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
이영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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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으로 꽤나 짬밥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연하게 판매처는 '당연히 한국 내에서만'이라는
테두리를 둘러놓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따금 애매한 한국어나 영어로
나는 중국에 있는, 혹은 대만에 있는 업체인데
너희 물건을 도매로 사고 싶다며 말을 걸어올 때면
"우리는 한국 내 배송만 가능하니,
국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주소가 있다면 주문하세요."
하는 식으로 에둘러 주문을 끊어내기도 했다.

괜히 혹여나 돈을 못받게 되거나 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지는 일이 생길까봐 무서워
애초에 그 시작의 싹을 잘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의뢰가 들어오는 텀이 조금씩 짧아지면서
중국시장이나 인접한 일본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찰나에
좋은 기회에 한국, 중국, 일본 3국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시장이 다르지만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몇 건의 중국주문 건들을 보며 각 나라의 시장상황이나
상인들의 '사업'을 임하는 태도가 꽤 많이 다르다는 걸
나도 직접 경험을 통해 몇 차례 체감하기도 했지만,
책속에 담긴 각 나라 상인과 관련된 속설과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읽어보며
그제야 비로소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다가도
막상 원하는 것을 다 얻고나면 모르쇠로 일관하며
돈과 이익 앞에서는 만만디가 사라지는 중국상인,

목적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도 하며
상인에게 안심을 준 후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아
상대가 이 방식대로 따를수 밖에 없게끔 하는 일본 상인.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어디까지 이들의 말을 신뢰해야 하며,
또 그들의 속임수나 잔꾀를 피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직접 이를 겪어낸 작가의 경험은 그 어떤 조언보다 솔직하고
마음 가까이에 와닿았다.

꼭 중국, 일본 시장 뿐 아니라 '상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어떤 마인드로 접근하고 대처해야 할지
다양한 사례와 표현으로 잘 설명되어 있어
어떤 면에 있어서는 '상인을 위한 바이블'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고,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 의도와 속내가 파악되지 않아 난감했던 상황,
분명 관심을 보이다가도 어느순간 잠잠해져 이해가 안 가던
그들의 행동이 책을 읽고난 이제서야 비로소 이해가 간다.

나라별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장사를 하는데 이토록 중요한 것임을,
겉으로 드러나 있는 대화의 표면적인 의미 뿐 아니라
그들이 감추고 있는 속뜻을 짐작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배웠다.

이 책을 진작 알았더라면
좀더 내 사업에 유리한 쪽으로 현명하게 이용하고
주도권을 이끌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기회에서는 이 독서를 발판삼아
좀더 여유있게 그들의 '상술'에 담긴 진짜 의미를 파악해
꽤 괜찮은 '장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든다.

이 모든 것을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겪어가며 깨우친
작가의 노력 덕분에 귀한 인생의 진리를
쉽고 빠르게 익힌 기분이 드는 감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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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형 인간의 하루 - 찰나의 영감이 최고의 콘텐츠가 되기까지 필요한 습관
임수연 지음 / 빅피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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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라 하면 어떤 방안이나 물건 따위를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어떠한 미적 대상으로부터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내적 이미지를 객관적인 형식으로 정착시켜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일컫는다.

창의성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창작은
그렇기에 참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여기, 창작을 본인의 業으로 삼아
찰나의 영감을 최고의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이들은
각기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결국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각 분야 7명의 크리에이터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일상 루틴과 작업 방식,
기록과 수집법부터 시작해 작업에 몰입하는 방법과
무기력이나 좌절, 불안 등에 대처하는 태도를 살펴 보며
'내 삶을 발견하고 만드는'데 좋은 자극이 될
인생관이자 동기부여를 담았다.

이 책을 펼쳐보게 된 데에는
나 역시 부끄럽지만 창작을 業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

기존에 있는 것 말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창작에서의 고통을 나 역시 공감하고 있기에,
일상에서 영감을 찾고 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그 힘과 아이디어가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진짜 고수들에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만 해도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 PD, 소설가, 영화감독,
뮤지션이자 배우 그리고 미술가,
다큐멘터리 PD, 제작자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만날 수 있는 직업이 아닌
독특한 그들의 직업과 환경 자체가
평범한 우리의 일상과 다를 수밖에 없으니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자극을 받아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그들 역시 가정과 육아를 병행하거나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출근해 일을 하고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본인이 맡은 일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헤매고 두드리며 끝없이 다양한 도전을 해보는'
밀도 있는 노력이 그들의 매일에 쌓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창의적'인 결과물만을 볼 때는
단순히 타고나거나, 혹은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업무 환경에서 쉬이 얻어지는
아이디어라 쉽게 생각했었는데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일상을 털어내고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생활 루틴을 만들고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등
부지런한 노력으로 매일을 쌓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게 되며
나 역시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서
타인의 창작에 대해 쉽게만 생각했던
안일한 마음이 부끄러워 졌다.

