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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의 사랑받는 아이였다 -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고유 지음 / 클랩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여기 어린 시절 성장과정에서
마음에 새겨진 상처들로 인해
오랫동안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엄마와의 감정 갈등,
오빠와 동생 사이에 낀 둘째로 태어나
혼자만 할머니 댁에 맡겨지는 등
이리저리 치이며 열등감과 소외감에 시달렸던 기억,
성인이 되어 이성을 사랑하고 결혼을 하며
비로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을 때 겪게 된
동생과 아버지의 이른 죽음으로
스스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었다'라고 고백할 만큼
나를 대하는 것이 너무나 서툴렀던 사람이다.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제대로 된
애정을 갖지 못했던 그녀는
늘 자발적인 '외톨이'로 지내며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혼자 마음을 삭이는 것에 익숙해지곤 했었는데
그 외로움에 지친 어느 날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싶어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코칭, 의미치료 자격증을 따며
깊어진 지식과 탐구의 시간 끝에
비로소 나와 나의 과거를 이해하고,
가족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먼저 사랑을 줄 수 있는
'썩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런 고백을 담아낸 이 책은
그녀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이자
포장하지 않은 회색의 못난 자신을 숨기지 않고
용기 있게 스스로를 제대로 마주한 거울 같은 글로,
자신의 경험은 물론 영화나 소설 등
매체 속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깊이 있는 접근으로 매료시켰다.
'왜 나는 늘 이럴까?'하며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작아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외로움의 온도를 느껴본 적이 있다면
특히 더 많은 공감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나를 가장 사랑하기로' 결심한
작가의 마음을 따라
✔ 나를 창피해하지 않기로 합니다
✔ 나를 좋아하기로 합니다
✔ 나와 타인에게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로 합니다
의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을 털어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고 아낄 수 있는 마음,
더 나아가 나를 충분히 사랑할 때
비로소 진정 타인에게 다정한 사랑을 베풀고
또 그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장점을 가지고
그것을 스스로 알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주변인의 사랑을 받고 자연스럽게 즐기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위기가 와도 이겨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자기에 대한 사랑이 차고 넘쳐
주변에까지 그 마음을 나누는 사람을 볼 때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내 모습이 눈에 띌 때가 많다.
나는 왜 저런 면을 가지지 못할까,
나는 왜 단점이 많고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까,
왜 나는 이렇게 못났을까 하고
'자기 비하'에 이르는 못난 마음을 만들어내며 말이다.
작가는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로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고민 속에 살고 있으니
이를 극복하고 함께 괜찮은 어른이 되자며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며
우리를 위로하고 이끌어주었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들어보지도,
또 부모나 가정, 사회에서
그런 사랑을 배워보지도 못했던 탓에
잘못된 방식으로 스스로를 대하고
그것이 결국 마음의 상처로 남아
우울증과 폭식증까지 이어지기도 했다는 고백,
그 속에서도 한걸음 나아간 그녀가
타인을 사랑하는 경험과 타인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게 되며 비로소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따스한 공감과 진한 울림을 주었다.
나에 대해 알고 싶지만
무엇부터 알아나가야 할지 모르겠는 현실 속,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라고
와닿지 않는 위로를 하는
수많은 치유 에세이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상처로 얼룩진 자신의 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과거를 과거에 놓아두는 연습을 통해
상처를 준 사람들과 화해를 하며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한 그녀의 이야기는
좀 더 실질적인 조언으로 와닿았다.
상처를 준 엄마가 그랬듯 엄마에게 화를 내다가
'엄마와 서로 닮았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식 웃음 지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 모습은
고상하고 우아한 '조언'은 아니었지만
되려 인간적이고 솔직해서 좋았고
그렇게 나의 단점까지 인정하고 드러내며
남에게 감추고 싶을법한 가정사라는
부끄러운 모습까지 사랑하게 된 경험은
'나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쳐 타인에게까지
사랑을 전하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과 가까운 사람이 된 것 같다.
꽤 괜찮은 어른이 아니라
꽤 멋진 어른의 모습으로 말이다.
가정에서의 '사랑'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쓸모 있는 사람'에 대한
강박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내었는데,
무리하는 습관, 사회적인 가면, 과도한 인정 욕구 등
사회적인 질병을 앓는 현대인들에게
작가는 어쩌면 지나치게 과감한 조언일 수 있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볼 것을 권한다.
쓸모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안 해도 되는 노력을 기울이고,
싫다고 말하지 못한 채 더 많은 일을 떠안고
거기에서 존재 의미를 확인하는 '가짜'에서
벗어나자고 말이다.
아무런 쓰임새나 기능 없이도
그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며
우리도 스스로 그런 존재가 되어보자며,
노력하지 않는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누가 사랑해 줄까 걱정하지 말자고.
우리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어떤 아이인가와
상관없이 존재 자체로 사랑받지 않았던가,
쓸모가 없었는데도
흘러넘칠 만큼의 사랑을 받았으니
의무감과 부담감을 내려놓고 그때로 돌아가
충만한 시간을 경험하며 매 순간 행복해지자는
메시지로 마무리되었다.
'사랑받지 못했다'라고 생각했던 과거도
이만큼 곱씹어 보면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했던
소박하고 소담한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그런 마음을 잊었던 나에게
'사실은 우리에게 있던 사랑으로 이만큼
나아갈 수 있었다'라는 깨달음은
스스로를 미워하느라 오롯이 나를
제대로 아끼고 사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주변에 항상 존재하던 사랑을 놓치지 않고
이제라도 붙잡고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다.
'서둘렀던 나를 보듬게 한 기록'이라는 표현처럼
책을 써 내려가며 자신을 보듬게 된
작가의 매일이 참 기특하고 대견하기만 하다.
마음 한편에 있었을 그 서투름과 외로움을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어루만지고 다독일 수 있었기에,
책을 덮으면서는
글을 마칠 때 느꼈을 작가와 같은 마음으로
미소 지을 수 있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