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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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고는 하지만 인정받은 작품 하나 없는 은섬은

동료 몇 명과 함께 작업실을 함께 쓰고 있다.

각자 안 풀리는 작품에 고민이 많은 그녀들은

드라마 대본 작가 경은과 시나리오 작가 윤희의

주도 아래 '작가 전문 퇴마사'를 불러

이들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잡귀를 퇴치하기로 한다.


은섬은 그녀들의 부추김에 함께 하긴 했지만

마스터라 불리는 그를 믿어야 할지 의심스러운 찰나,

퇴마사는 은섬의 옆에 '이작희'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자가 서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너무도 놀라버린 은섬,

최근 은섬은 80여 년 전에 이작희 라는 여성이 남긴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던 터.


어려웠던 은섬의 집안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또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아버지의 제안으로 시작한

이작희의 일기에 대한 분석과 동시에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일제강점기에 발표한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인정을 받는

오영락 작가 문화관을 만들기 위한

일을 막 시작했던 은섬은,

왜 '이작희'가 자신의 곁에 나타난 것인지

무섭기도 하고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작희는 공식적으로 현대에 남긴 작품이 없다.

그렇지만 그녀의 일기장에는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김중숙이 써 내려간

소설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었고,


여성이라는 성별,

기득권이 아닌 평범한 계급(신분),

일제강점기 아래의 독립운동가 집안(민족)

이라는 굴레 아래에서도

고통스러운 삶 속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들의 삶은


알면 알게 될수록

은섬의 마음에 어떤 가책이랄까,

시대는 다르지만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글을 쓴다는 공통점으로

점점 많은 공감과 동질감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기에 그 일기장에 담긴

충격적인 진실을 제대로 알고,

또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쫓아 그리고 쓰는 여자,

작희와 중숙을 쫓아 계속된 탐구에 나서게 되는데……


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퇴마사를 만나

본인의 곁에 존재하는 과거의 여자를 인식하게 된

한 현대 여성작가가 진실을 찾고자

그들의 과거를 쫓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창작자로서의 연대와 공감의 마음을 담아낸 책으로


은섬이 있는 현대와

작희와 중숙이 있는 과거의 시점을 오가며

어떤 연유에서인지 서로를 만나게 된 그녀들이

그렇게 만나게 된 서로의 모습에서

자극 아닌 자극을 받아 '진짜 나'를 찾아가는

하나의 성장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작희의 어머니인 김중숙의 글쓰기 사랑,

혼인으로 학업을 중단한 어쩔 수 없는

시대상의 안타까움,

시집살이와 남편의 외도 등으로 힘들었던

그녀의 삶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자

외로운 삶의 동지였던 딸 작희에 대한

다양한 서사가 이어진다.


붓을 땅에 심는 여자아이가 나오는 태몽을 꾼 뒤,

아이가 '이야기를 지으며 기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작희라는 이름을 직접 지어준 중숙과

밖으로 나도는 남편을 대신에 살림을 꾸리고자

서포(서점)를 운영하며 글쓰기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았던 그 시대의 여성들의 '꿈'과 '생'은

그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자 했을 뿐인데도

맘껏 펼치지 못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그런 힘듦 속에서도

무조건 이야기와 이야기를 쓰는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서로를 다독이며 이끌어 준

작희와 중숙의 모습,


이들을 통해 글에 기대어 나만의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애쓰는 은섬의 모습은

시대를 넘어선 공감과 결속으로

'쓰게 하는 힘'으로 통합되는

그녀들의 교감이 짜릿하기도 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만이 쓸 수 있는 문장,

나만 빚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내려간

1,2 세대 여성작가의 모습은

비록 소설에 불과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창작자로서 꿈을 펼치고자 애썼던 그 노력은

당시의 누군가에겐 꼭 존재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오게 했고,


그런 그들의 단단한 믿음이 더 나아가

현대의 은섬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연대로

나만이 해낼 수 있는

'내 삶의 주인공 되기'의 기적까지

맛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작품 속의 주인공인 은섬뿐 만 아니라,

창작자로 일하는 현대의 모든 은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나가기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중숙과 작희의 열정을,

또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마음에 담아 한걸음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는

은섬의 모습이 오래 잔상에 남을 것 같다.


