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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조우관 ㅣ 사계절 아동문고 91
정명섭 지음, 이예숙 그림 / 사계절 / 2016년 9월
평점 :
사라진 조우관은 표지 색이 참 마음에 든다. 정말 추리소설같은 느낌을 주는 표지이다. 푸른 빛은 언제나 약간의 신비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책 제목이 사라진 조우관이어서 사람인가?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오해^^를 예측이나 한 듯 책의 첫장에 조우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조우관은 삼국시대에 벼슬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쓰는 관이다.] 문덕이의 아버지가 욕살 어른께 하사받은 조우관이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나오는 사람들은 벼슬자리에 있는 아버지나 집에서 일을 하는 집사든 독특한 성격이라거나 어떤 큰 특징이 있지는 않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중요한 물건을 잃어 버렸을때의 허둥거림을 느낄 수 있고, 사건이 크다는 생각보다는(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일이겠지만~) 이 사건을 풀어 나가는 침착한 을지문덕이라는 소년이 놀랍다. 우리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때 가장 가까운 시대니만큼 조선에 대해서는 들은것도 친숙한 것도 있는데 이 글의 배경이 된 고구려 시대에 대해서는 그리 가깝지 않아 어른인 나 조차도 생소한 단어들이 있었다. 아래 주석에 단어의 뜻을 설명해 주어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가긴 했다. 조우관, 욕살, 경당, 백잔, 동이, 국상, 호민공후 등의 단어가 그렇다.
조우관 사건의 찜찜함을 더해 주는 덕보, 덕보와 연관이 있는 말갈족의 침입자들, 조우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문달삼촌등이 등장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은 문덕의 스승 설천 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그는 문덕에게 어떻게 행동하라는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지는 않지만 그와의 대화 속에서 문덕이 사건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북돋워 준다. 진짜 스승은 학생이 중요한 가치를 찾아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가 아니던가. 문덕은 여러가지 정황을 거듭하여 사건의 단서를 확보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우리가 역사책 살수대첩에서 만났던 그 을지문덕이 이 을지문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용감하고 차분하고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에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쓴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작가의 상상의 사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읽는 이는 어쩐지 자꾸 이 일을 믿고 싶어진다. 삽화에 나온 문덕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고 진지해서 그 진한 눈썹을 보면 웃음이 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응원하며 지켜보게 된다.
p32 "...무릇 전쟁이란 군대와 무기만 좋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다. 공포와 두려움, 혼란에 휩쓸리지 않는 생각,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가진 병사들이 필요하다."
p34 "심판의 순간에는 항상 신중해야 한단다."
p59 "넌 어른들도 당황한 그 시점에서 냉정하게 주변을 살폈다. 그정도면 진짜 도둑을 찾을 수 있을 게야." "흔적을 찾아라.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면 분명 단서가 있을거다. 그리고 이틀 동안 벌어졌던 일들도 차분히 생각해 보거라.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보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는 법이니까. 그림을 그리거나 그동안 벌어진 일들을 세세히 정리해 주는 방법도 있지. 차분하게 써 내려가다 보면 엉켜 있는 것 중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게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
P97~98 "사람들과 마주칠 때는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게 좋단다. 친구든 적이든 말이다. " "왜 그래야 합니까?" "그것은 말이 가장 무서운 무기이기 때문이다." "칼이나 활보다 말입니까?" "그런 무기들도 사람을 죽일 수 있지. 하지만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죽이고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날 모르겠습니다." "네가 덕보를 지키기 위해서 뭘 했느냐?"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그게 바로 말의 힘이다." "하지만 전 실패했는걸요." 시무룩해진 을지문덕에게 설천이 힘주어 말했다. "중요한 건 말을 하려고 했던 용기란다. 그렇게 무서워하던 어머니를 설득하려고 했던 그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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