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p.
..소중한 것이 곧 신이 된다.
..필자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소중한 것과 두려운 것은 신이 된다. - P-1

28p.
..지금도 솎아내기는 계속되고 있다.
..낳고 나서 솎아내는지, 낳기 전에 솎아내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도 가장 효과적인 솎아내기일지 모른다.
..다양한 수단으로 솎아내진 아이들 대신 애완동물과 캐릭터 상품이 세상에 범람한다.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 아이들이, 우리를 위한 진혼의 아이돌이, 영상 속에서 인형처럼 완벽하게 웃으며 우리를 응시한다. - P-1

70p.
..아닌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나열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쓸쓸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은 대체품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거꾸로 말하면 ‘좋아하는 것‘은 언제나 상실의 예감을 지니고 있다. ‘좋아하는 것‘에는 상실의 아픔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 P-1

164p.
..바벨의 탑 때부터 파괴의 예감이 존재하는 곳에는 높은 건물을 짓게 돼 있다. - P-1

177p.
..여기가 도쿄의 중심. 자연으로 뒤덮인 일왕의 성. 과거에 이곳에서부터 소용돌이를 그리듯 도시가 형성됐다. 교토가 바둑판이고, 오사카가 바다에서부터 강을 따라 동서로 확장된 것과는 다르다.
..확실히 이곳은 늘 정지해 있고, 주위 도시만이 눈이 핑핑 돌아갈 것처럼 변화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모두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 - P-1

188p.
..도쿄는 그림자도 배제해왔다. 그때 이래로 절전이 장려되고 있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환한 도시는 없을 것이다. 어둠은 제거되고 사물도 사람도 밝게 비춰진다.
..그건 일본화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그림은 순간을 포착하는 게 아니라 변화해가는 시간 자체를 그린다. 순간이라면 그 시각의 빛을 그리고 그 빛이 자아내는 그림자도 그려내야 하지만, 흐르는 시간 전체를 그린다면 그림자는 의미가 없다.
..일본화는 이 경치를 담았던 것이다. 그림자도 어둠도 없는, 한없이 이차원 애니메이션에 가까워가는 이 세계를. - P-1

246p.
.."맞아, 맞아. 나이 많은 사람들 그림이 무서워. 이렇게 보면 애들 그림은 되레 너무 잘 그린 것 같다니까. 일만 하고 사느라 그림 같은 건 그린 적도 없는 나이 많은 사람이, 필요해서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그런 게 무섭지." - P-1

259p.
..안다고 생각하는 이미지.
..봤다고 생각하는 과거.
..하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없고,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
..그건 조금도 특별한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아주 평범하게 체험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 P-1

311p.
..그렇다면 묘비명에 새겨진 이름, ‘도쿄‘라는 글자는 영원히 붉은색이다. 피가 통하는 이름이 ‘언제까지고‘ 새겨져 있다.
..사람들은 그 선명한 붉은색을 눈에 아로새길 것이다. ‘언제까지고‘ 그 글자를 우러러보고, 이윽고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그 앞을 지날 것이다. 무수한 각자의 인생을 ‘과거형‘으로 하기 위해.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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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말도 되는대로 내뱉은 것 없이 족히 두어 시간이나 교묘한 대화를 나눈 끝에, 마침내 농부의 교활함이 먹고살기 위해 그것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 부유한 사람의 교활함을 이겼다. 쥘리앵의 새로운 생활을 규정할 많은 조문이 확정되었다. 그의 봉급이 400프랑으로 결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월 초하루에 선불로 지불하도록 타결되었던 것이다. - P-1

.."무슨 어리석은 소리요!" 남편은 대꾸했다. "우리 마음에도 꼭 들고 우리에게 잘 봉사하고 있는 사람에게 선물을 다 하다니! 그가 소홀해져서 성의를 북돋아 줘야 할 때나 선물을 하는 거지." - P-1

..극도의 혼란 때문에 두 볼이 붉게 물들고 당황한 기색에 싸인 두 여인 사이에서, 쥘리앵의 오만한 창백함과 어둡고 단호한 태도는 야릇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이 여인들과 일체의 부드러운 감정을 멸시했다. - P-1