세상에 이름을 알린 적은 없지만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 내가 꿈꾸는 곳을 향해

묵묵히 달려가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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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즘 - 섹시, 맵시, 페티시 속에 담긴 인류의 뒷이야기
헤더 라드케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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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날이 따뜻함을 넘어 더위에 가까워지고,
옷차림이 한층 얇아지다 보니
'이제 슬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생긴다.

겨울에야 두툼한 옷을 입다 보니
상대적으로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데
여름에는 여지없이 짧고 얇은 옷감에 의해
몸매가 여실하게 드러나니 괜히 상대적으로
나만 뚱뚱해 보일까 봐 위축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엉덩이는 할 말이 많은 신체 부위이다.
바지를 입을 때면 유독 존재감을 나타내는 존재,
허리는 헐렁해도 양쪽의 허벅지가 달라붙거나
꽉 끼는 핏으로 둔탁해 보이는 뒤태는
거울을 통해서야 마주할 수 있고
나는 볼 수 없지만 타인은 쉬이 볼 수 있기에
내 신체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이는 게 많다.

그렇기에 외출 전 옷을 입어보고는
항상 현관 앞의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앞모습을 한 번,
어떻게든 뒤로 돌아 허벅지와 엉덩이의
뒤태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나만의 행위는 아닐 것이다.

유독 발달한 커다란 엉덩이를 가진 저자
헤더 라드케는 꽉 끼는 다리와 엉덩이,
상대적으로 헐렁한 허리를 가진 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
이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양한 인종, 연령과 생활습관, 유전 등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외모나 몸매에도 불구하고
왜 유독 엉덩이에 사람들은 이렇게 집착할까?
인류는 이토록 수많은 암시와 페티시와
혐오와 뉘앙스를 왜 엉덩이에 부과해왔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며 말이다.



그래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많은 탐구를 통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았고,
그 답을 모아 이 책 《엉덩이즘》이 나오게 되었다.

✔ 엉덩이에 대한 기원
✔ 폄훼와 차별, 얼룩진 욕망으로 떠올리는
엉덩이에 대한 다양한 감정의 시작
✔ 백인 문화의 선택적 태도와 수치심
✔ 수많은 억압과 착취, 차별에 맞서는
통제에 대한 저항

까지 엉덩이를 둘러싼 다양한 이력과 연구로
바지를 입을 때마다 수치심에 휩싸이던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엉덩이의 기원을 설명하며 그녀는
이족보행 짐승인 인간의 든든한 지원으로 자리했던
엉덩이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근육과 지방을 결합한 큰 볼기근,
즉 엉덩이를 가진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고 한다.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이 근육은
순간속도가 빠른 네 발 짐승으로부터
도망갈 지구력을 선사하고,
큰 뇌를 떠받치며 빠르게 움직이도록 돕고,
아이를 낳고 모유 수유를 하고도 무사히 살아갈
열량을 축적하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했기에

인간의 '생존'에 관여하는 존재로서
엉덩이가 갖는 해부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엉덩이의 기원에 이어서는
폄훼와 차별로 얼룩진 욕망의 실루엣으로서
엉덩이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던
출발점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남아프리카 코이족의 여성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영국의 노예로 팔려간 세라 바트먼,
상상 이상으로 엉덩이에 열광적이었던
19세기 런던의 분위기와 그녀의 큰 엉덩이는
권력가들의 욕망에 절묘하게 맞물려
서커스의 곰처럼 그녀의 몸을 전시하는
현실에 내몰리게 한다.

그 과정에서 암묵적인 인종 차별과 성차별을
양산해냈다고 작가는 지적했는데,
약자의 나체를 대상화해서
인종적 위계, 기이한 성 착취 구조를 사회에 퍼뜨린
서구 열강의 속내를 까뒤집어 보여주고,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이 위험하고 폭력적인
선입견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점을
고발하며 울림을 주었다.



그다음으로는 엉덩이의 형태와 관련된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집착의 모습을 담았다.