확신없는 창작의 과정 속에서
매일같이 깊고 얕게 오르내리는 파도를 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도 일과 나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법,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는 법,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등
자신만의 주관으로 흔들림 없이
내 것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크리에이터들의 심지있는 모습에 감탄과 자극을 받기도 했다.

그저 흘려보내면 그만일 하루하루에
할 수 있는 작은 최선을 다해
매일을 진심으로 쌓아간 결과로
'창작형 인간'이 되었음을 담담히 읊조리는
그들의 메시지를 통해
'창작형 인간'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쉬운 듯 보이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나 또한 그들이 쌓아온 것과 같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좀 더 좋은 창작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고,
누구 한 사람에게만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창작형 인간의 하루를 통해
이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지금부터라도 더 충실하게 나를 지키고
흔들리지 않는 내 것을 만들 수 있게
매일을 더 다듬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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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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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창 일 속에 파묻혀 있다 보면 휴식이 절실해진다.
이 힘들고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먼 곳으로 떠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은 건 모두 그럴 터.

나 또한 몇 주 째 이어지는 주말 출근과 야근에 지쳐
오매불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드디어 그런 시간을 갖게 되었으나 그렇다고
대단한 여행이나 외출을 단행하는 것은 아니고,
읽고 싶었으나 바빠서 펼쳐보지 못한 책 몇 권을 들고
방 한켠 편한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거나
도서관의 한적한 자리를 찾아 책을 펼치는 게 전부다.
혹은 미루어두었던 포스팅을 쓰거나,
작업실에 가서 나중에 필요한 제반 작업을 하기도 했으니
누가 보면 이게 무슨 휴식이야 싶을 것이다.

이토록 '쉰다'라고 대단한 듯 결심을 해놓고도
제대로 쉴 줄 모르는 내가 우스워 피식하다가
그 휴식의 시간에 펼쳐든 책에서
'나 같은 사람 여기 또 있네.' 하며 동질감을 느꼈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믿음에 대하여》라는
전작을 통해 호쾌하면서도 재미있는 글로
나에게 '믿고 보는 작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
박상영의 신작 에세이다.

이 책은 제대로 쉬는 데 영 소질이 없는 박상영의
‘쉼’과 ‘여행’에 관한 기록한 책이다.
1부는 광주, 강릉 등을 여행하며 20대 시절 힘들 때마다
유럽과 뉴욕으로 도망치듯 떠났던 추억들을 회상하고,
2부에서는 슬럼프 극복을 꿈꾸며 찾았던
제주 최남단의 섬 가파도에서의 이야기를,
3부는 여행 예능 도전기와 그에게 삶의 쉼표가 되어준
‘사람’ 이야기까지, 그의 삶에 존재했던 쉼의 전부를
담아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읽어온 그의 작품의 영향인지
박상영 작가에 대해 굉장히 털털하고 수더분한
그러면서도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으로,
일을 할 때도 고민 없이 쉽고 과감하게 글을 써 내려가고
쉴 때는 확실하게 일에서 벗어나 자신을 내던지는
워라밸이 확실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대도시의 워커홀릭인 그는
온전한 쉼에 이르지 못하고 헤매는
유약한 현대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휴식과 충전을 벼르고 들어간 가파도의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끝없는 벌레와의 전쟁이
이어지는 곳으로 때때로 태풍에 발이 묶이는가 하면
지긋지긋한 불면증으로 낯선 방에서 잠을 설치기 일쑤다.
하필 친구들이 방문하는 날 나타난 코로나 증상으로
20여 분을 걸어 PCR 검사까지 받았던 일은
그나마 가볍게 웃을 수 있는 해프닝이다.

도통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그 쉼에서도
그는 매번 코앞에 다가오는 마감을 마주하고,
어찌어찌 글쓰기를 이어가는 속에서
그럼에도 또다시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꿈꾼다.