..쥘리앵의 하찮은 허영심은 독백을 계속했다. 어느 날 내가 입신양명하게 되었을 때 가정 교사라는 천한 직분에 있었다고 누가 비난이라도 한다면 나는 사랑 때문에 그랬노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 더욱더 이 여자를 사로잡아야겠다. - P-1

...오래 갈망하던 것을 막 획득하고 난 다음에 으레 그렇듯이, 그의 마음은 놀라움과 불안한 동요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 마음의 상태란, 무엇을 갈망하는 데 습관이 들었다가 더 이상 갈망할 것을 찾지 못하게 되었으나 아직 추억에 잠기기는 이른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 P-1

...쥘리앵이 자기보다도 위선적인 데 놀란 군수는 무언가 분명한 얘기를 끌어내 보려고 애썼으나 허사였다. 신이 난 쥘리앵은 연습할 기회를 포착하고는 다른 말로 그의 답변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억지로 졸지 않는 척해 보이는 의회의 회기 끝 무렵을 이용하려고 하는 웅변적인 장관도, 이처럼 많은 변설을 늘어놓으면서 이처럼 조금밖에 말하지 않은 때는 없으리라.... - P-1

.."그것이 세속의 헛된 화려함의 결과란 것일세. 자네는 분명 웃음 짓는 얼굴에만 익숙해 있을 것이네. 그건 거짓 연극에 지나지 않지. 진실은 엄격한 것이라네. 이 땅에서의 우리의 책무도 역시 엄격한 것이 아닐까? 외면의 공허한 우아함에 대한 지나친 민감성이란 약점을 자네의 양심이 경계하도록 늘 주의해야 할 것이네." - P-1

...셸랑 사제는 자기 자신에게 그랬듯 쥘리앵에 대해서도 경솔했던 셈이었다. 쥘리앵에게 올바르게 사고하고 헛된 소리를 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 준 연후에, 보잘것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습관이 죄가 된다는 것을 말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훌륭한 논법이란 사람들의 기분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 P-1

..그 장엄한 종소리는 50상팀의 임금을 받는 스무 명의 일꾼이 열대여섯 명 정도의 신자들의 도움을 받아 행하는 노동이란 생각을 쥘리앵에게 불러일으켰어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는 밧줄이나 목재가 낡아 가는 것이라든지, 2세기마다 떨어져 내리는 종의 위험 따위를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종지기들의 임금을 깎는 수단이나, 또는 성당의 재정을 축내지 않으면서 어떤 물건을 선심 쓰듯 대신 지불함으로써 임금을 가로채는 수단 따위에 생각이 미쳐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런 현명한 성찰을 하는 대신, 그처럼 우렁차고도 은은한 종소리에 들뜬 쥘리앵의 영혼은 공상의 세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는 결코 훌륭한 성직자도 위대한 행정가도 되지 못하리라. 이처럼 흥분하기 쉬운 영혼은 기껏 예술가가 되기에나 안성맞춤인 것이다.... - P-1

..진정한 정열이란 오직 그 정열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파리에서는 정열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 P-1

.."저를 멸시하는 사람에게 저는 대답조차 하지 말아야 할 것 같군요." 쥘리앵이 몹시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자네는 그 경멸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있어. 그것은 과장된 찬사로만 표시된다네. 자네가 바보라면 그런 찬사에 속아 넘어갈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출세하고자 한다면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척해야 할 걸세." - P-1

...이 대귀족들은 왕의 사륜마차에 타본 명문 귀족의 후예가 아닌 모든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을 감추려 들지 않았다. 쥘리앵은 ‘십자군’이란 단어만이 그들의 얼굴에 존경 어린 엄숙한 표정을 부여하는 유일한 말임을 알게 되었다. 보통의 존경에는 항상 친절을 베푸는 듯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 P-1

...드 라 몰 저택에서 사람들은 그에 대해 항상 완벽한 정중함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낙오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시골뜨기다운 상식은 이런 결과를 ‘뭐든지 새로운 동안만 아름다운 법’이란 속담으로 설명하려 들었다.
..어쩌면 쥘리앵에게 처음보다 좀 더 통찰력이 생겼거나, 아니면 파리의 세련이 일으켰던 처음의 매혹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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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p. «곶 이야기»
...나의 타고난 비상을 방해한 것은 오로지 그들이었다. 하지만 행위의 실패는 때때로 그 목적의 선함에 의해 보상받는다. 내 경우에도 효과는 있었다. 말하자면, 그때까지 수동적이기만 했던 몽상에서 벗어나, 나는 몽상을 향한 용기를 얻은 것이다. 나는 주어진 책에 의지하지 않고 나 자신의 손으로 천일야화를 써야 했다. 나는 몽상을 향한 탐닉에서 몽상을 향한 용기로 나아갔다. ······ 어쨌든 탐닉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종류의 용기가 있는 것이다. - P-1

