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 - 투명한 햇살, 올리브나무, 키안티 와인 반 병, 파스타...
필 도란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를 보고나면 굉장히 쓸쓸해져요.

그런 판타지 세계에서 갑자기 현실로 끌어내려진 기분이라고 할까요?

 

성시경이 라디오에서 했던 말이다.

 

토스카나, 달콤한 내인생은 수필인지, 자전적? 소설인지도 구분이 안가는 책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환상적인 애니메이션과는 일단 장르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게다가 마음은 아직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은퇴를 생각해야하는 나이의 부부가

노후를 토스카나라는, 이름정도는 들어본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에서 지내는

어찌보면 우울하고 지루해질 수 도 있는 아주 소소한 일상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 끝이 다가오는걸 보고, 또 책을 다 읽고 덮었을때

성시경이 느꼈다던 그 기분을 나도 또한 느낄수 있었다.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녀온 편이지만 유럽쪽은 전혀 가본적이 없기때문에

기념엽서 사진 같은 이미지로만 남아있는 이탈리아의

그것도 밀라노가 아닌 토스카나가 내 고향이라도 되는듯 이토록 그리워진걸 보면 말이다.

 

그렇지만 '쓸쓸해진다'는 부분에서는 성시경과 조금 다른 경험을 했다.

작가가 토스카나에 햇빛이 비칠때를 묘사한것처럼

일상의 평범한것들이 비범해지고 비범한것들이 특별해진것이다!

작가의, 소소하면서 환상적인 일상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 배워온것 같다.

 

그제 밤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지겨워서 잠시 보다가 채널을 고정해버린

뮤지컬 영화 렌트와 페임에 대해 설명해주던 이비에스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했던말처럼

영화는 종합 예술이다.

이 글을 쓴 작가는(난 아직도 수필인지 소설인지 모르기때문에 작가이거나 화자는)

영화감독의 입장에서 참 맛깔나고 재미나게 모든것을 표현하는 재주를 지녔다.

책을 읽으면서 토스카나의 정경과 그곳의 음식들 심지어 사람들이 풍기는 공기까지

정말 잘 전달되는 책이었다.

책을, 오감으로 읽을수 있던것이다!

난 갓 짜낸 올리브유의 냄새를 맡았고, 도트레와 그 앙숙이 만드는 와인을 맛봤으며,

그의 아내가 조각을 작업하는 곳의 수북한 대리석 먼지를 느꼈고

토스카나의 곳곳을 관광했고 사랑노래를 부르던 콘서트장에서 함께 음악을 들었다!

 

난 그가 되어, 그의 이웃이 되어, 시골의 작은집이 되어 모든것을 함께 했다.

참 즐겁고 신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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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7-01-0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에서 은퇴한 사람이 프랑스에 가서 사는 내용을 담은 자신의 일기같은 책이 떠오르네요. 그 책 참 재밌게읽었었는데..프로방스 뭐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
미야자키 하야오하니까 생각났는데 전 센과 치히로 포함해 그 이후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이상하게 안 끌려요. 그 이전꺼는 마음에 들었는데..

월중가인 2007-01-0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이후라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랑 게드전기랬나???? 그것 말고도 있나요? 게드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이 아닌 아들이 감독하고 또 망친거구 전 하울은 안봐서 모르겠어요ㅎㅎ 그치만 센과 치히로가 제가 제일 처음으로 봤던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이었거든요. 센과 치히로를 보고나서 원령공주라던지 붉은돼지, 이웃집 토토로도 봤는데 듣고 보니 뭔가 살짝 느낌이 다른것 같기도 하네요..

비로그인 2007-01-07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참.. 보관함에 넣어야겠군요..;;

월중가인 2007-01-0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전 이책 한 반쯤 보다가 주변에 친구들한테 문자했을 정도에요 ㅋㅋ 다 읽지도 않고선 야 이거 진짜 재밌어 꼭봐!!!!!!!!라고 한 대여섯명한테 단체 문자로요// 그정도로 재밌고 또 기분좋은 책이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