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p. «어느 <고쿠라 일기>전»
...가을밤 히비키나다의 파도 소리에 섞여 바깥을 지나는 방울 소리가 들려오면 희미한 서글픔을 느꼈다. - P-1

61p. «어느 <고쿠라 일기>전»
..그 밤이 물러가기 전에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열 시간 뒤에 숨을 거두었다. 눈발과 볕이 갈마드는, 오가이가 ‘겨울 소나기‘라고 말했던 그런 날이었다. - P-1

91p. «공갈자»
...그녀에게 그렇게 믿게 하고 그 가설의 약점을 찔러서 돈을 우려내는 것 말고는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인연도 없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잇는 유일한 끈은 그녀에게 돈을 우려내러 찾아가는 행위뿐이다. 그럴 때만 잡부인 그가 소장 사모님과 대등해진다. 아니, 우월한 사람이 된다. - P-1

192p. «이외지리»
.."현재 요쓰야 초소에서 해자 옆길을 따라 아카사카 초소로 가다 보면 중간에 구이치가이 초소가 보이는데, 그곳에서 기오이초를 향해 좁은 토성 길을 건너가면 구이치가이 문이 있습니다. 지금도 예전 문의 돌담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호텔 뉴오타니로 가는 근방이죠. 호텔이 서 있는 근방이 이이 가의 저택, 그 옆이 기슈 가의 저택, 이이 가 앞에 오와리 가의 저택, 그렇게 세 개의 저택이 나란히 있으므로 그 세 가문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기오이자카라는 지명이 생긴 겁니다. 구이치가이 문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성문을 만들지 않고 건乾 방위(북서쪽)를 지키기 위하여 목책만 설치했었지요. 토성 사이의 초입과 대문의 위치가 조금 어긋나 있어서 구이치가이 문(‘구이치가이‘는 ‘어긋남‘을 뜻한다)이란 이름이 생겼겠지요. 지금은 그 책문 터에 쌓아 올린 돌담이 남아 있어요." - P-1

254p. «삭제의 복원»
..전기傳記에서 한 인간의 삶의 역사는 극도로 긴장된 결정적 순간만이 중시되며, 바로 그 순간만,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서 바라보아야만 전기가 바르게 쓰인다. 사람은 자신의 모든 힘을 걸 때만 자기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정말로 살아 있는 것이다. 내면에서 영혼이 불타오를 때만, 활활 타오를 순간에만 그는 외면적으로도 형상을 얻는 것이다. (『메리 스튜어트』에서) - P-1

275p. «수사권 외의 조건»
.."때려?"
..나는 기가 막혀서 그를 쳐다보았다. 보복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서로 한참 달랐다. - P-1

289p. «수사권 외의 조건»
..택시는 속도를 내며 ‘현장‘에서 멀어졌다. 지금쯤 가사오카 유이치의 호흡이 멎었을 것이다. 칠 년을 공들인 성과에 대한 감정은 너무나 가볍고 충실한 느낌도 없었다. 이것이 양감量感이 되어 밀착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나는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멍하니 생각했다. - P-1

306p. «진위의 숲»
..도로로 나서자 시원한 밤공기가 얼굴과 가슴을 쳤다. 별들도 훨씬 많아졌다. 그러자 방금 전의 허탈한 심정이 조금씩 채로 걸러지는 기분이었다. 늘어졌던 무엇이 찬바람에 금방 응고되어 가는 것과 비슷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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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0일. 소비단식은 이렇게 갑자기 시작되었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준비 기간이 있었다면 아마 뭔가를 더 샀을 거 다. 원래 갑자기 시작해야 뭐가 되도 되는 법이다.) - P-1

...이 연구는 ‘구매-쇼핑 장애BSD(Buying-Shopping Disorder)’를 주로 다룬다. 이는 쇼핑에 사로잡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를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그리고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물품을 산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나 나쁜 기분을 없애고 싶을 때, 혹은 자기 불일치self-discrepancy를 해결하기 위해 산다.... - P-1

..착장을 만들며 깨달은 것이 있다. 옷을 사지 않으려면 옷이 많아야 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있어야 했다. 오히려 가진 옷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게 필요한 옷이 보이고 관리가 된다. - P-1

