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의 처음 만나는 고고학이라는 세계
강인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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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라 하면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넓게 펼쳐진 공간 위, 여기저기 땅이 파헤쳐 져 있고

여럿의 사람이 가만히 그 앞에 앉아

섬세한 붓으로 흙을 털어내고 유물을 캐는 모습.


이따금 뉴스에 등장하는 유물 발견 뉴스나

인디아나 존스 같은 영화 작품을 통해 접하게 되는

고고학의 존재와 이미지는

'과거의 흔적이나 사용했던 물건, 보물을 찾는'

탐구 행위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한창 이슈가 되었던, 춘천 레고랜드 부지에서

유물 터가 나오며 잠시 개발이 중단되었던 일이나

우리나라의 오랜 유물들이 전쟁과 약탈로 인해

외국의 박물관으로 팔려가 다시 우리나라로

반입할 수 없게 된 것 같은 이슈로

미디어에 언급되는 잠시를 제외하고는

고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일은 드물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고고학이 궁금해진 계기가 생겼는데,

여행지에서 방문한 박물관에서 마주한

고고학자들의 손놀림으로 찾아낸

과거의 어마어마한 유물을

눈으로 직접 마주했을 때 느껴졌던 경외심이

그 시작이 되었다.


그동안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 땅속에 파묻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던' 과거의 숨결이

고고학자들의 발굴과 해석으로 인해 비로소

우리가 마주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과거와 현대의 우리를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우리가 아는 과거와 관련된 학문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문헌 등을 통해 과거의 사람들이 직접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 내용을 찾고

이를 해석하는 역사학과

과거의 사람들이 일부러 남기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생활, 문화 등을 엿볼 수 있는

유적과 유물의 조사를 통해

과거의 삶을 해석하는 고고학이다.


이 중 문헌으로 남겨진 역사학의 경우에는

그 당시 사용했던 언어나 글을 알고

그 시대상을 추측할 수 있다면 해석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저 장소와 물건으로만 남은 과거의 숨결에

어떤 의미와 뜻이 담겨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고고학은

굉장히 매력적이면서도 그 과정이 고독하고

또 어려운 학문인 것도 같다.


이렇게 현대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과거를 쫓고

광대한 시간을 뛰어넘어 옛이야기를 찾는

고고학의 본질, 이를 찾고자 하는

고고학자들의 숙명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지금의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하던 찰나

여러 저서와 미디어를 통해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소개하는데 앞장서 온

강인욱 교수의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선사시대부터 청동기와 철기,

그리고 더 먼 시대를 건너

다양한 생활을 추측하고 삶 속 유물을 캐내어 내는

저자의 다양한 체험과 유물에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고고학의 본질과 의미를 되새기게 되면서

'옛것을 찾아내는 고루한 학문'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봤던 고고학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해 준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늘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더라도

유명한 왕릉이나 '보물'처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물건이 아니고서는 '그냥 토기네' 정도로만

생각해왔던 부끄러운 과거였다.


대단한 관광수입을 가져올 수 있는 건축 부지에

유물이 나왔다고 해서 모든 개발을 멈추고

'과연 이 유물을 캐는 것이 맞는 것인가'

갸우뚱했던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말이다.


꼭 지금이 아니라더라도

언젠가의 미래에 캐낼 수 있는 유물을

굳이 지금 꺼내서 해석하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쉬운

요즘의 '가치 중심, 물질 중심'의 시대에,


과거의 삶을 통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밝히고

그들이 기후와 환경에 적응해왔음을,

즉, '살아있음'을 밝히고자

본질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춘 그 우직한 발걸음은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렸을 때 매일같이 숙제로 쓰느라

별로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던 일기가,

시간이 지나고 펼쳐보았을 때

흐릿해진 기억 속 추억을 자극하고

또 그저 흘려보냈을 하루의 의미와 시간을

나만의 역사로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듯


책을 덮을 때 즈음에는 고고학에 대해,

누군가 일부러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더라도

과거의 생활과 삶을 쫓는 고고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그동안 정확히 알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기억하게 해주었기에

무엇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현대의 우리가 쌓아 올린 수많은 것들이

언젠가 땅 밑으로 가라앉게 되면,

지금의 고고학자들이 그래왔듯

후대의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미래의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의 삶을 유추하고 해석할 것이다.