39p. «곶 이야기»
...걸핏하면 내 안에서 고개를 치켜들려던 강하고 날카로운 비애의 감정에 공포가 불을 지핀 탓에, 나는 격하게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지만, 거기에는 쓸쓸함과 불안함, 이유를 알 수 없는 동정이 뒤섞여 있었고, 어머니에게 응석부리며 버릇없이 울 때 속이 후련해지는 울음과는 달리, 나 스스로는 감당할 수 없는 애달픔이 있었다. 나는 멀리 소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았다. 눈물 젖은 눈에, 그 소나무는 비에 흠뻑 젖은 듯이 보였다.... - P-1

43p. «곶 이야기»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어째서인지 이번 일만큼은 부모님은 물론 나이외의 누구에게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고, 또 그것을 말하지 않는 데서 기쁨과 용기를 가지라고, 묵계와도 같은 무언의 다정함으로 알려주는 것 같았다.... - P-1

44p. «곶 이야기»
..나는 이번 여름에 수영은커녕 물에 뜨는 법조차 배워 오지 못한 것 때문에 아버지에게 야단맞지는 않을까 무서웠다. 하지만 이제 내게는 움직일 수 없는 신비로운 만족감이 있었다. 수영은 배우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인간이 쉽게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없는 하나의 진실을, 훗날 내가 그것을 찾아 헤매고, 어쩌면 그것과 바꿀 수 있다면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을 하나의 진실을, 나는 배우고 왔기 때문이다. - P-1

55p. «시를 쓰는 소년»
...자신이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을 노래하는 것에, 소년은 아무런 거리낌도 느끼지 않았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라고 그는 처음부터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경험이 없는 것을 조금도 한탄하지 않았다. 사실 그가 아직 체험하지 않은 세계의 현실과 그의 내적 세계 사이에는 어떤 대립이나 긴장도 보이지 않았기에, 굳이 자신의 내적 세계의 우위를 믿을 필요도 없었고, 심지어는 어떤 비이성적인 확신에 의해, 그가 이 세상에서 아직 체험하지 않은 감정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그의 마음처럼 예민한 감수성에는, 이 세상의 모든 감정의 원형이, 어떤 경우에는 단지 예감이기는 했지만, 포착되어서 복습되어 있고, 나머지 경험은 모두 이러한 감정의 원소들을 적절히 조합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감정의 원소란? 그는 독단적으로 정의를 내렸다. "그것은 말이다." - P-1

60p. «시를 쓰는 소년»
...하지만 현실에서 사랑을 하는 인간의 그 평범함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 P-1

62p. «시를 쓰는 소년»
..소년은 들으면서, 그의 고백에 단 하나도 미지의 요소가 없다는 것에 놀랐다. 모든 것은 글로 쓰였고, 모든 것은 예감되었으며, 모든 것은 복습되었다. 글로 쓰인 사랑이 훨씬 생생하다. 시로 노래된 사랑이 훨씬 아름답다. R이 그 이상을 꿈꾸기 위해 현실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평범함을 향한 욕구가 왜 생겨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 P-1

63p. «시를 쓰는 소년»
..⸺ 바로 그 순간, 소년은 무언가에 눈을 뜬 것이다. 사랑이니 인생이니 하는 인식 속에 반드시 끼어드는 우스꽝스러운 불순물, 그것 없이는 인생이나 사랑의 한가운데를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우스꽝스러운 불순물을 본 것이다. 즉, 자신의 짱구를 아름답다고 굳게 믿는 것. - P-1

78p. «의자»
..신음은 고통의 전달 수단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음 소리를 냄으로써 달래지는 고통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고통은 알려지기를 바라지만, 고통 속의 쾌락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 P-1