...구매의 감각이 아닌, 읽는 것 그 자체로 좋은 순수한 감각을 회복한다. 조금씩 비워지는 책장을 보면 머릿속도 맑아지는 듯하다. 다 읽고 나서 판매가 가능한 책은 판다. 소장하고 싶은 책은 억지로 팔지 않고 보관하거나 친구와 나눠 읽는다. 내가 바라는 정도까지 책장이 말끔해지려면 아마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몇 가지 책으로 단출한 책장을 이룬다면 그때는 마음이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 P-1

...진정한 노마드의 삶은 자신의 삶을 영위는데 쓰이는 물건들의 무게를 직접 느낄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직접 모든 짐을 싸고 무게를 달고 옮기게 될 줄 알았다면 밥솥도, 냄비도, 책도, 옷도 사지 않았을 것이다. - P-1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닌 ‘없으면 안 되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 나는 이미 없으면 안 되는 것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 P-1

...이미 지불한 음식값은 매몰비용이다.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최대 효용가치를 이미 느꼈다면 거기에서 멈추고 음식을 남기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인 것이다. 매몰비용이 아까워서 비효율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 P-1

..소비단식은 내 삶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비용을 적게 쓰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진다. 예컨대 생활비로 30만 원이 필요한 사람은, 모아둔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이 60만 원의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보다 더 길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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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We started talking about The Executioner‘s Song and it became clear, from his argument, that he believed the closer he stuck to the facts of Gilmore‘s story, the more fictional it became. Then he hit on something that I think is pretty important, if one is to enter into the spirit of the book. ‘The feeling I had with The Executioner‘s Song,‘ he said, ‘was that these facts, if very closely examined and reexamined and reduced and refined, would begin to create a manifest of the give that I would call fictional. Fictional because it breathed, and there‘s the difference. If you put facts together in such a way that they truly breathe for the reader, then you‘re writing fiction.‘ - P-1

54p.
..It was seven miles and more from Vern‘s home in Provo to the shop in Lindon, seven miles along State Street with all the one-story buildings. The first morning Vern drove him there. After that, Gary left at 6 to be sure of getting to work by 8 A.M. in case he wasn‘t able to find a hitch. Once, after catching a ride right off, he came in at 6:30, an hour and a half early. Other times it was not so fast. Once, a dawn cloudburst came in off the mountains, and he had to walk in the rain. At night he would often trudge home without a ride. It was a lot of traveling to get to a shop that was hardly more than a big shed with nothing to see but trucks and heavy equipment parked all over a muddy yard. - P-1

87p.
...The twilight came down slowly. It was as if you were taking one breath and then another from a cluster of roses. The air was good as marijuana then. - P-1

140p.
...There was one grave that had no flowers. A little boy‘s grave. Gary went around and took a flower from each of a number of other graves and put them in a rusty little vase by the boy‘s headstone. Then they turned on to some good pot. Right away, Gary had to get out of the cemetery. Told Sterling he was seeing himself in a tomb. - P-1

151p.
..Nicole heard about the lunch. There was a piece of him, she decided, that liked to tell crazy stories to grown-ups. It must have gotten locked in at the age of eight. - P-1

202p.
..She said, "Nobody is ever really free, Gary. As long as you live with another human being, you‘re not free." - P-1

312p.
..Yes, Gary was a sad and lonely man, one of the most sad and one of the most lonely. "Oh, God," thought Bessie, "he was in prison so long, he didn‘t know how to work for a living or pay a bill. All the while he should have been learning, he was locked up." - P-1

318p.
..Yes, the memory of one‘s life might be one‘s best and only friend. It was certainly the only touch to soothe those outraged bones that would chafe in the flesh until they were a skeleton free of the flesh. - P-1

346p.
..It came down on Nicole what an expression like "horrible loss" really meant. It was throwing away the most valuable thing in your life. It was knowing you had to live next to something larger than your own life. In this case, it was knowing that Gary was going to die. - P-1

385p.
...The psychopath had fantasies. The psychotic had hallucinations. - P-1

385p.
...They had to recognize, Woods warned, that the law wanted to keep psychopathy and psychosis apart. If the psychopath were ever accepted as legally insane, then crime, judgment, and punishment would be replaced by antisocial act, therapy, and convalescence. - P-1

406p.
...If I feel like murder it doesn‘t necessarily matter who gets murdered. Don‘t you know that about me? Murder is just a thing of itself, a rage and rage is not reason—so why does it matter who vents a rage. That‘s the first time I‘ve consciously acknowledged that insane truth. Perhaps I‘m beginning to grow... grow with me.... - P-1