끊임없이 과거를 쫓는 고고학자들의 손길 아래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시간에서도

우리는 미래의 그들과 만나 맞닿고

소통하게 되는 아름다운 만남을 이뤄내,

시대를 넘어선 소통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침묵으로 남겨진 과거의 파편들을 그러모아

그것을 현재와 더 나아가 미래로 연결하고자 하는

고고학자들의 노력은 그렇기에 그 어떤 것보다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렵지 않게 쉽게 풀이하는 저자의 노력으로

그동안 무지했던 고고학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어 의미 있는 독서였다.


지나간 것은 낡고 진부한 것이라 생각하며

마냥 미래를, 발전만을 쫓기보다는

과거를 통해 오늘과 미래를 연결하고자 하는

고고학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박물관의 유물 하나, 혹은 뉴스에서 마주할

유적지의 발견이나 개발 앞에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단단한 주관을 가지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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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기의 역학 TURN 3
설재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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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방 한 칸짜리 집을 얻으려 해도

월세며 전세 금액이 어마어마한 요즘 시대에

국가에서 진행하는 청년 임대주택 사업은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세에 비해 한참은 저렴한 금액의 보증금에

월마다 약간의 월세만 내면

최장 거주 기간 10년 동안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짜릿한 행복인지 모른다.

안 그러면 다달이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집세와

생활비로 인해 손에 쥔 돈을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하는 현실에 쫓기게 되니 말이다.


책 속 주인공인 아정도 마찬가지이다.

바닥을 자주 드러내는 잔고를 가진 소설가로,

30대 후반이지만 크게 모아둔 돈도 없고

그렇기에 가족들 사이에서도 늘 떳떳하지 못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중위소득 100퍼센트 이하의 청년에게만 주어지는

청년 주택 지원 사업에 당첨되어

투룸의 신축빌라에 입주하게 된 것.


번듯한 직장인이 아니라

'정상 사회인'으로 자립하기엔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았던 아정은

비로소 인생 그 어떤 시기에도 없던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만끽할 기대에 부푼다.


행복도 잠시, 그녀의 집에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도 없는 새벽 우르릉 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변기 물소리를 듣게 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변기 문제는

고여진 물이 말라 심한 악취가 풍기는

봉수 파괴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센터에 요청하지만

무책임한 공무원은 아정의 문제를 외면하고,

연간 시행되는 자체 평가에 의해

불량 입주자로 평가되면 퇴거된다는 원칙이 있기에

혹여나 밉보여 집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비참함을 꾸역꾸역 참으며 직접 윗집 입주자

이상기와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다.


위층 세대에서

계속 변기에 무언가를 버려 배수관이 막혀

봉수 파괴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아무리 찾아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윗집을 추적하던 중,

그가 등록된 세대원만 거주할 수 있다는

규칙을 어기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변기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자

이 사실을 빌미로 불법 거주자인

그의 어머니를 직접 붙잡고 대화를 시도하고,

윗집 거주자인 이상기와 가까워지며

노인의 소름 끼치는 비밀과 상기가 근무하는

회사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는데……


한겨레출판과 리디가 손잡고 론칭한

장르소설 TURN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인

《그 변기의 역학》은 현실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청년 임대주택을 배경으로

현실감 있고 공감 있는 소재를 담아

이야기에 더 쉽게 몰입하게 되었다.


나이는 먹었지만 충분히 자립하지 못하는

청년 아정의 모습,

딸에 대한 솔직하고도 기이한 가치관을 가져

감정 쓰레기통처럼 온갖 소리를 쏟아내거나

그녀를 옥죄는 엄마의 에너지는 물론

상기의 추천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마주한

따뜻한 것 같지만 묘하게 냉기가 흐르는

개인적이고 냉소적인 직원들의 대화나

무책임한 지원센터 공무원의 무심함까지


작가가 펼쳐낸 상상력의 세계이지만

이 현실과 아정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해

감정을 더욱 이입하게 하였는데,


그렇기에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쳐 방을 차지한

엄마로 인해 흔들리게 된

'자유롭고 여유로운 1인 가구의 삶'을 되찾기 위해

아정이 홀린 듯 선택하게 되는 '그 행위'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반인륜적인 금기임에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탄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랫집, 윗집과의 인간관계,

엄마와 함께 산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집에서 내쫓기게 된다는 공권력의 두려움,

당장 이만큼의 돈을 줄 수 있는 회사도 없으며

이곳을 나가면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벼랑 끝의 상황과 그녀를 아쉽게 만드는 돈은

그녀를 한계까지 내몰아 어쩔 수 없이

그 행위를 선택하게끔 만든 것 같아

서럽고 안쓰럽게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자기 엄마에게 이럴 수 있지?'

