것인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어떤 유형에 속한다면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성격을 팝니다>를 쓰신 메르베 엠레 작가님은, "자기를 선명하게 인식하는 언어로 무장하고, 전통과 관성에서 벗어난 이들은 자신이 곧 자신의 운명(개성)을 통제하고 결정하는 주체라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알면 세상을 사는 지혜를 얻는다는 뜻이겠지요. 세상을 조금 더 지혜롭게 보시는 일에 이 리뷰가 작은 도움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만났다, 그림책 책고래숲 3
김서정 지음 / 책고래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주 작은 글씨가 빽빽한 책-아주 작은 삽화가 수록된-을 읽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림책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했을 때 정말 생소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글이 적고 그림만 많은 책은 왜 볼까?’라는 생각을 했지요.

 

아이를 기르면서, 나름 그림책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고, 최숙희 작가님의 책에 빠졌습니다. 그림책이라는 것이 읽을수록 마음이 찡한 부분이 있더군요. 아이를 기르면서 반성하는 부분도 있고, 뭐랄까. 저를 더 키워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잊고 있던 기억도 떠오르고, 모르던 것도 알려주고. 해묵은 상처를 떠올려 다시 만져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고, 그림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보고, 그림책의 가치를 어렴풋이 느낄 때, 김서정 작가님께서 쓰신 <잘 만났다, 그림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총 93권의 그림책 (또는 어린이책)에 대한 평론집입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서평을 평론이라고 한다지요. 서평이라고 하면 무언가 딱딱한 느낌이 들고, 왠지 작가의 의견과 내 의견을 첨예하게 비교해야 할 것만 같지만, 여기에 문학이 포함되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집니다. 거기에 그림책이라니. 그저 평온한 마음으로 접할 수 있어서 좋기만 합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집니다. <1, 어른들이 더 뭉클할 것 같아요>, <2,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3, 함께 배울 게 있는 것 같아요>. 목차만 봐도 정말 이 책을 얼마나 고심해서 구성하셨는지 마음이 찌릿해집니다. 저는 큰 목차를 보면서 그림책은 더 이상 아이들만은 위한 책이 아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1부에서 어른들에게 그림책을 맛깔나게 느끼도록 알려주고, 2부에서 아이들을 위한 책, 3부에서 함께 즐기도록 구성하신 것 같았거든요.

 

<1, 어른들이 더 뭉클할 것 같아요>는 다시 여섯 부분으로 나뉩니다. 가슴 먹먹한 인생, 세상을 돌아본다. 자연을 돌아본다. 아이를 돌아본다, 뭔지 철학적이네, 그림책-이런 예술. 이렇게 나뉜 여섯 부분에 걸쳐 총 37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내 이름은 자가주(퀜틴 블레이크)>를 시작으로 함민복 시인님의 시를 그린 <흔들린다>까지. 한 권 한 권, 그 책이 갖는 의미와 역사, 작가님들이 이야기까지.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가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풀려 나옵니다. 정말 작가님의 스토리텔링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2,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는 먹는 이야기, 노는 이야기, 안심되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동물들의 이야기, 총 여섯 부분에 걸쳐 42권의 책이 소개됩니다. 사노 요코 작가님의 나는 고양이라고!’, 문승연 작가님의 안녕, 달토끼야’, 백희나 작가님의 장수탕 선녀님등등. 너무나 유명해서 몇 번을 읽어본 책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2부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존 버닝햄 작가님이나 모 윌리엄스 작가님, 이수지 작가님의 책도 소개됩니다. 특히 143쪽부터 151쪽까지, ‘백희나의 음식이라는 부제 아래 백희나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써 주셨습니다. ‘! 평론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도록, 백 작가님에 대한 깊은 고찰이 가득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 왠지, 백희나 작가님의 책을 한 켠에 쌓아두고 밤새 읽고 싶은 생각이 가득 듭니다.

 

마지막 <3, 함께 배울 게 있는 것 같아요>에서는 자연에서 배워요아픔에서 배워요두 부분에 걸쳐 14권의 책이 소개됩니다. 여기부터는 조금씩 분량이 늘어나서, 그림책과 어린이책이 섞여 있습니다. <청딱따구리의 선물 (이우만 글, 그림/보리출판사)> 책을 소개해주실 때는 논픽션 그림책에 대한 소개도 간략하게 넣어 주셨습니다. ‘아픔에서 배워요부분에서는 역사, 환경, 성폭력, 원폭투하 등과 관련된 다소 무거운 주제의 그림책이 소개됩니다. 역시 그 안에 담겨 있는 많은 문제들 또한 하나의 스토리로 엮여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라고 표시해 놓은 책들을 샅샅이 찾은 것입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중고서점에서,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있는 것은 대출 신청을 해 놓고,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주문을 했지요. 93권의 책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안의 책을 다 읽고 싶네요.

 

93권의 책을 93개의 다른 이야기로 풀어 놓은 책. <잘 만났다, 그림책>을 보면서 읽는 내내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림책 자체가 갖는 힘에 작가님의 깊은 생각이 더해지니 시너지가 나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다 아름답지만, 특히 마음에 와닿은 한 부분을 적으면서 이 리뷰를 마치고 싶습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인간이든,

살아가는 일 자체가

남을 위해 몸을 바치는 일이란다,

이런 말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비극이 아니다.

꽃 피운 상추에서 받은 상추씨가 그 삶을 되돌려준다.

그렇게 생명은 이어져가고

그 가운데 한몫을 담당하는 일은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상추들이 말해준다. -p13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