447p.
..The news lived in the air of the courtroom. It was as if there had been one kind of existence in the room, and now there was another: a man was going to be executed. It was real but it was not comprehensible. The man was standing there. - P-1

482p.
..Campbell believed the prison system was a complete socialist way of life. No wonder Gilmore had gotten into trouble. For twelve years, a prison had told him when to go to bed and when to eat, what to wear and when to get up. It was absolutely diametrically opposed to the capitalist environment. Then one day they put the convict out the front door, told him today is magic, at two o‘clock you are a capitalist. Now, do it on your own. Go out, find a job, get up by yourself, report to work on time, manage your money, do all the things you were taught not to do in prison. Guaranteed to fail. Eighty percent went back to jail.

490p.
..Gary told them of his belief that he had been executed once before, in eighteenth-century England. He said, "I feel I‘ve been here before. There is some crime from my past." He got quiet, and said, "I feel I have to atone for the thing I did then." Esplin couldn‘t help thinking that this stuff about eighteenth-century England would sure have made a difference with the psychiatrists if they had heard it.

494p.
..Now, the walls of the trailer closed in again. Somebody asked her once if it had been difficult to learn to live in the trailer, and she said no, not difficult at all. That was because she had never lived there, but died the day she moved in.

495p.
..Everything was shades of brown. One poverty after another. Even the icebox was brown. It was that shade of gloom which would not lift. The color of clay. Nothing could grow.

499p.
...The violence of Portland licked right up to the edge of the store and left a spew like that yellow foam on city beaches where old rubber dries out with jellyfish and whiskey bottles and the dead squid.

526p.
..Dennis wasn‘t hearing ideas that were new to him, hell, by comparison to most, he was pretty cultivated in these matters even if, by his own measure, a dilettante. Still he was conversant, and so was impressed that Gilmore was actually this familiar with the consciousness stuff. While, essentially, Gary had nothing new to contribute, still he had done a good deal of thinking on the subject. "You cannot escape yourself," Gilmore said. "You have to meet yourself."

527p.
.."Judas," said Gary, "was the most bum-beefed man in history."
..Judas knew what was going down, Gilmore said. Judas was there to help Jesus tune into the prophecy.

600p.
...He had learned one lesson he would never erase, and thought of it again on the night he dined with the Judges. The secret of people who had class was that they remained accurate to the facts. Schiller called it history. You recorded history right. If you did the work that way, you could end up a man of sub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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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건은 호감이 가지 않네. 아주 싫어. 너무나 어린아이스러운 요소가 많아. 아이들이란 태어나면서부터 늙은이고 정신병 환자야. 무언가 불길한 정신착란 증세가 있어." - P-1

.."제발 좀 참게. 내가 온 것은 존엄한 정의의 기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기 위함일세. 이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지, 알겠나. 철학적으로 말하면, 물론 정의 같은 건 없네. 정말로 정의라는 게 있다면, 우리는 우주라는 큰 오두막 안에 다시금 또 하나의 지붕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는 셈이 되겠지." - P-1

.."그야 그렇겠지. 그러나 매컴, 나는 자네보다 훨씬 나이를 먹었네. 자네가 대수며 역대수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던 소년 시절에 나는 이미 머리가 반백이 되어 있었지.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우주의 진정한 균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네. 비율이 완전히 달라져서 전에는 여러 가지에 대하여 지니고 있던 가치가 의미를 잃어 버리고 만다네. 노인의 마음이 너그러운 것은 그 때문일세. 노인은 인간이 만든 가치 같은 것을 중요시하지 않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세." - P-1

"...이 세 가지 살인 사건에서 어느 경우이건 이 참극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 현장에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기 바라네. 아무도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는단 말일세. 그러니까 모두 교묘한 계산에 따라 이루어졌단 말이네. 범인은 모든 배역진이 이른바 무대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을 선택했던 것일세...." - P-1