103p. «보온병»
..가와세도 오랜만에 만나 나누는 인사말은 잊은 채 대답했다. 가와세는 그 순간, 늘 빈틈없이 꼼꼼하게 정해놓은 과거와의 거리가, 뭔가의 계기로 살짝 줄어든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와세는 그것이 외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의 도량형이 외국에서는 흐트러져버린다. 타국에서의 만남은 표정을 순식간에 과장해버려, 나중에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해도 이미 늦어 곤란할 때가 있다. 이것은 꼭 남녀의 경우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남자 지인끼리도 그렇다. - P-1

106p. «보온병»
...이 여자는 옛날부터, 먼 곳의 불을 바라보듯 보면 아름답다고, 가와세는 생각했다. - P-1

118p. «보온병»
..그런 식에 익숙해지면, 여자도 결국 자기방어를 위해 자연스럽게 열정을 피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가 무척 담백하게 느껴지는 것을 좋아했고, 또 그렇게 되려고 애를 썼다. 반쯤은 공리적인, 반쯤은 취향적인 동기에서 가와세는 아사카와의 정사(情事)가 최대한 ‘세련된 관계‘임을 바랐고, 그러는 사이에 그것이 서로의 허영심의 핵심이 되면서 어느새 옅은 유쾌한 절망이 스며들었다. 늘 주고받는 농담이나 말장난도 점점 공허해지더니, 어느샌가 자신들은 어떤 일에도 상처받지 않고 천하무적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 P-1

136p.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이 현세를 움직이고 있는 동기에 조금도 공감하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현세는 정지해버린다. 고승의 눈에는 그 정지된 모습만이 보일 뿐, 현세는 그저 종이 위의 그림, 타국의 지도 한 장일 뿐이다. 이런 무루(無漏)의 심경은 공포마저 잊게 만든다. 왜 지옥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어지는 것이다. 자신에게 현세의 무력함은 너무도 자명했고, 게다가 그는 결코 오만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것이 자신의 높은 덕의 결과라는 것 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 P-1

142p.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남자들이 정쟁을 일삼는 동안, 그녀는 다른 방법, 순전히 여성적인 방법에 의한 세계 정복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삭발하여 출가하는 여자를 비웃었다. 대체로 여자는 속세는 버릴지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은 버릴 수 없다. 남자만이 자신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 노승은 한때 속세를 버렸다. 그는 귀족들보다 훨씬 더 남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속세를 버렸듯이, 그는 이번에는 후궁 때문에 내세마저 버리려는 것이다. - P-1

143p.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참으로 자유로운 마음이었던 고승이 한순간에 캄캄한 어둠에 휩싸여버린 것이다. 어쩌면 젊은 시절의 싸움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용기는, 만약 원한다면 당장에라도 가능할 일을 기꺼이 금하고 있다는 긍지에서 나온 것인지도 몰랐다. - P-1

145p.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사실은, 이 사랑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고승은 그만큼 더 깊이 부처를 배반하는 결과가 되었다. 왜냐하면 이 사랑의 불가능이 어느새 해탈의 불가능과 하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망상은 확고해지고, 사념(邪念)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희망이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단념하기 쉽지만, 이 불가능한 사랑은 호수처럼 고요히 땅을 뒤덮고, 흘러갈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 P-1

164p. «히나의 집»
...어느 시대든 청춘이 살아가기 힘든 이유는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다. 오늘날처럼 청춘을 방해하는 외부의 장해가 많은 시대에는 내부의 장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동정을 잃지 않는 건실한 청년의 수가 오히려 많다 라는 반대 논리도 성립하는 것이다. - P-1

174p. «히나의 집»
..나는 전차가 그 불빛 한가운데서 멈추고, 발차하고, 또다시 그 불빛의 낙원에서 멀어져가는 것이 오늘밤에는 묘하게 느껴졌다. 타고 있는 전차가 마치 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지를 향해 나아가는 기분은 언제나 항해를 떠올리게 하는 법이다. - P-1

195p. «표»
..그는 자신도 강으로 가서 거기서 다니를 추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먹기도 전에, 회색 바지를 접고 앉아 있던 다니가 그 바지가 힘없이 떠오르듯 일어서더니, 늘 그렇듯 왼쪽 어깨를 살짝 내린 채, 시끌벅적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내려갔다. 센이치로는 왠지 다니가 두 번 일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1