바트만의 사례 이후
19세기 유럽 여성들 사이에 유행한
커다랗고 풍성한 실루엣을 만들어
성적으로 어필하려는 버슬이라는 장식의 유행,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반대로
새로운 부르주아 여성인 플래퍼들에게
마르고 호리호리한 몸에 적합한
코코 샤넬의 옷이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유행했다는
극단의 다양한 집착을 보여주었고,

대량생산을 통한 기성복의 시대가
도래하며 등장하게 된 평균의 탄생에 대해 언급했다.

여전히 마네킹 속 '이상적인 엉덩이'를
열망하는 분위기가 식을 줄 모르는 사회 속,
실질적으로 이상적인 엉덩이에 수렴하는 엉덩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 극소수의 '평균'에 해당하는 엉덩이의 소유주조차
자기 엉덩이에 만족할 줄 몰랐다는 사실이
참 기이하게 다가왔다.

이런 변덕 심한 사회의 시선 속에서
유행이 바뀔 때마다 자기 엉덩이를 미워하며
살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모습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본가들로 하여금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게 했는데

아프리카 트워킹을 자신의 정체성과 시장성
확장의 기회로 삼은 마일리 사이러스,
선정적 이미지와 모호한 인종 정체성을 이용해
큰돈을 벌어들인 킴 카다시안 등의
아이콘들을 사례로 들어 이야기하기도 했다.

더불어 큰 엉덩이를 떼었다가 붙이고,
하위문화로 취급했던 흑인문화를 차용하고 제거하는
백인 문화의 선택적 태도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선택적 글래머'들의 대중없는 폄하로부터
엉덩이를 지키는 방법은
그동안 외면해온 수치심에 직면하는 것이라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모든 수치심의 근원에서 고개를 돌릴 때,
우리는 남들에게 해를 입힌다.
그리고 우리의 수치심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영영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 자신에게도 해를 입힌다."라고 말이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 착취와 억압 속에서도
꿋꿋했던, 눈초리 속에서도 당당했던 엉덩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엉덩이 등
시대 흐름 속에서 유의미한 굴곡을 만든
엉덩이에 대한 내용들을 소개하며

다양한 '크고 작은 엉덩이'에게
특정 태도를 강요하지 않고,
다만 우리 몸을 바라보는 마음에,
환기의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본인도 이런 연구와 집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엉덩이에 대한 수치심에서
해방될 수 없었지만,
이런 엉덩이를 바라보는 수치심의 근원을
직면함으로 인해 생겨난 약간의 변화들이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분명 새로운 의미를
전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으면서 말이다.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엉덩이에 대한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평균'의 모습에
의구심을 갖지 않고 그 틀에 내 엉덩이를 맞춰
수치심을 느낄 뿐 어떤 의문이나 행동을
취하고자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시선과 감정에 대해 '왜 그래야 하지?'라는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했으니 말이다.

책에 쓰인 작가의 시선을 따라
엉덩이의 기원, 엉덩이를 바라보는 감정의 변화,
그릇되게 자리 잡은 엉덩이의 이미지나
그 안에 숨겨진 인종, 성차별적인 시선을
새로이 알게 되고 관련된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면서

각기 다른 엉덩이에 대한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고
덜 수치스러워하고 조금은 당당할 수 있기를,
유독 커다란 엉덩이를 가진 사람의 뒤태를 보며
생기는 감정을 입에 올리지 않는
스스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 감정이 아닌가 싶다.

유독 엉덩이에 담긴 혐오감의 기원과 시작,
그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되고 나니
약간은 오래 묵은 시선과 편견을
털어낼 수 있게 된 것 같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회가 규정하고 정해놓은
청바지, 거들, 비키니 등에 몸을 욱여넣으며
그 욕망에 나를 맞추기 보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을 시작으로,
조금은 삐져나오고 다른 부피를 가진 내 몸을
수치스러워하지 않으며 저항할 수 있는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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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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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코가 운영하는
퐁(pont)이라는 이름의 카페,
여기에는 특별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무지개라는 뜻을 가진 '니지코'
그리고 다리라는 뜻을 가진 '퐁(pont)'
이 둘을 합치면 무지개다리라는 단어가 된다.