.."억압당한 충동은 언제나 익살을 낳기에 유리한 상태를 만들어 낸다네. 듀거스는 유머를 detente--긴장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말했네. 벤은 스펜서의 뒤를 이어 유머는 억압에서 구제되는 것이라고 부르고 있지. 유머가 발휘되기에 가장 적절한 바탕은 억눌린 잠재력--프로이트가 Besetzungsenergie라고 부른 것--이며 그것은 마침내 제멋대로 발산되기를 요구한다네. 이 마더 구스의 범죄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것은 너무나도 진지한 이론적 사색과 균형을 잡기 위해 그 반동으로서 가장 공상적이고도 변덕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 수학자이네. 마치 ‘보아라, 이것이 너희들이 사뭇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세계이다. 너희들은 무한하고 한층 더 광대한 추상 세계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모르지 않는가. 지구상의 생활 같은 것은 아이들의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농담거리로 삼을 만한 가치밖에 없단 말이다‘ 하며 비꼬고 있는 것 같네...." - P-1

"..해학과 짓궂은 이야기를 입 밖으로 표현하는 태도는 갑작스러운 살인 충동과 같은 심리라네. 냉소하는 버릇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은 억제당한 감정에 돌파구를 열어 주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정서의 평형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짓궂게 굴고 조롱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늘 안정되어 있다네. 이따금 육체의 이변을 일으키는 일은 좀처럼 없네. 그와 반대로 자기의 해학을 억누르고 안으로 쌓으면서 겉으로는 진지한 금욕주의자처럼 꾸미고 있는 사람은 언제 폭발할는지 알 수 없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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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p.
..나는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얼마간 노력도 기울인다. 이를테면, 만나자는 친구의 연락을 거절하기도 한다. - P-1

45p.
..이사를 앞두고 가구를 보러 다니는 중이다. 예산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는 일은 소풍 가서 먹을 간식을 고르는 어린 시절처럼 즐겁다. - P-1

56~57p.
..물건을 잔뜩 소유하는 것은 왠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모르는 것만 같아서 불안해진다. - P-1

87p.
..좋아, 심어보자.
..근처 쇼핑몰에서 화분과 흙을 사서 알뿌리를 묻고 베란다에 쭉 놓았다. 봄이 되기까지 반년 가까이 남았으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퍼뜩 놀랐다. 나는 내가 내년 봄에도 건강히 여기 살아있으리라고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건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 행복을, 나는 자꾸만 잊고 산다. 몇 달이나 지난 후의 튤립을 기대하는 마음은 사실 대단한 행복이다. 알뿌리가 잠든 화분에 물을 주며, 가만히 고마움을 느끼는 나다. - P-1

105p.
..자, 내년의 나는 대체 뭘 배우고 싶어 할까? 꾸준히 하는 것은 대단하지만, 시작하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P-1

114~115p.
..내 젊음을 자랑했고, 내 인생에는 성장만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비로소 인생은 늙어가는 것도 한 세트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노화‘를 존귀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누구나 다 늙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노화를 완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 - P-1

157p.
..아무튼 나는 아주 건강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종종, "몸 하나는 건강해요~"라며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곤 했는데, 요즘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건강을 농담 삼아 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구내염 하나만 생겨도 하루 종일 우울해지니까. 그 몇 배나 되는 아픔과 투쟁하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충고하고 다짐한다. - P-1

194p.
..나는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역시 속으로는 ‘다시는 못 올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동물을 봤다.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했다.
..언젠가, 언젠가는, 이라고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나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서른일곱 살은 아직 젊지, 이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두드리고 웃는 사람도 있지만, 서른일곱 살인 나 나름대로 늙어가는 불안이 있다.
..인기 만점 동물원을 여행하며 문득 그런 감정을 느꼈다. - P-1

199p.
..일부러 말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서 비로소 깨달았다. - P-1

209p.
..싫은 사람이 처음부터 싫었던 게 아닐 때 특히 곤란하다. 그 차이가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 P-1

216p.
..나를 크게 보이려고 하면 나중에 반드시 힘들어진다. - P-1

223p.
..디자인이 단순한 물건을 살 때면 내 마음속에 ‘아까워‘라는 감정이 차곡차곡 차오른다. 모처럼 돈을 쓰는데 디자인에 공을 안 들인 물건을 사는 건 너무 아깝다. 이왕이면 여기에 주머니가 달리고 저기쯤에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달려야 이득이지 않나? 또 단순한 물건이라면 대량생산하는 저가 매장에서 사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디자인이 단순하고 가격이 좀 나가는 물건을 몸에 지닌 사람을 보면 감탄한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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