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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왜 사냐건 벚나무를 보라!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를 좋아한다. 그 시 마지막에 나오는 ‘왜 사냐건 웃지요’ 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이 책을 읽고 마지막 책을 덮으면서 왜 사냐고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뭐라 대답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은 그런 생각을 절실하게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벚나무가 많았다. 그 벚나무가 필 때 교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을 따라 벚꽃 잎이 날려 들어오곤 했었다. 또 벚꽃 잎을 비처럼 맞으려고 일부러 벚꽃나무 아래에 서 있기도 했었다. 그리고 난 뒤 그 벚꽃이 다 지고 난 뒤에 우리는 언제 벚나무 아래 서 있었냐는 듯 그 나무를 잊었다. 일 년의 단 며칠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일 년의 대부분을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 진 채 지내는 나무... 그 나무가 그렇게 아름다웠고 누구에게나 추억 하나쯤 안겨준 벚나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이 작품에는 우리가 접하는 흔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노인들에게 효도 관광을 시켜준다면서 온천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이상한 물건을 비싼 값에 강매하는 사람들. 반품도 안 되고 다달이 할부금 고지서만 날아오고 안내면 독촉장에 조폭 같은 사람들에게 시달리기도 하고... 뉴스나 주변에서 어르신들이 당했다는 얘기 한번쯤은 모두 들었을 것이다. 그런 사기꾼들이 등장한다. 한 노인이 교통사고 뺑소니로 목숨을 잃었다. 가족은 처음에는 그런가했지만 의아하게 생각되어 주변에 아는 사람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그는 예전에 탐정 사무소, 이름도 거창한 아케치 탐정 사무소에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다. 그는 그들이 보험금 사기 사건으로 그를 살해한 것은 아닌지를 조사하게 된다.

이 작품을 처음 읽는 동안은 <이유>와 같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품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라면 이 작품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그것보다 더 진한 감동과 인간의 살아야 하는 진짜 이유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순정만화 같은 표지가 왜 이 작품과 잘 어울리는 지는 읽어야만 알 수 있다. 제목이 왜 이렇게 시적인지도 읽어야만 알 수 있다. 읽고 나면 얼마나 제목과 표지와 내용이 잘 어울리는 지 이해하게 된다. 

왜 사냐건 벚나무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는 그날까지  살아야 한다. 왜? 태어났기 때문이다. 태어난 이상 끝까지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잘... 잘 살고 싶은 분들에게 편견을 버리고 꼭 이 해에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다. 살고 싶은 분들, 사는 게 심드렁하고 별로인 분들, 올 해 심기일전해서 열심히 살아보고 싶은 분들... 꼭 읽어보시길... 이 책을 안 읽는다면 아마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벚꽃이 피었을 때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어느 날 사진첩을 펼쳤을 때 그런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음을 알았을 때의 허망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단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 챕터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 하나 그냥 무심히 넘기지 말고 잘 읽으시길 당부 드린다. 그래야만 마지막 장면에서 주먹 불끈 쥐고 눈물 흘리며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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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새벽별을보며 > 제대로 속았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두꺼워서 이 책은 누워서 보기가 힘들었다. 두꺼운 책은 보통 사이즈가 큰데 이 책은 그것도 아니라 책이 자꾸 손에서 빠져나갔다. 투덜대며 에잇!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아이가 와서 물어봤다.
"엄마. 벚꽃지는 계절이라는 게 도대체 언제야?"
"응? 늦봄아니겠냐? 벚꽃지는 건?"
"그런데 제목이 왜 그래?"
"아... 몰라... 여름에 일어난 사건인가보지..."
아이가 무심코 물어본 것이 이 책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후반까지 재미는 있고 술술 넘어간다. 지금 현재, 야쿠자잠입시절, 안도씨의 딸, 악에 빠져든 여성. 이렇게 네 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두꺼운 분량이지만 지루하거나 손에 안 잡히거나 하는 일은 없다. 다만 후반까지 이야기는 평이하고, 문장도 그저 그렇다. 나름대로 박진감이 있기도 하지만 뭐 특별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었다.
거기에다 약간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대목도 가끔 있었다. 밝힐 수는 없지만. 앞뒤가 안 맞는 것도 아니고... 뭐랄까. 아주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그냥 넘어갔다. 지금 생각하니 그냥 넘어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느낌에 계속 매달려 있었으면 제대로 뒤통수를 맞는 즐거움이 없었을테니.

그리고 마지막에서 제대로 속았다는 걸 알았다. 아, 이 상큼한 뒤통수의 맛이여! 그 뒤통수의 맛이 너무나 강해서 그 뒤에 이어진 주인공의 설득은 사실 그리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예상가능한 이야기들이고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이 정도 반전이면 대단하다. 반전을 기대하고 되도록 이 책에 대한 정보를 보지 않기를 잘 했다.
제대로 속았다는 흡족함에, 처음부터 다시 곱씹어보게 하는 정교한 작가의 장치에 별을 듬뿍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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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水巖님의 "한 생각 훌쩍 넘어"

갖고싶은 책을 또 한권 발견하고 갑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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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무상하구나 죽은 이와 잡은 범인은...
옥문도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옥문도...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작품인가... 다시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나게 되다니... 이 얼마 만이냐. 하긴 <혼징 살인 사건>에서 전쟁으로 전장에 나갔다가 귀환하는 길이니 더벅머리 초짜 탐정은 좀 더 경험을 쌓은 진짜 탐정이 되어 전우의 유언을 가지고 섬을 찾는다.

