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음악
수산나 이세른 지음, 마르타 치코테 그림, 김정하 옮김 / 리시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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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바람 소리를 들을 때면 하늘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 소리를 진짜 노래로 바꾸면 어떨까 싶기도 했고요.

 

수산나 이세른 작가님의 <바다의 음악>을 보고 있으려니, ‘바다 역시 자기만의 노래를 부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의 음악, 파도와 바람으로 바닷물을 연주하는 바다 오르간이라는 아름다운 악기가 분명 존재할 것만 같았거든요.

  

어느 날 거센 바람 때문에 과수원도 농작물도 물고기도 떠나버린 리만다. 마을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져 버립니다. 오직 어부 다니엘과 그의 딸 마리나만 남게 되었지요. 텅 빈 마을을 끝까지 지키는 아빠를 원망하는 마리나에게 어느 날 아빠가 선물을 하나 주십니다. 새벽녘, 바닷가에서 말입니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음악.

음악은 물결 위로 밀려와

집들 사이를 흘러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저 먼 곳으로 사라져 갔어요.

 음악이 흐르는 모습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이 글귀만으로도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 벅차게 흐르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정말 듣지 못해서 그렇지, 자연은 늘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리만다에 이제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가장 먼저 음악을 듣고 찾아오는 존재는 누구일까요? 뒷부분부터는 정말 뿌듯한 행복들이 몰려옵니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감응하는 존재들. 그들은 어떻게 자연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요?

  

우리 주변의 자연의 소리는 정말 다양할 것만 같습니다. 나뭇가지를 사르르 흔드는 바람의 소리, 하늘의 노래. 구름을 밀고 가는 바람의 소리, 하늘의 노래. 바람에 맞추어 노래하는 새들의 소리, 바람의 반주에 몸을 흔드는 꽃들의 신나는 노랫소리. 꼭 맞는 음계로 연주하는 곡이 아닌, 자연만이 갖는 음악 소리는 어떤 힘을 갖고 있을지 문득 생각해보게 됩니다.

  

바다의 음악.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존재들의 노래. 이 아름다운 책을 통해서 꼭 한 번 마음으로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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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고래
마르셀로 시모네티 지음, 산드라 코네헤로스 그림, 김정하 옮김 / 리시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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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문어의 꿈이라는 예쁜 노래를 아시나요? 너무나도 귀여운 가사와 멜로디로 시작하는 노래, 문어의 꿈. 문어는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잠에 들면서 여행을 하지요. 바닷속이 너무나도 우울해서 꿈을 꾸는 문어가 됩니다.

 

그런 문어와 같은 예쁜 고래가 한 마리, 리시오 출판사를 통해서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상상을 하면서 자신의 세상을 무한히 넓히는 고래입니다. 이 고래가 얼마나 예쁘고 아름답고 귀한 상상을 하고 있는지 보시겠어요?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이면 예쁜 우산을 들고 거리를 걷고,

뜨거운 여름날에는 살구나무에 올라 시원한 공기도 마셔요.

바다 위로 뛰어오르면 제비가 되지요.

슬플 때는 상상 속의 음악을 들으며 슬픔을 이겨내요.

 

그런 고래를 보면서, 뜬구름을 잡는 것만 같아서 어른들은 현실을 마주 보라고 합니다. 현실이 주는 한계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두라고 하지요. 더 이상의 상상은 허락되지 않은 채, 고래는 현실을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런 고래는 현실의 벽 앞에서 자신의 소중한 상상을 다시 떠올리며, 상상 속의 삶에도 가치를 둡니다. 그리고 상상하는 고래의 앞에 기적이 일어나지요.

 

우리는 아이들의 한계를 어른들의 현실로 규정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분명 한계를 배워야 할 부분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생각까지, 그리고 상상까지. 현실을 들이밀며 한계 짓고 금지할 필요가 있을까요? 생각조차, 상상조차 제지당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혹하지 않은가요. 이 세상 어딘가, 아이들의 상상이 현실이 될 곳이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그곳을 발견해보지도 못하도록 꿈꿔보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래서인가. 이 귀여운 고래의 상상이 너무나 귀하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상상과 생각을 소중히 여기는 고래의 모습도 그러하지요. 고래처럼 아름다운 시간을 가져 볼, 세상 모든 아이들의 모습도 예쁘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런 예쁘고 귀여운 상상이 아이들 앞에 현실로 이루어질 날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같이 손잡고 흔들면서 노래도 불러주고 싶어요.

