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박스는 일종의 사회화를 통해 학습되는 남성성을 말한다. 남자는 울면 안되고, 여자처럼 보여도 안되는 등 소위 남자다워야 한다는 등 남성에게 강조하는 모든 강령을 말한다. 그런데 이 방식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179페이지의 인용된 내용이 그것이다. 아직도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데이트 폭력, 가정폭력)으로 위기에 처한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남성들의 침묵을 동의라고 간주한다.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이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남자가 남자에게 우리는 그런식으로 여자를 대하지 않는다고 가르치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남성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방식에 박수를 보낸다.

딸을 선호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딸바보 아빠들이 늘어나는 이 시점에 남성들이 모순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습관적으로 내뱉는 차별의 말을 한꺼번에 지울 수는 없겠지만 자각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좋겠다. 단순히 직업 내 성비를 맞춘다고 인원으로 할당하는 제도같은건 폐지하고, 인식 수준을 올리는 일에 힘을 쏟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를 살아가는 나의 딸은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안전한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맨박스는 남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명령을 내린다.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맨박스는 남자다움의 행동 강령에 맞춰 행동하는 이들을 추켜세우는 반면, 기준에 미달하는 행동을 한 이들을 가차 없이 처벌한다. 남성들만의 이런 강령은 할아버지 세대에서 아버지 세대로 그리고 오늘날 남성들에게로 전해 내려왔다. 선한 의도를 가진 대다수 남성들이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고쳐 나가려면 맨박스가 담고 있는 사회적 규범을 하나하나 해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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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심장에 돌을 얹은 것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원하지 않는 두번의 출산과 낙인, 그리고 결혼 이후에도 도구처럼 다뤄진 셀리의 삶에 할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2022년의 독자에게는 기이한 삶이지만, 불과 100년전인 1922년도의 우리나라의 여성들의 삶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셀리가 겪는 곤란함은 단순히 흑인 여성의 삶에만 해당는 불편함이 아닌 것 같다. 약자의 키워드는 무수히 많고 어떤 것도 이 자리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는 파워게임 아니겠는가. 인종, 외모, 지위, 권력, 돈, 나이 등에 차이로 수평적인 관계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소설이었다. 묘사가 디테일한 소설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운을 남긴다. 수동적인 셀리의 삶과 비교되는 슈그와 소피아의 삶이 인상적이었다. 타고난 매력으로 당당한 슈그의 모습과 투쟁으로 쟁취해나가는 소피아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았다. 현실을 생각할 때 소피아처럼 싸우기에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그 점이 안타깝고 화가난다.

책을 읽고 영화를 찾아봤는데 같은 이야기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려져 있어서 흥미로웠다.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디테일하게 그려준 부분에 대해서 만족했고, 엔딩에 대해서는 다른 후기들처럼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영화도 같이 보기를 추천한다.

질문1. OO씨는 왜 이름이 익명으로 처리되었나?
ㅡ셀리에겐 그는 누구이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버트는 우선 보모가 필요했고,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부인이 필요했다. 마음은 슈그에게 가있는 껍데기인 남편은 셀리가 사는 곳을 바꾸었을 뿐이다. 대체될 수 있는 힘은 어디에도 존재한다.

질문2. 셀리의 편지에서 수신인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ㅡ신과 인간의 관계가 수직적인 관계라면, 자매의 관계는 수평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셀리의 수신인으로서의 하나님은 권력의 프레임을 입고 있었다. 네티의 편지를 발견하고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동안의 착각을 하나씩 허물어가며 기존의 관념을 부정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신론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것이 옳은 것인지 질문하고 따져보게 됐다는 의미이다. 누군가의 그림자처럼만 살아왔던 셀리의 삶에 슈그가 등장하면서 인격적인 자아로서의 나를 발견하게 된 것 같다. 어떠한 모습이건 나는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며,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질문3. 진짜 여성주의란?
ㅡ여성도 동등한 욕구를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것이 아닐까. 이는 주로 누군가의 조력자로 인식되온 기존의 모습과는 다르다. 일방적으로 참기를 강요받는 모습과는 반대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소피아의 모습에서 우머니즘의 의미를 찾아본다.

책 <님아 그 선을 넘지마오>의 ‘이상하고 비상식적인 시가의 법칙‘, 그리고 책 <B급 며느리>에서 언급된 ‘비겁한 평화‘가 떠올랐다. 대체로 약자인 한쪽이 참아야 하고, 불합리적인 일에 침묵해야 한다는 것은 강자의 언어다.

