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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마신 소녀 - 2017년 뉴베리 수상작
켈리 반힐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7월
평점 :
달빛을 향해 서있는 신비로운 소녀의 모습이 책을 열어보게 싶게끔 만든다. 이 책은 어른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책의 글밥이 많다. 아마도 호흡이 긴 책을 읽어본 친구들에게 적당하지 않나라는 생각.
옛날 어느 마을, 마녀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 장로회 사람들과 마을사람들이라는 신분이 존재하고, 자신들의 아이를 해마다 빼앗기면서도 고개를 숙이고 슬픔으로만 견뎌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이들의 슬픔을 자양분으로 하는 마녀아닌 마녀가 숨어있단 설정.(이 이야기는 책의 후반부로 간다.)
나는 신비롭기보다는 유쾌한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책은 나에겐 조금 힘든 책이었다. 책의 분량이나 두께 보다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신비와 슬픔과 의구심의 막?들이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것은 마녀 잰도, 루나도 아닌 엔테인 때문이다. 엔테인이 어떻게 변할까? 그의 활약은 있을까? 이런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고 답답한 사람을 전면부에 내세운 것은 아마도 이 사람이 무엇인가를 할것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때문이다. 마음은 선하고, 자신이 할일은 무엇이나 잘 해내지만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이 일들을 회피하는 방법을 택하는 엔테인. 마녀에게 바칠 아기를 장로회에서 함께 데리러 갔다가 아기를 내줄수 없다고 외치며 울부짖는 (보호령에서는 이렇게 아기를 내주지 않는다. 그저 슬픔에 쌓여 아기를 내밀뿐. 그래서 이 엄마의 행동이 당연한 것인데 미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아기엄마를 마주하게 된다. 그 후로 그는 예비 장로회의 일원이었으나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되고, 그곳(장로회)에서 나와 목수가 된다.( 이 중간의 내용에는 엔테인이 그 아기 엄마가 갖혀있는 탑으로 갔다가 얼굴에 흉한 상처들을 입게 되는 내용이 포함되고, 그것이 결정적으로 장로회를 그만두는 계기가 된다.)
이때 슬픔에 빠져 울부짖던 엄마에게 빼앗아온 아기가 루나이고, 이 아기들을 구하는 마녀 잰이 루나를 보호령 너머의 사람들에게 입양을 시키던 것을, 실수로 달빛을 마시게 한 루나를 자신이 키우게 된다.
길고 긴 이야기들 속에는 잰이 루나에게 쏟는 애정, 함께 살고 있는 용과 늪괴물, 장로회, 보호령 사람들의 무기력, 탑에 살며 수녀를 가장한 진짜 슬픔을 먹고 사는 마녀, 엔테인과 결혼한 에신(에신이 아기를 가지면서 비로소 엔테인은 용기를 내려고 한다.),..보호령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는 실체는 허상이였음을, 장로회 사람들의 권위와 오만과 비밀을 걷어낼 수 있는 힘은 아마도 에신이 가진 밝음과 왜 그래야 하는데요?라는 의문이 아닐까 싶다. (장로회와 슬픔을 먹고 사는 마녀수녀가 가장 두려워 한 것은 이 의구심이었다.)
어둡지만 그래도 어둠을 헤쳐나갈 등불 하나와 추위에 대비한 망또 하나쯤은 건네주는 소설이다. 길고 지루한 동굴을 빠져나오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한번도 크게 웃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난 판타지나 마법류의 책을 즐겨읽지는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사실 주인공이지만 아직 어리고 할 수 있는 일이 적었으나 이 모든 일의 연결점이 된 루나. 그리고 그 후에 가질 마법이 더욱 기대되게 하는. -시리즈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루나를 메인으로 한 이것보다는 조금 유쾌한 마법 이야기가 나왔으면 한다. 보호령에서 슬픔의 울타리를 걷어 냈으니 이젠 희망이라는 다리를 놓고, 그 다리를 건너다니는 이야기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