219p. «괴물»
..나리모치는 전하를 저주했다. 그의 저주는 매우 근대적이고 프로테스탄트적인 저주로, 거창한 주문이나 주술은 필요 없다. 그저 늘 마음에 새기고, 잊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1914년, 황족 청년은 급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 P-1

228p. «괴물»
..아이는 이부자리 옆까지 와서 쪼그려 앉아 노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도 두려움은 없고, 호기심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리모치는 자신에 대한 호기심 중에, 질투가 섞인 호기심이 아니면 용서하지 않았다.... - P-1

234p. «괴물»
..이쓰코는 말이 없었다. 말이 없다는 것은 비난의 표시로, 이미 그녀는 아버지를 간병 받아야 할 애착 인형처럼 대하고 있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아버지에게도 듣는 귀, 보는 눈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의 귀, 아버지의 눈은 육체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오히려 다른 세계에서 가만히 이 세상을 향해 있는 귀와 눈 같았다. 그 다른 세계에서 무슨 말이 들린다 해도, 이 세상에서는 수치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 세상의 귀, 이 세상의 눈 앞에서만 사람은 후안무치하게, 있는 그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리라. - P-1

236p. «괴물»
..나리모치는 이에 대한 순간적인 반응으로 모든 것이 결정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예감은 대체로 틀리지 않는다. 사실 인생에는 겉보기엔 볼품없는 중요한 순간이 더러 있는 법이다. 그것은 과장해서 비유하자면, 군중 속에 섞인 암살자가 더욱 눈에 띄지 않는 차림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 P-1

255p. «우국»
..두 사람이 죽음을 결심했을 때의 그 기쁨에 조금도 불순함이 없다는 것에 중위는 자신이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은 물론 분명히 의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남들이 모르는 둘만의 정당한 쾌락이 대의와 신의 위엄에 의해, 한치의 빈틈도 없는 완벽한 도덕에 의해 지켜졌음을 느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의 눈 속에서 정당한 죽음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그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철벽에 둘러싸인 채 타인의 손끝 하나도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과 정의의 갑옷으로 무장되었음을 느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위는 자신의 육체적 욕망과 우국의 충정 사이에 어떠한 모순이나 당착도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같은 것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 P-1

256p. «우국»
..이것이 그대로 죽은 얼굴이 된다! 이미 그 얼굴은, 정확히 말해, 반쯤은 중위의 소유를 떠나 죽은 군인의 기념비 위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는 시험 삼아 눈을 감아보았다. 모든 것이 어둠에 휩싸여, 이제 그는 사물을 보는 인간이 아니었다. - P-1

256~257p. «우국»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보는 마지막 사람의 얼굴, 마지막 여자의 얼굴이다. 나그네가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땅의 아름다운 풍경에 쏟는, 떠나는 이의 눈빛으로 중위는 찬찬히 아내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 P-1

265~266p. «우국»
..레이코의 손가락이 금박을 입힌 차가운 먹을 밀자, 연지(硯池)는 먹구름이 퍼지듯 순식간에 흐려졌고, 그녀는 이런 동작의 반복이, 이 손가락의 압력, 이 희미한 소리의 왕래가 오로지 죽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죽음이 마침내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는, 그것은 시간을 담박하게 잘게 자르는 일상의 평범한 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갈면 갈수록 매끄러움을 더해가는 먹의 감촉과 짙어지는 먹 냄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둠이 있었다. - P-1

268p. «우국»
..그것은 잠깐 동안의 신비로운 환상으로 중위를 이끌었다. 전장의 고독한 죽음과 눈앞의 아름다운 아내, 이 두 차원에 발을 걸치고, 불가능한 이 둘의 공존을 구현하면서 지금 내가 죽으려 하고 있다는 이 감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미로움이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지복(至福)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아름다운 눈에 내 죽음의 순간순간이 비친다는 것은, 짙은 향기의 미풍을 맞으며 죽음에 이르는것과 같다. 거기에서는 무언가가 허용되고 있다.... - P-1

271~272p. «우국»
..고통은 레이코의 눈앞에서, 레이코의 몸을 찢는 듯한 비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의 태양처럼 빛나고 있다. 그 고통이 점점 자라난다. 뻗어 오른다. 남편이 이미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되어, 그의 존재 전체가 고통으로 환원되고,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고통이라는 감옥의 죄수가 되어버린 것을 레이코는 느낀다. 더구나 레이코에게는 고통이 없다. 비탄은 고통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레이코는 자신과 남편 사이에, 누군가가 무정하고 높은 유리벽을 세워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1

