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걸음을 멈추고 강 건너 산 위에 흐릿하게 떠 있는 워커힐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저런 데서는 훌륭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겠지. 이상하다. 감옥 문이 보이네. 감옥에서 나오던 날도 이렇게 눈이 왔었는디…… 역시 나한테는 거그가 좋아. 거그 들어가 있으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거든. 지리산 더덕은 역시 맛이 있어. 그걸 고추장에 찍어 먹으문 맛이 그만이지. 치알봉 올라가는 비탈에 봄이면 온통 빨갛게 피는 그 꽃들, 이름이 뭐드라. 늙어서 이젠 생각이 잘 안 나는군. 그 꽃을 따먹고 배가 아파서 죽을 뻔했었지. 그건 먹어서는 안 돼. 벌써 옛날 일이야. 아, 저기 감옥 문이 열리네. 아, 저건 우리 어멈하고 아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