무지개다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눈물 버튼을 자극하는 그리움의 전설을 담고 있다.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들이
무지개다리 앞에서 주인이 언젠가
이쪽 세계로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그 마음 찡한 그리움의 전설을 이름으로 가진
퐁 카페는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공간이다.
이승과 저승 양쪽 모두에 닿아있다는
비밀이 숨겨져 있고,
카페이지만 사실은 고양이들을 통해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

이 카페에 방문한 사람들은
카페 내에서 고양이를 만날 수 없지만
카페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양이가 여럿 있다.

그들은 모두 이승을 떠나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들로,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이
'간절하게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사람'
에 대한 메모를 남기면
고양이들이 그 상대를 찾아 대신 만나고
그들의 답을 메모를 남긴 사람들에게
다시 전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그렇게 다섯 번의 임무를 완성하면
고양이들에게는 특별한 보수가 주어지게 되는데,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얼마 되지 않은
치즈 고양이 후타는 특별 보수를 위해
퐁 카페의 아르바이트에 지원해
다섯 개의 임무 완수에 도전하게 된다.

이 책은 고양이 후타의 임무를 따라
다섯 개의 사연으로 진행된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본인의 첫 개인전을
보여드리고 싶은 딸의 그리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이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부모의 그리움을,
헤어진 연인과의 이별을 후회하는
한 전직 가수의 그리움,

그리고 꼭 그리운 대상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받았던 상처로,
작은 일에도 상처받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은 마음을,

마지막은 '치매로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된 엄마와
옛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라는
딸의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우연히 임무에 성공하게 되어
'이런 식이면 다섯 번은 금방이겠어' 하고
쉽게 생각했던 고양이 후타는

태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아이의 영혼을 찾고
말도 배우지 못했을 아이에게
어떻게 그리움의 마음을 전할 것인지

처음으로 저승이 아닌 이승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난감한 미션에 봉착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어른이 된 의뢰인이
과거의 선생님을 만나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업무나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현세를 살고 있는 또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치매노인에게 기억을 되찾게 하고자 하는 게
가능할 것인가 하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복잡해지고 난해한
임무를 하나씩 해나가는 고양이의
저승 적응기랄까, 성장기는

단순히 '일의 노련함'을 쌓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임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을 읽어 내려가며
함께 이승에서 살았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 짙어지게 된 면에서
마음 찡하고 울컥한 포인트도 많았다.

결국 여러 어려움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고
그토록 꿈꾸었던 특별 보수를 획득하게 된
후타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카페 퐁의 주인인 니지코의 애정 어린 배려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간절한 바람을 그대로 녹여내지 않았나 싶다.

'떠난 이들은 사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라는
책의 서두처럼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리움의 대상에게 닿기 위해 애쓰는 그 마음은

꼭 동물과의 관계뿐 만 아니라
저마다 품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그리움이
후타의 임무를 통해 묘사되어
내 마음속에 간절하지만 삭여야 했던
존재에 대해 다시금 꺼내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또한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저승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혹여 괴롭거나 쓸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마음이 있었는데

책에서 보여준 따스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상상은
즐겁고 포근한 시선으로 저승의 세계를
떠올리게 도와준 것 같아서 참 고마웠다.

무지개다리의 전설을 믿는 사람들에게,
혹은 마음 한구석에 진한 그리움의 대상을
묻어둔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혹은 약간의 행복한 희망을 꿈꾸게 해줄
독서가 될 것 같다.

진한 그리움을 마음에 담고 있을
곁의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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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문장들 - 10년 차 카피라이터의 인생의 방향이 되어준 문장
오하림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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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한 문장의 글이 마음을 울리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하게 할 때가 있다.


그런 문장들을 캐내어 누군가에게 내밀 줄 아는

사람들의 감각을 볼 때면

'어떻게 이런 문장들을 발견해 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곤 한다.