294p. «황야에서»
..내 마음은 좀 더 다른 것이었다. 남이 있어서는 안 되는 내 서재에서, 장마철 아침의 희미한 어둠 속에 떨면서 서 있는 한 청년의 극도로 창백한 얼굴을 보았을 때, 나는 나 자신의 그림자가 거기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 P-1

299p. «황야에서»
..그것은 내 마음의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광대한 황야다. 내 마음의 일부임에는 틀림없지만,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미개척의 황폐한 지방이다. 그곳은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황량하고, 무성한 나무도 없고, 자라나는 풀꽃도 없다. 여기저기 드러난 바위 위를 바람이 스쳐가며, 바위 표면에 모래를 희미하게 흩뿌리고는 또 어디론가 실어간다. 나는 그 황야의 소재를 알면서도 발길을 향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그곳을 찾아갔던 적이 있고, 또 언젠가는 다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분명히, 그 녀석은 그 황야에서 온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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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은 그녀의 편지를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그가 즐긴 것은 문체였고, 그것만으로 편지의 모든 풍부함과 의도를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대부분의 독자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기록’이라는 문학의 목적 자체를 놓치고 말았다. 문체는 쓰디쓴 액체를 담아 세상에 권하는 하찮은 그릇에 불과하다.... - P-1

...그녀는 자신도 죄인임을 알고 있었다. 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온갖 색깔의 사랑을 포함할 만큼 광대했지만, 그 안에 폭압적인 그림자도 없진 않았으며, 결국 자신이 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딸을 사랑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비열한 굴레에서 벗어나길 갈망했지만, 딸에 대한 열정이 너무나 강렬해서 감당할 수 없었다.... - P-1

...소년들은 거기서 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에게 말은 침묵보다 가치가 없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시는 더욱 가치 없는 형태의 말이었다.... - P-1

...이 마누엘의 사랑은 문학을 흉내 내어 생긴 것이 아니었다. 50년 전 프랑스의 한 독설가는 "사랑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면 결코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지만, 그에게는 이런 말이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 P-1

...이제 그는 사랑에 관한 돌이킬 수 없는 비밀을 발견했다. 가장 완벽한 사랑에서조차 한쪽이 다른 한쪽을 덜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똑같이 착하고 똑같이 재능 있고 똑같이 아름다운 두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서로를 똑같이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세상에 없다.... - P-1

.."하지만 마누엘, 우리 마누엘. 네가 어렸을 때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줬는지 기억 안 나니? 시내 여기저기를 기꺼이 돌아다니면서 작은 심부름을 해줬었는데. 내가 아플 때는 식당에 가서 수프를 끓여 달래서 가져오기도 했잖아." 다른 사람이었다면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해줬는지 기억나니?"라고 말했을 것이다. - P-1

...간밤에 선장은 나와 함께 앉아서 딸에 대해 이야기했지. 그가 손으로 턱을 괴고 화롯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했어. ‘가끔은 딸아이가 멀리 여행 중이고 그 아이를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딸아이가 영국에 있을 것만 같아요.’ 이런 말 하면 넌 나를 비웃겠지만, 선장은 자신이 늙을 때까지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구나. - P-1

...그는 모험가의 여섯 가지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타인의 얼굴과 이름은 기억하되 자기 얼굴과 이름은 바꾸는 능력, 타고난 말솜씨, 무궁무진한 독창성, 비밀주의,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재능, 그리고 무위도식하는 부자들을 경멸하여 사기를 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마음까지. - P-1

..스무 살이 가까워지면서, 피오 아저씨는 자신에게 세 가지 삶의 지향점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다소 이상한 형태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다채롭고 은밀하고 전지적인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이었다. 그는 자신이 멀리서 사람들을 내려다볼 수 있고 본인들보다 그들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느낄 수만 있다면, 공적인 삶에서의 명예와 지위 따위는 저버릴 용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식이 가끔은 행동으로 이어져서 국가적, 개인적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 P-1