나아지고 싶다면 우리 모두 어디선가부터 시작을 해야 하고,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건 결국 우리 자신이에요.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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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이었던 저자가 지은 책이다. 짧은 호흡의 글로 수시로 책장을 넘기기 좋았다. 유럽에 대한 환상을 깨는 부분도 있고, 사람이 사는 곳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언론의 역할을 했던 음유시인(머리가 비상한 호동왕자가 떠오른다🤯), 퐁듀용으로 이 치즈는 안팔겠다고 하는 판매자(구워먹든 회떠먹든 내맴이지🤑), 다아시의 외모에 관한 추측(콜린 퍼스보다는 매튜 맥퍼딘에 한표를👍), 디카페인 커피 탄생 배경, 하와이안피자 논란(이탈리아인들은 꿀찍어먹는 고르곤졸라피자의 맛을 알려나🤔) 등 솔깃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에거사 크리스티의 실종사건은 TV 프로그램인 ‘서프라이즈‘를 보는 긴장감이 전해졌다.

다만 제목에서 주는 기대감이 더 컸던 탓일까. 흑역사라 하면 조회수를 부르는 자극적인 내용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전반적으로 강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있다. 전반부가 더 재미있던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여기까지 이룬 것으로 보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실제로는 금전적이든, 문화적이든 어느 일정한 자산 위에서 출발한 경우가 상당수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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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케네스 그레이엄에게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이 있었다. 아이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모으고 편집해서 출판한 책이 이 책이라는 데 과정부터 뭉클함이 전해진다.

이 책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라는 제목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집어 들었다. 버드나무는 물가에 사는데 가지가 유연하게 늘어진 모습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바람이 불면 흔들림이 눈에 띄게 크지만 쉽게 부러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책에서 버드나무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아들이 이런 유연한 관찰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두더지, 물쥐, 두꺼비, 오소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큰 이야기는 두꺼비의 사건사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새로운 것에 잘 반하고, 남의 충고를 듣지 않으며, 사고를 치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는 캐릭터다. 나는 주변인들을 끊임없이 인내하게 만드는 두꺼비 캐릭터에 화가 났지만 아이들은 이것을 어떻게 소화할지가 궁금해졌다.

각 동물들의 특성에 맞게 캐릭터를 만들어낸 점이 탁월해보였다. 특히 눈길이 갔던 동물은 제비였는데 158페이지의 대사가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을 때 기분이 같이 붕붕 뜰 때가 있는데 제비가 그 느낌을 가장 잘 아는 캐릭터 같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두 가지 욕구를 품고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정착보다 떠나고 싶은 욕구가 더 크다는 걸 상기하게 됐다.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험을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글밥이 적은 편은 아니라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동물과 닮았는지, 주변인 중에 닮은 캐릭터가 있는지 찾아보는 활동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린 먼저 우리 안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져. 달콤한 불안 같은 거 말이야. 그런 다음 추억이 하나씩 생각나. 먼 길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비둘기처럼. 추억은 밤이면 꿈속에서 퍼덕이고 낮이면 우리와 함께 빙글빙글 돌며 날아다녀. 우린 너로에게 물어보고 음을 비교하고 그게 정말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곳의 이름과 향기와 소리가 하나씩 돌아와서 손짓해.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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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동물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과학, 특히 생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을 읽고 생김새가 그렇게 생긴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장 인상적인 생물은 해삼이었다. 포식자에게 잡히면 껍질을 버리고 도망갈 수 있는 유연함이 사랑스러웠다. 그많은 소라를 먹으면서 껍데기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나름의 증축을 하는 전략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책에서는 해양생물에 관심이 많이 갔다. 다른 생물들도 만나보고싶다.

표준상태는 해삼의 평소 상태이다. 언제든지 몸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다고도 말할 수 없다. 이 상태에서는 껍데기를 약간 잡아당겨도 저항하지 않는다. 길이를 10% 이상 바꿀 정도의 큰 힘이 가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껍데기는 큰 힘으로 저항한다. 즉, 무엇이든지 곧이곧대로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헐렁한 여유 부분이 있는 것이 이 상태이다. 여유가 있으면 몸을 움직일 때 저항 없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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