하고 이해가 가지 않던 윗집 이상기의 행동을

똑같이 반복하게 되는 아정의 모습은

'내가 마주한 고통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몸부림치고

버둥거리는' 나름 삶에 대한 발악으로도 보여

공포가 아닌 애잔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윗집 이상기와 아정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금기임에도

어느 순간 자연스레 그들의 편에 서서

'어떤 형태로든 그들의 삶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었고,


그 행위를 하면서 느끼는 마음속 망설임으로

결국에는 멈추기로 한 상기와

그럼에도 앞으로 더 나아가기를 선택한 아정

그 누구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또 비난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변기에 버린 무언가가 뭉쳐

나타나게 된 크리처는

소름 끼치는 두려움과 공포의 느낌보다는

상기와 아정 마음속에 담겨있는 본질적인 고민과

마음을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이들을 쫓아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알 수 없게 쫄깃해지는 긴장감과 음침한 즐거움,

그런 마음 안에 담긴 찜찜한 가책과

많은 여운을 불러일으켰다.


이상기의 추천으로 회사에 입사하게 되지 않았더라도

아정은 다른 형태의 행위라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처절한 상황까지 이어지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내몰리는 그가 처한 현실이

어쩌면 더 씁쓸하고 잔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늪으로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음에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떻게든 조용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아정이 되려 시간이 갈수록

더 큰 문제로, 감당할 수 없는 현실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게 되는 전개가


실존 불가능한 소재를 표현하고 상상해낸

판타지임에도 그 어떤 이야기보다 리얼리즘으로

다가온 독서였다.


책을 읽고는 자연스레 휴대폰을 들고

봉수 파괴 현상을 검색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서늘하고도 서러운 인물들의 어긋난 관계와

통념의 허를 찌르는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어낸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세대 간의 갈등, 현실의 청년문제부터 시작해

인간관계와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까지

많은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뒷맛이 가득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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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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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세상 그 무엇보다 끈끈함과 동시에

때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불통 그 자체이다.


나를 누구보다 믿고 사랑해 주는 존재이자

낳고 키워준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도는 마음이 들지만

그러다가도 한순간 쏟아지는 잔소리나

'이런 엄마가 어디 있니' 하면서

라떼는 말이야, 하는 타령을 하는 엄마를 볼 때면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날도 참 많았다.


한창 입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던 고3 시절,

0교시부터 시작해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나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야말로 몸과 마음 모두 녹초가 되곤 했다.


하루 종일 갑갑하게 입고 있던 교복 대신

편안한 옷을 입고 늘어지고 싶고,

책상 앞 의자에 종일 앉아있느라

퉁퉁 부어있는 다리의 피로를 풀거나

눈이 아프고 시리도록 쳐다보던

책과 문제집 대신에

친구가 보낸 메일을 보거나

인터넷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야속하게도 그때의 엄마는

"무슨 애가 고3이면서 집에서 공부를 안 하니?"라며

마음에 비수가 되는 말을 했었고

"학교에서 내내 공부하고 왔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면

"공부에 끝이 어디 있니?"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대학을 가려고 그러냐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혀를 차고 홀겨보는 통에

마지못해 책상 앞에 앉게 만들고는 했었다.


모든 일이 서로의 입장이 되어봐야

혹은 내가 직접 겪어봐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

뒤늦게 못다 한 학업을 이어가며 엄마는

이제야 그런 말을 한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만 해도 너무 힘들구나.

눈도 아프고 계속 보고 있는다고 책에 있는 게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엄마 근데 우리 고3 때는 이랬었잖아 하면

푸념 아닌 푸념을 했더니 기억도 안 난다는 듯

"내가 그랬니? 몰라서 그랬어." 하며

뒤늦게 미안한 표정을 짓곤 하는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때로 서운하고 서러웠던 기분을,

아무것도 모른다며 마음의 문을 닫았던 과거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은 나와 엄마처럼,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의 평행선을 가진

한 모녀가 특별한 일주일의 시간으로

서로를 비로소 이해하고 보듬게 되는

마음 따뜻한 기적의 순간을 담았다.


2023년의 중학생인 윤슬이는

별것 아닌 일로 엄마와 다툼을 하게 된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낯선 풍경 속으로 이동하게 된다.

엄마 최수일이 중학생이던 1993년의 어느 날로.

반대로 엄마는 남편을 데리러 운전을 하다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냈는데 깨어보니

딸의 몸을 가진 자신을 마주한다.