...그들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지만, 애욕의 관계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가까이 다가갈 때 그녀의 얼굴에 살짝 어리는 불안의 흔적을 존중했다. 그러나 이처럼 애욕을 부정하는 것 자체에서 애틋한 애정의 향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가장 예상하지 못한 관계에 숨어 있는 희미한 열정의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그런 열정은 시종일관 권태로운 의무에 바쳐진 일생마저도 달콤한 꿈처럼 지나가게 만들 수 있었다. - P-1

...우리는 놀라운 수준의 훌륭한 것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와서, 우리가 다시 경험하지 못할 아름다움을 희미하게 기억한 채 살다가,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간다. 피오 아저씨와 카밀라 페리촐레는 그들보다 앞서 칼데론이 스페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천상계 수준의 연극을 페루에서 일궈내려고 스스로를 고문하고 있었다. 걸작이 목표로 하는 대중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 P-1

..모든 부자들이 그러하듯,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그들의 집과 그들의 옷차림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든 교양 있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광범위한 독서를 한 사람들만이 자신이 불행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믿었다. - P-1

...이제 미모가 사라졌으니 헌신도 기대할 수 없다는 이러한 가정은 그녀가 애욕으로서의 사랑 외에는 어떤 사랑도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물론 애욕으로서의 사랑은 관대함과 배려 속에서 성장하고, 꿈처럼 아름다운 장면과 위대한 시를 낳는다. 그럼에도 그런 사랑은 가장 분명한 이기심의 표현에 불과하다. 그런 사랑은 오랜 예속과 자기혐오, 조롱, 크나큰 의심을 겪어낼 때까지는 충실한 애정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그런 사랑 속에서 일생을 보낸 많은 사람은 어제 개를 잃어버린 아이보다도 사랑에 대해 아는 것이 적다.... - P-1

..그리고 그 순간, 소녀 시절부터 집요하게 카밀라를 괴롭혀온 외로운 절망의 파도가 후아나 수녀의 분수와 장미꽃들 사이에서, 그리고 나이 지긋한 수녀원장의 흙 묻은 다정한 무릎 위에서 쉴 곳을 찾았다. - P-1

...그녀는 다짐했다. "이제는 나도 알아야 해. 세상 어디서나 은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삶의 목표로 삼았던 특성들이 어디에나 있고, 세상은 이미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그것을 말해 주는 새로운 증거에, 마치 소녀처럼 행복감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 P-1

...그러나 우리는 곧 죽을 것이고, 그 다섯 명에 대한 모든 기억도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모든 사랑의 충동은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랑으로 돌아간다. 사랑을 위해서는 기억조차 필요하지 않다. 산 자들의 땅과 죽은 자들의 땅이 있고, 그 둘을 잇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 - P-1

(해제)
...피오의 사랑은 "애욕"(140쪽)을 부정하면서(부정당하면서) 비틀리는데 그 경우엔 대개 가학적인 속성을 갖게 된다. 상대가 느끼는 고통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그 고통을 인내하는 모습을 보며 충성을 측정하는 식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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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p.
...At eighteen I had no proper understanding of the ways that constituted encroachment. I had a feeling for them, an intuition, a sense of repugnance for some situations and some people, but I did not know intuition and repugnance counted, did not know I had a right not to like, not to have to put up with, anybody and everybody coming near.... - P-1

18p.
...With me too, he was uncalculated, transparent, free from deception, always was what he was, with none of that coolness, that withholding, that design, those hurtful, sometimes clever, always mean, manipulations. No conniving. No games-playing. He didn‘t do it, didn‘t care for it, had no interest in it.... - P-1

70~71p.
...It was the convention not to admit it, not to accept detail for this type of detail would mean choice and choice would mean responsibility and what if we failed in our responsibility? Failed too, in the interrogation of the consequence of seeing more than we could cope with? Worse, what if it was nice, whatever it was, and we liked it, got used to it, were cheered up by it, came to rely upon it, only for it to go away, or be wrenched away, never to come back again? Better not to have had it in the first place was the prevailing feeling, and that was why blue was the colour for our sky to be. Teacher though, wasn‘t leaving it at that. - P-1

87p.
...It was clear though, they served some purpose, some sense of ‘See! Look at that. What‘s the point? There‘s no point,‘ thus confirming for him, solacing him even, in his despair, that as things stood, as always they‘d stood, there couldn‘t be triumphs and overcomings because overcomings were fancies and triumphs were daydreams, effort and renewed effort a vain waste of time.... - P-1