 

나는 고래, 상상하는 고래~~”


#상상하는고래 #리시오출판사 #상상 #꿈 #마르셀로시모네티글 #산드라코네헤로스그림 #김정하옮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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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건 뭘까?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채인선 지음, 심보영 그림 / 미세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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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기 출판사에서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신간이 나왔습니다. 2014배운다는 건 뭘까?’로 시작해서 벌써 여덟 번째 책이 나왔네요. 기다리던 시리즈의 신간이라 정말 반갑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참 쉽게도 쓰이는 말이 사랑이고, 참 어렵게도 쓰이는 말이 사랑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또, 사랑한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랑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요. 사랑한다는 말에는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아픔과 그리고 그것에 따르는 가장 큰 책임이 포함되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을 덤덤하면서도 설렘이 가득하게 그려 놓았습니다.

 

이 책은 표지부터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 뒤로 멍한 표정으로 사랑에 빠진 아이가 보여요. 김효근 선생님께서 쓰고 지으신 가곡, ‘첫사랑의 첫 소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이여, 설레는 내 마음에 빛을 담았네.” 이 글귀가 그림으로 그려진다면 이 표지가 아닐까 했어요.

 

사랑. 설렘,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궁금함.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사람을 살피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일들을 생각하지요. 그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더 나은 내가 되려 하고, 무엇보다 나를 살피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는 어떻게 되고 싶은지. 우리 둘이 무엇을 해 나갈지도 생각하지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반드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채인선 작가님께서는 기다림을 해결책으로 풀어 놓으셨네요. 그렇지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기다리는 것, 하지만 사랑을 의심하지 말 것. 그렇게 기다리고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어 놓으면 사랑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사랑스러운 분홍색 배경을 두고 예쁜 하트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렇지요. 이런 보드라운 분위기가 우리의 사랑일 것입니다.

 

반드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저는 아이를 넣어 가면서 읽었어요. 그래도 무리없이 읽히고, 무리없이 이해가 됩니다. 작가님의 이야기 솜씨도 너무나 좋지만, 사랑이라는 말이 갖는 보편적인 아름다운 가치 덕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책이 아닌가 해요.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랑. 나의 마음도 들여다보시고, 나의 곁에서 함께하는 이들도 생각해주세요.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 노래 속에서 늘 단골 소재로 쓰이는 이 사랑이라는 말이 과연 어떤 것인지 설레고 예쁘게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한다는건뭘까 #미세기출판사 #초등학생질문그림책 #채인선글 #심보영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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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소리
수산나 이세른 지음, 다니엘 몬테로 갈란 그림, 김정하 옮김 / 리시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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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가슴이 아픕니다. 쪼그라든 어깨, 푹 숙인 고개. 어디에 있든 구석진 곳만 찾아 숨어 들고, 항상 어딘가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이어집니다. 이 어린 비버에게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요. 머리 위로 비버에게만 떨어지는 솔방울, 항상 없어지는 간식, 혼자만 빠지는 구멍 등등. 짐작이 가시지요? 누군가 주도해서 이 어린 비버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유심히 보던 다람쥐가 드디어 이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또 알게 되지요. 이미 멧돼지가 비버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 누구도 한 마디 동조의 말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지요. 어떻게 모두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있나요?

 

그런데 진짜 이런 일은 현실에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나서기 싫고 휘말리기 싫으니까요. 나만 아니면 되니까요. 그래서 이유 모를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비버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합니다. 그 마음이 왠지 이해가 됩니다. 그냥 모든 것이 자기 잘못만 같아서 어디에도 말을 못하는 마음이겠지요.

