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p.
..오배니언은 어깨를 올렸다가 천천히 내렸다. "표현할 수가 없네....... 나도 잘 모르겠어. 넌 외모는 여자인데 느낌은 야만인 같아. 프로이드가 말한 온갖 방어 기제로 무장하고 돌아다니는 마네킹 같아. 얘기를 듣기만 하지 하지는 않아. 대체 무슨 여자가 그래? 난 아직도 이상해...... 왜 얘기를 안 하는 거야? 너의 무지를 감추기 위해? 정말 모르겠어, 캐런. 정말이야."...
148p.
...오배니언을 통해 그녀는 음악과 문학과 미술의 세계를, 그녀가 거의 알지 못하던 모든 실재와 추상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구절을 따라 썼고, 그의 생각과 취향, 편견을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표절했다. 자신에게 결여되었던 교육과 소득, 기회를 기반으로 한 깊고 정교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그녀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물 터를 판 땅속에 펜트하우스를 짓는 셈이었다. 지하와 펜트하우스 사이에 있어야 할 스무 층의 건물은 생략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