90p.
...As for those living in the dark, long attuned to the safeness of the dark, this wasn‘t wee buns for them either. What if we accept these points of light, their translucence, their brightness; what if we let ourselves enjoy this, stop fearing it, get used to it; what if we come to believe in it, to expect it, to be impressed upon by it; what if we take hope and forgo our ancient heritage and instead, and infused, begin to entrain with it, with ourselves then to radiate it; what if we do that, get educated up to that, and then, just like that, the light goes off or is snatched away? This was why you didn‘t get many shining people in environments overwhelmingly consisting of fear and of sorrow.... - P-1

144p.
...It seemed, and again I liked this, that this exchange was taking place in that ‘How can we get this done?‘ manner, that same manner of maybe-boyfriend, also of teacher, not the prevalent ‘What‘s the point, nothing is of use, it‘s not gonna make any difference is it?‘ and this surprised me.... - P-1

164p.
...There was too much of risk, and besides, they were challenging the status quo while I was trying to go under the radar of the status quo.... - P-1

174~175p.
..So ‘I don‘t know‘ was my three-syllable defence in response to the questions. With it successfully I refused to be evoked, drawn out, shocked into revelation. Instead I minimalised, withheld, subverted thinking, dropped all interaction surplus to requirement which meant they got no public content, no symbolic content, no full-bodiedness, no bloodedness, no passion of the moment, no turn of plot, no sad shade, no angry shade, no panicked shade, no location of anything. Just me, downplayed. Just me, devoid. Just me, uncommingled.... - P-1

231p.
...Here, I‘d contemplate the floor – the light dust on it, the odd hair on it, the specks of my recent emesis on it – and I‘d consider the only true things in this world were these basic conditions of floor, dust and so on and that they, and only they, could sustain me forever. Sometimes though, I‘d change my mind and it would become the panel of the bath, or the toilet bowl or the friendly bathroom wall against which occasionally I‘d find myself, that I‘d consider just as dependable of sustaining me forever too. - P-1

264p.
‘...She said it was impossible, that it was perilous to focus on good things when there were bad things, all these bad things, she said, that could not be forgot. She said old dark things as well as new dark things had to be remembered, had to be acknowledged because otherwise everything that had gone before would have been in vain....‘ - P-1

269p.
...Yet they hadn‘t married because third brother had gone and done the usual unquestioned, unconscious, self-protective thing. Being loved back by the person he loved to the point where he couldn‘t cope anymore with the vulnerable reciprocity of giving and receiving, he ended the relationship to get it over with before he lost it, before it was snatched from him, either by fate or by somebody else.... - P-1

305p.
...Nevertheless, the news of this Milkman name unsettled people; it cheated them, frightened them and there seemed no way round a feeling of embarrassment either. When considered a pseudonym, some codename, ‘the milkman‘ had possessed mystique, intrigue, theatrical possibility. Once out of symbolism, however, once into the everyday, the banal, into any old Tom, Dick and Harryness, any respect it had garnered as the cognomen of a high-cadre paramilitary activist was undercut immediately and, just as immediately, fell away.... - P-1

335p.
...I stressed that, owing to a reversal of the lifeforce inside her, she was blossoming, losing that ‘life‘s over, I‘m finished with life, past it, just eking out what‘s left‘ older person‘s perspective that usually she went about in and that I hadn‘t  noticed she‘d gone about in until of late when she‘d stopped going about in it.... - P-1

346~347p.
... According to his rulebook – mine too, at least before the predations upon me by the community and by Milkman – the physical and verbal aspects could be the only aspects. That meant that what was not of those trespasses – stalking without touch, hemming-in, taking over, controlling a person with no flesh on flesh, no bone on bone ensuing – could not then be happening. So it came about that of everybody who had heard of the wooing of me by Milkman, third brother-in-law was the only one who, unquestioningly, hadn‘t considered it to have taken place. - P-1

348p.
...As we jumped the tiny hedge because we couldn‘t be bothered with the tiny gate to set off on our running, I inhaled the early evening light and realised this was softening, what others might term a little softening. Then, landing on the pavement in the direction of the parks & reservoirs, I exhaled this light and for a moment, just a moment, I almost nearly laughed.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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