이 책은 자신의 생일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의 감정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한

문장들을 모아두었다가 책으로 만들어

선물하는 한 카피라이터의 수집된 문장과

이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담은

누군가의 '수집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대단하고 어마어마한 기록은 아니다.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의 합'이라 해도 될 만큼

책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 중에,

혹은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발견하면

그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잘 담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는 것인데,


하지만 누군가는 구태의연하고 시시하다고 느낄

그 뻔한 문장들을 촘촘히 살피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해 무언가를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으로 만든

그녀의 노력을 어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분명 나 역시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의 한마디이기도 한

그 평범해서 지나치기 쉬운 문장을,


혹은 감동받았지만 그 순간뿐일 감정들을

작가는 보이지 않는 노력을 더해

꾸준히 모으고 이리저리 그 문장들을 굴려가며

나름의 기준으로 해석한 부지런함은

대강 쉬이 읽고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정성스럽고 가치있게 느껴졌다.


나 역시 광고를 전공하고

마케팅을 업으로 삼아왔기에

나름 일상의 평범함 속에 담긴 빛나는 가치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고 자부해왔음에도


글로서 브랜드의 철학과 제품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또 이를 특화하고 알리는 일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 선별한 문장'에

그만의 시선이 담겨있어

더 다채롭고 신선한 느낌에

약간은 질투가 나는 마음도 공존했다.

스스로를 위해 길어올린 문장 기록 습관이

아무리 좋아서 한 일이라 하더라도

꾸준히 지속한다는 데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성실하게

지키고자 애쓰는 매일의 노력은

'나도 해봐야지'한다고 해서 되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문장 수집에 대해 그녀는 말한다.

"가슴 사무치게 좋아하는 어떤 것이 있다면

멈추지 말고 그 마음을 더 깊게,

더 오래 이어나갔으면 한다.

그러면 언젠가 나만의 단단한 세계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라고.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무엇보다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마음들이 쌓이면 그것이 결국엔

나를 설명하는 가치관과 내가 되어

나만의 기준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는 지침이 되지 않을까 싶다.


평범한 문장들이 그녀를 이끌고 움직이게 했듯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계속해서 좋아하고 이어가는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봐야겠다는

다짐이 생기는 독서였다.


매일 쓰는 일기가 쌓이면 무엇이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한 사람의 역사는 된다고 했다.

그녀가 쌓아 올린 문장 수집의 기록들이

그녀의 삶을 이끄는 가치관이 되어주었듯,

나만의 취향과 방향을 단단하게 만들어

삶에 영향을 주고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받는

내일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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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의 사랑받는 아이였다 -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고유 지음 / 클랩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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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린 시절 성장과정에서
마음에 새겨진 상처들로 인해
오랫동안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엄마와의 감정 갈등,
오빠와 동생 사이에 낀 둘째로 태어나
혼자만 할머니 댁에 맡겨지는 등
이리저리 치이며 열등감과 소외감에 시달렸던 기억,

성인이 되어 이성을 사랑하고 결혼을 하며
비로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을 때 겪게 된
동생과 아버지의 이른 죽음으로
스스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었다'라고 고백할 만큼
나를 대하는 것이 너무나 서툴렀던 사람이다.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제대로 된
애정을 갖지 못했던 그녀는
늘 자발적인 '외톨이'로 지내며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혼자 마음을 삭이는 것에 익숙해지곤 했었는데

그 외로움에 지친 어느 날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싶어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코칭, 의미치료 자격증을 따며
깊어진 지식과 탐구의 시간 끝에
비로소 나와 나의 과거를 이해하고,
가족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먼저 사랑을 줄 수 있는
'썩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런 고백을 담아낸 이 책은
그녀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이자
포장하지 않은 회색의 못난 자신을 숨기지 않고
용기 있게 스스로를 제대로 마주한 거울 같은 글로,
자신의 경험은 물론 영화나 소설 등
매체 속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깊이 있는 접근으로 매료시켰다.

'왜 나는 늘 이럴까?'하며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작아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외로움의 온도를 느껴본 적이 있다면
특히 더 많은 공감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나를 가장 사랑하기로' 결심한
작가의 마음을 따라
✔ 나를 창피해하지 않기로 합니다
✔ 나를 좋아하기로 합니다
✔ 나와 타인에게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로 합니다
의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을 털어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고 아낄 수 있는 마음,
더 나아가 나를 충분히 사랑할 때
비로소 진정 타인에게 다정한 사랑을 베풀고
또 그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장점을 가지고
그것을 스스로 알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주변인의 사랑을 받고 자연스럽게 즐기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위기가 와도 이겨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자기에 대한 사랑이 차고 넘쳐
주변에까지 그 마음을 나누는 사람을 볼 때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내 모습이 눈에 띌 때가 많다.