어떻게 해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며

서로의 몸으로 서로의 시간을 살게 된 모녀는

일주일 동안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의 삶을 살아보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며

꼬인 시간 속 각자가 가진 문제의 매듭을 풀어내고

서로에게 가진 오해를 풀며,

동시에 서로를 향해, 진심을 향해

과거와 미래에서 각자의 자신을 기억하고

기다리며 그리워한 이들을 향해 달려나간다.


사실은 누구보다 서로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며

필요로 하는 엄마와 딸이

오해로 소원해졌던 최절정의 순간,

자신의 삶으로 서로를 소환하며 공감하게 된

특별한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추억여행을 하듯 1993년의 엄마 최수일의 10대,

이해하기 힘든 2023년 딸 강윤슬의 10대를 쫓아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살펴보며

청소년기 별것 아닌 일들로 울고 웃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던 과거의 추억도 떠올랐고,

요즘의 '어른보다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청소년들의 삶을 보며

애잔한 안타까움과 예민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헤아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만약 내가 엄마의 10대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엄마의 얘기를 통해 들었던

먹고 사느라 치열했던 그 시절,

가정 형편과 상황으로 여의치 않았던 현실 속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엄마의 소녀 시절을 과연 내가 감당하고

또 살아낼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엄마의 과거로 가게 된 딸 윤슬이

다시 돌아올 엄마를 위해 연습장에 써 두었던 말처럼,

나 역시 그 시절의 엄마에게 한마디 말을 남길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줄까 고민하다 보니

'나중에 다 잘 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문득 엄마의 삶에 꼭 미래의 내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 그런 따스한 말 한마디를 해주었더라면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을까

혹은 더 용기 있게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각각 다른 시간이지만

각자의 시간이 서로에 영향을 주며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라고,

때로는 과거에 몰랐던 의미를 미래에 깨달으며

멈춰있던 혹은 닫혔던 과거의 시간이

비로소 제대로 흐르게 된다는 메시지가

'지나갔으니 어쩔 수 없지' 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늦게라도 지나친 마음을 후회 없도록

붙잡고 바로잡는 용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와 현재의 타임슬립이라는 소재,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기에

그렇게 해서 서로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

사랑하고 아껴주며 믿어주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듬뿍 담아낸 이 이야기가

되려 '실제로 그럴 수만 있다면' 하는

간절함으로 와닿게 된다.


한 번쯤 엄마도 읽어보았으면

그리고 한창 사춘기를 맞아 투닥거리는

언니와 조카가 서로를 생각하며 읽어도

참 좋겠다 싶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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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 - 나답게 살기로 한 여성 목수들의 가구 만드는 삶
박수인.지유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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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것에 대한 감정은

'물건' 그 이상으로 넘치는 애정을 듬뿍 담게 된다.


하나의 물건을 만들기까지

몇 번이고 손을 보고 일일이 매만지며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던

경험의 시간들이 모두 들어가 있기에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따스함이 한가득 묻어난다.


여기 그렇게 인생을 꾸려 나가는 두 여자가 있다.

'목수'라는 직업을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수염이 덥수룩하거나 톱밥을 뒤집어쓰고

쉬는 시간에는 잠시 밖에 나가 담배를 태우거나

무거운 목재나 가구를 들기에 체격도 좋고

우락부락한 이미지의 남자를 떠올리게 되는데,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목수의 이미지에

여성이라는 성별을, 거기에 두 여자가 운영하는

목공방의 이야기는 생소하면서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은 정성스럽게 만들어가는 가구처럼

나무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일을 즐겁게 '함께'하며

자신들의 삶을 따스하고 씩씩하게 이끌어 나간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단단한 결심으로

시작한 일은 처음부터 편견 어린 시선에 부딪혀

마음과 달리 녹록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前 직장동료이자 룸메이트로서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토닥이며

함께 힘을 내어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이를 業으로 삼다 보면 부딪치는 현실의 벽으로

마음이 사그라들기 마련이거늘

예상치 못한 사건들 앞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고

단 하나도 똑같지 않고 깎아 나가는 대로

다양한 모습과 두께를 가지게 되는 나무처럼

자신들만의 인생을 만들고 성장해 나갔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지만

'왜 지금 와서 이 일을 하려고 하세요?'라는

물음에도 굴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쫓는 용기 있는 결단력은


책을 읽는 나에게도

'그래, 나도 뭘 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야.

지금도 뭐든 시작할 수 있어.'

