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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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코가 운영하는
퐁(pont)이라는 이름의 카페,
여기에는 특별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무지개라는 뜻을 가진 '니지코'
그리고 다리라는 뜻을 가진 '퐁(pont)'
이 둘을 합치면 무지개다리라는 단어가 된다.

무지개다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눈물 버튼을 자극하는 그리움의 전설을 담고 있다.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들이
무지개다리 앞에서 주인이 언젠가
이쪽 세계로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그 마음 찡한 그리움의 전설을 이름으로 가진
퐁 카페는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공간이다.
이승과 저승 양쪽 모두에 닿아있다는
비밀이 숨겨져 있고,
카페이지만 사실은 고양이들을 통해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

이 카페에 방문한 사람들은
카페 내에서 고양이를 만날 수 없지만
카페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양이가 여럿 있다.

그들은 모두 이승을 떠나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들로,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이
'간절하게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사람'
에 대한 메모를 남기면
고양이들이 그 상대를 찾아 대신 만나고
그들의 답을 메모를 남긴 사람들에게
다시 전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그렇게 다섯 번의 임무를 완성하면
고양이들에게는 특별한 보수가 주어지게 되는데,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얼마 되지 않은
치즈 고양이 후타는 특별 보수를 위해
퐁 카페의 아르바이트에 지원해
다섯 개의 임무 완수에 도전하게 된다.

이 책은 고양이 후타의 임무를 따라
다섯 개의 사연으로 진행된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본인의 첫 개인전을
보여드리고 싶은 딸의 그리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이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부모의 그리움을,
헤어진 연인과의 이별을 후회하는
한 전직 가수의 그리움,

그리고 꼭 그리운 대상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받았던 상처로,
작은 일에도 상처받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은 마음을,

마지막은 '치매로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된 엄마와
옛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라는
딸의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우연히 임무에 성공하게 되어
'이런 식이면 다섯 번은 금방이겠어' 하고
쉽게 생각했던 고양이 후타는

태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아이의 영혼을 찾고
말도 배우지 못했을 아이에게
어떻게 그리움의 마음을 전할 것인지

처음으로 저승이 아닌 이승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난감한 미션에 봉착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어른이 된 의뢰인이
과거의 선생님을 만나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업무나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현세를 살고 있는 또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치매노인에게 기억을 되찾게 하고자 하는 게
가능할 것인가 하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복잡해지고 난해한
임무를 하나씩 해나가는 고양이의
저승 적응기랄까, 성장기는

단순히 '일의 노련함'을 쌓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임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을 읽어 내려가며
함께 이승에서 살았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 짙어지게 된 면에서
마음 찡하고 울컥한 포인트도 많았다.

결국 여러 어려움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내고
그토록 꿈꾸었던 특별 보수를 획득하게 된
후타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카페 퐁의 주인인 니지코의 애정 어린 배려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간절한 바람을 그대로 녹여내지 않았나 싶다.

'떠난 이들은 사실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라는
책의 서두처럼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리움의 대상에게 닿기 위해 애쓰는 그 마음은

꼭 동물과의 관계뿐 만 아니라
저마다 품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그리움이
후타의 임무를 통해 묘사되어
내 마음속에 간절하지만 삭여야 했던
존재에 대해 다시금 꺼내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또한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저승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혹여 괴롭거나 쓸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마음이 있었는데

책에서 보여준 따스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상상은
즐겁고 포근한 시선으로 저승의 세계를
떠올리게 도와준 것 같아서 참 고마웠다.

무지개다리의 전설을 믿는 사람들에게,
혹은 마음 한구석에 진한 그리움의 대상을
묻어둔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혹은 약간의 행복한 희망을 꿈꾸게 해줄
독서가 될 것 같다.

진한 그리움을 마음에 담고 있을
곁의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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