나는 왜 저런 면을 가지지 못할까,
나는 왜 단점이 많고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까,
왜 나는 이렇게 못났을까 하고
'자기 비하'에 이르는 못난 마음을 만들어내며 말이다.

작가는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로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고민 속에 살고 있으니
이를 극복하고 함께 괜찮은 어른이 되자며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며
우리를 위로하고 이끌어주었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들어보지도,
또 부모나 가정, 사회에서
그런 사랑을 배워보지도 못했던 탓에
잘못된 방식으로 스스로를 대하고
그것이 결국 마음의 상처로 남아
우울증과 폭식증까지 이어지기도 했다는 고백,

그 속에서도 한걸음 나아간 그녀가
타인을 사랑하는 경험과 타인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게 되며 비로소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따스한 공감과 진한 울림을 주었다.

나에 대해 알고 싶지만
무엇부터 알아나가야 할지 모르겠는 현실 속,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라고
와닿지 않는 위로를 하는
수많은 치유 에세이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상처로 얼룩진 자신의 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과거를 과거에 놓아두는 연습을 통해
상처를 준 사람들과 화해를 하며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한 그녀의 이야기는
좀 더 실질적인 조언으로 와닿았다.

상처를 준 엄마가 그랬듯 엄마에게 화를 내다가
'엄마와 서로 닮았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식 웃음 지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 모습은
고상하고 우아한 '조언'은 아니었지만
되려 인간적이고 솔직해서 좋았고

그렇게 나의 단점까지 인정하고 드러내며
남에게 감추고 싶을법한 가정사라는
부끄러운 모습까지 사랑하게 된 경험은
'나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쳐 타인에게까지
사랑을 전하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과 가까운 사람이 된 것 같다.
꽤 괜찮은 어른이 아니라
꽤 멋진 어른의 모습으로 말이다.

가정에서의 '사랑'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쓸모 있는 사람'에 대한
강박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내었는데,

무리하는 습관, 사회적인 가면, 과도한 인정 욕구 등
사회적인 질병을 앓는 현대인들에게
작가는 어쩌면 지나치게 과감한 조언일 수 있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볼 것을 권한다.

쓸모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안 해도 되는 노력을 기울이고,
싫다고 말하지 못한 채 더 많은 일을 떠안고
거기에서 존재 의미를 확인하는 '가짜'에서
벗어나자고 말이다.

아무런 쓰임새나 기능 없이도
그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며
우리도 스스로 그런 존재가 되어보자며,
노력하지 않는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누가 사랑해 줄까 걱정하지 말자고.

우리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어떤 아이인가와
상관없이 존재 자체로 사랑받지 않았던가,
쓸모가 없었는데도
흘러넘칠 만큼의 사랑을 받았으니
의무감과 부담감을 내려놓고 그때로 돌아가
충만한 시간을 경험하며 매 순간 행복해지자는
메시지로 마무리되었다.

'사랑받지 못했다'라고 생각했던 과거도
이만큼 곱씹어 보면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했던
소박하고 소담한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그런 마음을 잊었던 나에게
'사실은 우리에게 있던 사랑으로 이만큼
나아갈 수 있었다'라는 깨달음은

스스로를 미워하느라 오롯이 나를
제대로 아끼고 사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주변에 항상 존재하던 사랑을 놓치지 않고
이제라도 붙잡고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다.

'서둘렀던 나를 보듬게 한 기록'이라는 표현처럼
책을 써 내려가며 자신을 보듬게 된
작가의 매일이 참 기특하고 대견하기만 하다.

마음 한편에 있었을 그 서투름과 외로움을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어루만지고 다독일 수 있었기에,
책을 덮으면서는
글을 마칠 때 느꼈을 작가와 같은 마음으로
미소 지을 수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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