하는 용기의 메시지로 다가왔고


가구를 만들며 브랜드를 키우고

돈벌이 수단으로 '직업인 목수'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70대에 백발이 되어서도 비니를 쓰고

나무를 다듬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로망,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가구에 담아낸 의미와

섬세한 이유를 발견해낼 줄 아는

사람들과 가구로 소통하면서

그런 소중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기특한 마음은 '일'을 바라보는 시각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했다.


나 역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언니들과 '함께'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일하고 있기에

일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순간,

각자의 다른 일 하는 스타일로 힘들었던 점이나

실수나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익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물리는 톱니바퀴가 되기에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이 가족도 아니고

직장 동료로 만난 그녀들의 유대와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섬세한 마음,

그리고 함께 잘 헤쳐나가고 싶은

그녀들의 모습에서는 내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참고하고 배워야 할 자세들이 많아

몇 번이나 되새기고 메모해두었는지 모른다.


"가구를 만드는 일처럼

오롯이 내 두 손으로 만드는 삶을 살기로 했다."라는

작가들의 결심처럼 일과 삶을 함께하며

만지고 깎고 다듬는 시간 속에서

길어올린 돈 그 이상의 시간과 가치는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일을 바라볼 것인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제대로 고민하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쉽지 않았던 시작과 도전이 분명

글로 적어낸 것보다 더 어렵고 막막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시간들 중간중간

캠핑의자를 펼치고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믹스커피 한 잔에 털어낼 줄 알고,

터진 수도관을 수습하고 불어 터진 목재를 버리면서도

툭 털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녀들의 단단하고 심지 있는 마음을

나 역시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무거우면 같이 들면 되지!' 하고

서로 함께하는 어른 여성들의 성장기는

나이를 떠나 모든 일의 시작 앞에 망설이는,

혹은 좋아하는 일 앞에 현실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기 있는 메시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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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김의 심리학 - 정신의학 전문의의 외모심리학 이야기
이창주 지음 / 몽스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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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 중 하나는

성별과 나이를 떠나 모두에게 '외모'일 것이다.


연예인이나 배우, 모델처럼 외모가 하나의 능력으로

業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소소하게는 면접을 비롯해 소개팅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외모가 주는 이점이 크기에

누구나 할 것 없이 꽤나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대단한 외모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작은 키나 스스로를 바라보며

아쉬운 부분들을 보고는 때로는 위축되고

또 속상한 마음에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다.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고

다짐을 하면서도 인터넷에 유행처럼 떠도는

표준 몸무게, 미용 몸무게 등을 들여다보며

이왕이면 미용 몸무게에 가까워지고 싶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하곤 한다.


한창 더 얇고 짧은 옷을 입게 되어

부쩍 더 외모 스트레스가 커지는 계절인 여름,

이런 외모 스트레스의 원인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궁금하던 찰나


몽스북에서 정신신체의학 전문가이자

과거 외모 스트레스로 고통받았던 경험이 있는

이창주 선생님의 책 《못생김의 심리학》

가제본을 보내주셨다.


이번에 받아본 가제본에서는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담긴 들어가는 말부터,

정신과 의사가 외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못생김은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라는

1-2장의 이야기를 발췌하였다.


책의 서두에서는 전두 탈모로 고생했던

본인의 과거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또 그런 외모 스트레스를 치료적인 측면에서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못생김'을 바라보는 우리의 닫힌 시각을

새로운 측면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이 되는 내용들을 담았다.


여태까지 외모 스트레스는 '못생겨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그 '못생김'의 기준 역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느끼는 상대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신체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형성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외모 스트레스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신체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 역시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 소속 문화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가진 신체상을 부정적으로 물들일 수 있는

주범인 이러한 요인들이 유래한 사고 오류를 교정해

신체상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제안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외모 스트레스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타인이나 사회, 미디어가 규정하는

고정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뇌가 보내는 비교 신호 아래 나를 평가하지 말고

부당한 비교 경향을 바로잡아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때

결과적으로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외모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발걸음 임을 알 수 있었다.


마음속 깊이에 자리 잡고 있던

외모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객관적인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의 시각에서 비롯되어

내가 스스로 규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라는 본질을 알게 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


외모 스트레스로 인해 위축되는 마음을 넘어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이자 제대로 이 감정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 마음의 진실을 열어보니 한결 후련해지고

이제 제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그 마음을 깨닫고 나니

가지고 있던 외모에 대한 고민은 물론

왜곡된 생각의 가지치기로 이어지는

책의 뒷부분이 더욱 기대되어

꼭 완독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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