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새벽별을보며 > 제대로 속았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두꺼워서 이 책은 누워서 보기가 힘들었다. 두꺼운 책은 보통 사이즈가 큰데 이 책은 그것도 아니라 책이 자꾸 손에서 빠져나갔다. 투덜대며 에잇!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아이가 와서 물어봤다.
"엄마. 벚꽃지는 계절이라는 게 도대체 언제야?"
"응? 늦봄아니겠냐? 벚꽃지는 건?"
"그런데 제목이 왜 그래?"
"아... 몰라... 여름에 일어난 사건인가보지..."
아이가 무심코 물어본 것이 이 책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후반까지 재미는 있고 술술 넘어간다. 지금 현재, 야쿠자잠입시절, 안도씨의 딸, 악에 빠져든 여성. 이렇게 네 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두꺼운 분량이지만 지루하거나 손에 안 잡히거나 하는 일은 없다. 다만 후반까지 이야기는 평이하고, 문장도 그저 그렇다. 나름대로 박진감이 있기도 하지만 뭐 특별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었다.
거기에다 약간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대목도 가끔 있었다. 밝힐 수는 없지만. 앞뒤가 안 맞는 것도 아니고... 뭐랄까. 아주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그냥 넘어갔다. 지금 생각하니 그냥 넘어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느낌에 계속 매달려 있었으면 제대로 뒤통수를 맞는 즐거움이 없었을테니.

그리고 마지막에서 제대로 속았다는 걸 알았다. 아, 이 상큼한 뒤통수의 맛이여! 그 뒤통수의 맛이 너무나 강해서 그 뒤에 이어진 주인공의 설득은 사실 그리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예상가능한 이야기들이고 또 다른 이유 때문에.

이 정도 반전이면 대단하다. 반전을 기대하고 되도록 이 책에 대한 정보를 보지 않기를 잘 했다.
제대로 속았다는 흡족함에, 처음부터 다시 곱씹어보게 하는 정교한 작가의 장치에 별을 듬뿍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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