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는 가설 형성이라거나 가설 추론이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애브덕션이 지닌 직관적, 지각적 본질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가설을 세우는 발상 자체가 본질인 거죠. 불교의 깨달음에 가까운 행위라고나 할까……. 예를 들면 차라리 ‘비약법’ 혹은 ‘포획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겁니다. 원래 애브덕션은 유괴, 납치라는 뜻을 지닌 단어니까요."

..어린 시절 더운 여름날 반짝반짝 빛나는 강물에 얼굴을 담그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내내 구경하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건 누구의 기억일까? 누구건 상관없다. 나는 요 몇 달간 어딘가 다른 곳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이 세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고개를 들고 다른 곳으로 돌아갈 때가 왔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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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자신을 관념의 괴물이라 생각한답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대조적인 두 사람이었다. 한쪽은 관념이라는 인공정원에 스스로를 속박했고, 다른 한쪽은 권력이라는 바위 속에 자신의 육체를 이식하려고 한다. 이만큼 서로 동떨어진 존재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둘 사이에는 부정할 수 없는 공통점 하나가 있음을 린타로는 깨달았다. 타자를 자신의 내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자의식의 강력한 자장이…….

.."상당히 젊은 분이군요." 니시무라 유지가 말했다. "실례지만 나이가?"
..린타로가 대답하자 니시무라가 자신을 되돌아보며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노스탤지어의 물결이 한순간 그의 눈동자 속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그 물결을 무기 삼아 린타로의 우위에 서려는 의도가 슬쩍 엿보인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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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오카에서는 메밀국수 식당을 겸하는 여관에 묵었다. 완코소바(모리오카의 명물로 밥그릇 크기의 그릇에 국수를 담아 손님이 뚜껑을 덮을 때까지 무한정 제공한다)에 도전했다. 일흔두 그릇을 해치우고는 결국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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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p.
.."그것이 가능한 경우에 말이지만, 올바르게 이성을 움직이지 않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죄악이 되는 겁니다! 내가 이 자갈에 대해 이런 식으로 추론하지 않는다면 남은 거라고는 기구 같은 것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경비행기 조종술은 아직 하늘에서 기습해 오는 범인을 생각할 만큼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절대로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217p.
...룰르타뷰와 나의 대화를 재현하는 것보다는 이 보고서를 읽어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가장 엄밀한 진실을 전하지 못할 말이라면 차라리 한 마디라도 덧붙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255p.
"...지각에 의해 찾아내는 것 따위 증거가 될 수 없어. 나도 지각할 수 있는 흔적 위에 쭈그리고 앉았지만, 그러나 그것은 그저 나의 이성이 그린 원 안에 그것이 제대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였어. 그 원은 실로 좁았던 적도 있어. 그야말로 아주 좁았던 적도……. 그러나 아무리 좁다고 해도 역시 광대했어. 그 이유는, 이 원은 그저 진실만을 넣고 있기 때문이지!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 지각할 수 있는 흔적 따위 나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코 나를 지배하는 주인인 적은 없었어. 나는 그들을 위해 장님보다 무섭고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인간, 즉 잘못된 견해를 가진 인간이 된 적은 없어! 프레드릭 라르상! 당신의 오류, 당신의 동물적인 사고에 내가 지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거야!"

258p.
...그가 이렇게 자신의 생각에 잘 어울리는 말을 사용해서 자기표현을 하는 독특한 방법에 나는 새삼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종종 그의 생각을 알지 못하면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게다가 조셉 룰르타뷰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것은 언제나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이 청년의 사고법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모든 진기한 것들 중에서도 가장 진기한 것 중 하나였다. 그는 이런 사고법을 내세우면서도 그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이 놀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고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저 놀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당황하게 된다. 길에서 기묘한 인간을 만나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 뒷모습을 언제까지나 바라보듯, 사람들은 룰르타뷰의 사고법을 만나게 되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것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는 ‘어디에서 온 사람이야, 저 녀석은! 어디로 가는 거지?‘ 라고 소곤거리듯, ‘조셉 룰르타뷰의 생각은 어디에서 온 거야?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거지?‘ 라고 마음속에서 중얼거리게 되는 것이었다.

373p.
.."저는 외면적인 징후에 의지해서 진상을 밝히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단순히 그런 징후가 저의 이성의 올바른 활동에 의해 제시된 진상과 모순되지 않게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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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조금 정도는 옳지 못한 행동을 하더라도 세상이 용서해준다는 생각은 도저히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용서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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