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는 가설 형성이라거나 가설 추론이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애브덕션이 지닌 직관적, 지각적 본질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가설을 세우는 발상 자체가 본질인 거죠. 불교의 깨달음에 가까운 행위라고나 할까……. 예를 들면 차라리 ‘비약법’ 혹은 ‘포획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겁니다. 원래 애브덕션은 유괴, 납치라는 뜻을 지닌 단어니까요."
..어린 시절 더운 여름날 반짝반짝 빛나는 강물에 얼굴을 담그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내내 구경하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건 누구의 기억일까? 누구건 상관없다. 나는 요 몇 달간 어딘가 다른 곳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이 세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고개를 들고 다른 곳으로 돌아갈 때가 왔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