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말도 되는대로 내뱉은 것 없이 족히 두어 시간이나 교묘한 대화를 나눈 끝에, 마침내 농부의 교활함이 먹고살기 위해 그것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 부유한 사람의 교활함을 이겼다. 쥘리앵의 새로운 생활을 규정할 많은 조문이 확정되었다. 그의 봉급이 400프랑으로 결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월 초하루에 선불로 지불하도록 타결되었던 것이다. - P-1

.."무슨 어리석은 소리요!" 남편은 대꾸했다. "우리 마음에도 꼭 들고 우리에게 잘 봉사하고 있는 사람에게 선물을 다 하다니! 그가 소홀해져서 성의를 북돋아 줘야 할 때나 선물을 하는 거지." - P-1

..극도의 혼란 때문에 두 볼이 붉게 물들고 당황한 기색에 싸인 두 여인 사이에서, 쥘리앵의 오만한 창백함과 어둡고 단호한 태도는 야릇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이 여인들과 일체의 부드러운 감정을 멸시했다. - P-1

..쥘리앵의 하찮은 허영심은 독백을 계속했다. 어느 날 내가 입신양명하게 되었을 때 가정 교사라는 천한 직분에 있었다고 누가 비난이라도 한다면 나는 사랑 때문에 그랬노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 더욱더 이 여자를 사로잡아야겠다. - P-1

...오래 갈망하던 것을 막 획득하고 난 다음에 으레 그렇듯이, 그의 마음은 놀라움과 불안한 동요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 마음의 상태란, 무엇을 갈망하는 데 습관이 들었다가 더 이상 갈망할 것을 찾지 못하게 되었으나 아직 추억에 잠기기는 이른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 P-1

...쥘리앵이 자기보다도 위선적인 데 놀란 군수는 무언가 분명한 얘기를 끌어내 보려고 애썼으나 허사였다. 신이 난 쥘리앵은 연습할 기회를 포착하고는 다른 말로 그의 답변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억지로 졸지 않는 척해 보이는 의회의 회기 끝 무렵을 이용하려고 하는 웅변적인 장관도, 이처럼 많은 변설을 늘어놓으면서 이처럼 조금밖에 말하지 않은 때는 없으리라.... - P-1

.."그것이 세속의 헛된 화려함의 결과란 것일세. 자네는 분명 웃음 짓는 얼굴에만 익숙해 있을 것이네. 그건 거짓 연극에 지나지 않지. 진실은 엄격한 것이라네. 이 땅에서의 우리의 책무도 역시 엄격한 것이 아닐까? 외면의 공허한 우아함에 대한 지나친 민감성이란 약점을 자네의 양심이 경계하도록 늘 주의해야 할 것이네." - P-1

...셸랑 사제는 자기 자신에게 그랬듯 쥘리앵에 대해서도 경솔했던 셈이었다. 쥘리앵에게 올바르게 사고하고 헛된 소리를 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 준 연후에, 보잘것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습관이 죄가 된다는 것을 말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훌륭한 논법이란 사람들의 기분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 P-1

..그 장엄한 종소리는 50상팀의 임금을 받는 스무 명의 일꾼이 열대여섯 명 정도의 신자들의 도움을 받아 행하는 노동이란 생각을 쥘리앵에게 불러일으켰어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는 밧줄이나 목재가 낡아 가는 것이라든지, 2세기마다 떨어져 내리는 종의 위험 따위를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종지기들의 임금을 깎는 수단이나, 또는 성당의 재정을 축내지 않으면서 어떤 물건을 선심 쓰듯 대신 지불함으로써 임금을 가로채는 수단 따위에 생각이 미쳐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런 현명한 성찰을 하는 대신, 그처럼 우렁차고도 은은한 종소리에 들뜬 쥘리앵의 영혼은 공상의 세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는 결코 훌륭한 성직자도 위대한 행정가도 되지 못하리라. 이처럼 흥분하기 쉬운 영혼은 기껏 예술가가 되기에나 안성맞춤인 것이다.... - P-1

..진정한 정열이란 오직 그 정열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파리에서는 정열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 P-1

.."저를 멸시하는 사람에게 저는 대답조차 하지 말아야 할 것 같군요." 쥘리앵이 몹시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자네는 그 경멸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있어. 그것은 과장된 찬사로만 표시된다네. 자네가 바보라면 그런 찬사에 속아 넘어갈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출세하고자 한다면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척해야 할 걸세." - P-1

...이 대귀족들은 왕의 사륜마차에 타본 명문 귀족의 후예가 아닌 모든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을 감추려 들지 않았다. 쥘리앵은 ‘십자군’이란 단어만이 그들의 얼굴에 존경 어린 엄숙한 표정을 부여하는 유일한 말임을 알게 되었다. 보통의 존경에는 항상 친절을 베푸는 듯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 P-1

...드 라 몰 저택에서 사람들은 그에 대해 항상 완벽한 정중함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낙오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시골뜨기다운 상식은 이런 결과를 ‘뭐든지 새로운 동안만 아름다운 법’이란 속담으로 설명하려 들었다.
..어쩌면 쥘리앵에게 처음보다 좀 더 통찰력이 생겼거나, 아니면 파리의 세련이 일으켰던 처음의 매혹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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