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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 아이 ㅣ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18
전경혜 글.그림 / 리잼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여기 의도치 않게 엄마를 놓쳐버린 아이가 하나 또 있습니다. 어린이 보호 구역 표지판 안에 엄마와 아이가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표지판 안의 아이가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전경혜 작가님께서 쓰고 그리신 <표지판 아이>입니다.
날아온 축구공에 맞아 땅으로 떨어진 "표지판 아이"는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엄마를 찾았습니다. 다치지 않게 깡통 속에 숨어 있다가, 발에 차이고 바람에 쓸려서 여기저기 날아가기도 했습니다만, 표지판 속의 수많은 어른들은 길 잃은 아이를 두고 보시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림체가 너무나도 인상적입니다. 길도, 벽돌도, 표지판의 기둥도. 모두 연필로 하나하나 그린 듯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용만 읽고, 두 번째는 섬세한 그림들만 열심히 보았습니다. 표지판 속의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자니,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의 픽토그램 팬터마임이 생각나더군요. 앞표지에서부터 아이를 향해 손을 뻗고, 다른 손은 표지판을 꼭 잡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더니, 이렇게나 멋있는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다니요. 정말 그림책에는 특별한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세상은 무섭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선뜻 내밀기 쉽지 않습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왔다가 오히려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지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점점 외로운 세상이 되는 듯합니다. 그런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좋은 분들께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십니다. 길가에 쓰러진 분을 구급대에 신고해주시기도 하고, 직접 심폐소생술을 해서 골든타임을 지켜주시기도 하지요. 그런 빛과 같은 분들 덕분에 이 세상은, 외로워도 슬퍼도 여전히 아름다운 곳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