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13p.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젠 알았어요. 당신은 더 이상 도움이 필요 없어요. 적어도 내 도움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굳은 의지와 모든 것을 거부하는 냉혹함이 있어요. 당신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거부하죠.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이 쫓는 것, 찾는 것은 내 도움 없이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순간 눈앞에 다른 세계의 문이 나타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안으로 한 걸음 발을 들여놓으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을,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이해받을 수 있는 말과 생각이 입을 열기만 하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내 두뇌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른 세계의 말과 생각을 번역하고 있을 뿐, 아직 내 생각만큼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소리치고 싶은 말은 영어도 프랑스어도 아랍어도 다른 외국어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단어와 문장을 뚜렷이 알 수 있었다. 수정처럼 날카롭고 면도날처럼 예리하고 간결했다. 순간적인 깨달음은 곧 사라졌다. 힐이 있는 방으로 되돌아온 내 정신에 남아 있는 것은 쇼펜하우어의 인용뿐이었다.
..‘지성은 지성이 없는 자에게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