 

결국 다람쥐는 묘안을 냅니다. 모두에게 알립니다. 그동안 이러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어른들이 어떻게 전혀 모를 수가 있느냐?” 다람쥐가 소리 높여 외쳐 주는 이야기에 드디어 온 숲이 반응을 합니다. 드디어 가만히 있던 다른 동물들이 증언을 하네요. 아니, 증언보다 사실은 자기도 괴롭힘을 당했다는 면피와 같은 변명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여기에 나오는 어른들은 어른답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결말도 나오지요.

 

이 그림책은 참 불편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을 향한 맹목적인 적의, 그에 따른 괴롭힘. 그 괴롭힘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 그림책에서 이러한 적의와 동조를 읽게 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나마 어린아이들이면 말이라도 한번 해 볼 수 있겠지만, 적당히 큰 아이들에게는 말도 못 꺼내는 것이 현실이지요. 피해 학생을 두고 가해 학생의 부모가 명예 훼손으로 고소를 하기도 있고, 피해 학생이 결국 견디다 못해 슬픈 선택을 하기도 하지요. 주변에서도 보면, 다른 아이를 때리고 괴롭혀 놓고 장난이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장난도 심하게 치면 안 된다는 말로 대충 지나가던 어른들도 있었다지요.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니, 그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가 싶었습니다.

 

현실이 그러할지라도, 누구든 힘들 때,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소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나의 어려움을 들어 줄 곳이 없다는 그 막막함이란 상상조차 힘든 외로움까지 가져 오니까요. 제발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는 그 막연한 바람, 그리고 그 소리를 같이 외쳐 주기를 바라는 마음.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주는 소리. 숲속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바람처럼, 함께 울려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함께 외쳐 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될까 싶어서 그러합니다.

 

#괴롭힘 #외면 #소리 #알아주기 #한마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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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이별
클라우스 엥브링 지음, 이본 호페-엥브링 그림, 백훈승.백다라 옮김 / 리시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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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께서 먼저 떠나시고 2년이 지났네요.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할머니는 그 2년간 아무렇지 않게 삶을 살아가셨어요. 일상은 그대로 잔잔하게 흘러갔지요. 그래도 할머니의 마음속에 허전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하늘에서 할아버지의 삶을 즐겁게 살고 계셨네요. 하시던 일도 여전히 열심히 하고 계셨고요. 너무나도 훌륭하신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하느님은 문을 하나 열어 주십니다. 할머니에게 불어오던 그 허전한 바람은 그 문을 통해 왔나 봅니다. 문을 발견한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까요? 제목만으로도 예측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는 이 과정을 놀랍도록 담담하게 서술해 나갑니다. 단 한 번의 눈물도 없고, 단 한 번의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 아이가 슬프지 않은 것도 아닐 텐데. 너무나도 담담한 회상을 따라가니, 이상하게 울음소리가 가득 묻은 떨리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별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이제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뜻이 담겨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별 앞에서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눈물도 흘리지요. 그리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이제 그 사람은 떠났다는 것을 알고 이별마저 축복해주기 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만 같아요.

 

그림책을 보니, 이별이란 참으로 삶 속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예고된 이별이 얼마나 될까요? 떠나는 사람은 마음의 준비를 하겠지만, 남는 사람에게는 한순간의 일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남는 사람들에게 이별이 아름답게 남으려면, 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아이처럼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겠지요.

 

이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삶을 살아가면서 분명히 필요한 노력이겠요. 슬픔에만 매몰되기보다, 그 사람을 회상하고 이해하고 결국에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요. 그러함에도 그 과정을 통과한 사람에게서는 삶의 깊이가 묻어나지 않을까요? 저는 그 깊이를 이 책의 첫 간지와 마지막 간지를 비교하면서 느꼈습니다. 왠지 쓸쓸한 처음과 무언가 깨달음이 가득한 마지막. 갑작스럽다고 생각할 법한 이야기의 끝을 통찰로 마무리하는 듯한 이 구성과 배치가 정말 훌륭합니다. 실제로 읽으시면서 꼭 한 번 느껴보시면 좋겠어요.

 

#이별 #시작 #여행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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