이 작품은 섬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3일간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간상으로 보면 짧은 듯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여러 가지다.

우선 섬의 본가와 분가의 알력, 사촌인 두 남자가 전장에 나가 한쪽, 사촌이 살고 장손이 죽게 된다면 남겨진 여동생 세 명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 살인이 일어나자마자 발견한 하이쿠의 의미심장함... 이것은 마지막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의 작가 교코구 나츠히코는 일본 괴담이나 설화를 작품에 접목시키지만 요코미조 세이시는 일본 전통 연극이라던가, 시, 즉 하이쿠라던가 하는 것을 적절하게 접목시키고 있다. 그래서 비슷한 섬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라도 일본만의 특색을 가지게 만든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곳에서의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는 가장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모리스 르블랑의 <서른 개의 관>, 같은 일본 작가인 에도가와 람포의 <외딴섬의 악마>, 유키토 아야츠지의 <십각관의 살인>을 들 수 있는데 섬이 배경이라도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살펴보니 섬나라인 일본이 섬에 관한 작품이 그래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뭐, 내가 모르는 작품도 많이 있겠지만... 여기에 덧붙이자면 노원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쓴 <위험한 외출>이란 작품도 있다. 꽤 괜찮은 작품인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이 작품을 덮으며 탐정이란 얼마나 허무한 직업인가를 새삼 느꼈다. 어느 책에선가 얼마 전에 읽은 것인데 살인은 범인과 피해자가 만들어내는 2인극이라고 했다. 거기에 이미 끝난 사건에 탐정이 끼어드는 것이라고. 맞다. 사건이 일어나야 탐정은 비로소 페어플레이든 아니든 어떤 일을 할 수가 있지.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을 방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범인은 바로 너다! 라고 늘 포와로는 지목하고 김전일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라고 말을 하지만 마지막 배를 타고 떠나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허무함과 씁쓸함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그러니 나는 독자로 탐정을 보는 건 좋지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경찰도 마찬가지고...
“무상하구나 물줄기의 흐름과 인간의 몸은”이라는 다카라이 기카쿠의 하이쿠가 왜 이리 적절하게 와 닿는 지... “무상하구나 죽은 이와 잡은 범인은”이라고 말해야 하나...
아무튼 그건 그거고 긴다이키 코스케 시리즈는 볼 수 없는 것인가... 그것 또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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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일탈에서 공포로의 여행을 떠나다!
위험한 이방인
이언 매큐언 지음 / 프레스21 / 1996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일탈을 꿈꾼다. 여행은 그런 일탈 가운데 하나다. 일상생활의 무료함, 답답함, 지루함을 달래고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여행은 존재한다. 여기 그런 여행을 온 남녀가 있다. 그들은 여행지에서도 무료하고 지루한 나날을 보낸다. 마리화나를 피우고 섹스를 해도 허전한 그런 것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관광지에서 그렇듯 먹을 곳을 찾다 길을 잃게 되는데 마침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순수하게 여행객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더러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이런 일을 겪는다.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내렸는데 늘 나오던 출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해질 무렵이었는데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곳에 뚝 떨어진 사람처럼 내가 사는 서울 한곳, 그리고 바로 길 건너를 돌면 내가 나오는 출구가 있었음에도 낯설다는 것 하나로 공포에 떨었었다. 잠깐이었지만. 또 어린 시절 뒷산에 친구들과 올랐다가 늘 내려오던 길이 아닐 다른 곳으로 내려와서 우리 동네가 아닌 다른 모르는 곳임을 알았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공포는 커다란 것이었다. 아이들이 집을 나와 순식간에 길을 잃고 미아가 되는 것은 이런 공포와 당황 때문이다.

자신의 생활이라는 안전함속에서도 우린 이렇게 길을 잃고 헤매며 당황하게 되는데 낯선 곳에서 길을 잃고 모르는 사람이 이끄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건 대단히 심리적인 공포를 내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짧은 내용 속에 이런 공포를 서서히 풀어내고 있다.

이언 맥완의 글쓰기가 탁월하다는 것을 이 작품을 보고 진짜로 느끼게 되었다. 절제된 마지막까지의 호흡은 도리어 주인공이 아닌 나를 숨 막히게 했고 그 끈적끈적함은 지금까지 나를 오싹하게 만들고 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이 당신을 죽이도록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게 되죠. 필요하다면 말예요."

이 의미를 나는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은 어쩜 끔찍한 공포일지 모른다는 것은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 사랑이 변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공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등등...

일탈이 그저 일탈로만 끝날 수 있다면... 일상이 무료하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만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지금보다 더 풍요로울 텐데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고 사랑도, 일탈도 적당히 하기를... 세상에 목숨 걸 무언가가 있다는 건 좋은 거지만 막상 걸고 나서 후회하게 된다면 얼마나 허망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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