그의 시간을 따라 전국 이곳저곳, 그리고 타국까지
타인의 시선으로 담은 다양한 여행지를 다녀오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울살이가, 글쓰기가, 삶이 버겁다는 이유로
매번 그는 어딘가로 향하고,
완벽한 여행과 휴식에 끝내 실패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아프고 탈이 나는 예민한 컨디션의 소유자이자
유리 멘탈인 그이지만,
곁에 늘 있어주는 든든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비록 완벽한 100퍼센트의 순도를 가진 휴식이 아니라도
그를 충분히 충전시켜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가 일상의 빈틈에서 채워나간 그리고 앞으로 채워나갈
소소한 휴식은 다시 삶을 내달릴 수 있는 힘이 되기도,
잊고 있던 마음과 감각을 되찾아줄 테니
그 순도를 따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작가는 이 여행의 기록을 갈무리하며 마지막에
다시 한번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은 누구보다 열렬히 생을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며 또 다른 여행과 휴식을 꿈꾸는 포부로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제대로 쉴 줄 모르는 자신에 대한 고백을 시작으로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여행 이야기를 따라가며
특유의 유쾌하고 즐거운 유머 코드에 웃기도 하고,
마감에 쫓기고 스스로에게 가진 강박과 불안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그에게 연민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행 이야기를 담았어도 끝끝내 책의 말미에서조차
그는 여전히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실은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어떤 형태 로든의 '휴식'을 통해
다시금 일상을 살아낼 힘과 양분을 얻고,
열심히 생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그의 여행기가
실은 모두가 여행을, 휴식을 꿈꾸는 이유를
제대로 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긴 격무를 끝내고 쉬며 펼친 책 속,
그 안에 담긴 그의 여행을 따라 절로 마음이 편해졌다.
휴가 속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애씀으로
책을 읽는 나의 휴식이 완벽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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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리학 카페 -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되찾는 29가지 마음 수업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클랩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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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일곱 살에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뒤
탁아소에 맡겨져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른이 된 이후에야 비로소
온전히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며 행복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갑작스레 뇌출혈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게 되며
그녀는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된다.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매일을 보내던 그녀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용기 내어 자신에게 닥친
이 고통의 깊은 늪으로부터 빠져나오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정신분석 치료와 심리학.
10년여의 긴 시간 동안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자신의 상처와 우울을 제대로 마주했고,
마침내 그 끝에 자신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이끌게 된다.

스스로의 상처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녀처럼 마음이 아픈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심리학자로서의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 책을 쓴 작가 모드 르안으로,
프랑스 파리의 한 지하 카페에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심리학 카페를 열고
마음에 상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책은 그녀가 심리학 카페를 운영하며 만난
5만여 명의 심리 상담 내용을 하나로 모아
현대인들이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끌어안고 있는 문제를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한
처방전을 담아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무탈하게 평범한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도
유난히 어떤 날에는 마음이 지쳐 힘든 날이 있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던
일과 사랑, 인간관계에서의 뾰족한 상처가
하루는 너무 크게 다가와,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프다' 표현하지 못한 채 속마음을 외면하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한 가면을 겉으로 드러내는
그런 날 말이다.

이 책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그런 날
일상, 상처, 사랑, 인간관계, 인생에서
우리가 쉽게 가지는 고민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고 마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언과 위로의 말을 건넨다.

혼자 있을 때조차 마음껏 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결정하는
상처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설령 그 사람이 부모일지라도
당신을 상처 주게 하지 말라는 단호한 조언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해
스스로를 형편없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당신은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며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에도 분명 힘이 있다고
따뜻하며 잔잔한 마음을 건네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통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인생에 완벽한 선택은 없지만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니,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때로는 멈추어 쉬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인생 선배 같은 마음까지 담았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자신의 카페를 방문한
한 손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이젠 이곳에서 잠시나마 실컷 울고 가셔도 됩니다."

그 말 한마디에서
어딘가에 기대어 어려움을 토로하고 도움을 받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였던 자신의 마음을
모두 헤아려준듯해 눈물을 쏟았던 손님의 사례처럼,

책을 몇 장 넘겼을 뿐인데 나의 속내를 모두 꺼내어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공감받는 듯한 기분에
한참 울고 난 뒤의 개운함 같은
알 수 없는 후련함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른 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내가 이렇게 말하면 타인이 상처받을지,
사실은 나도 힘들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칠까 두려워
크고 작은 형태로 다가오는 상처와
뾰족한 마음의 생채기를 외면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은 나였는데

이렇게 일상, 일, 사랑,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다양한 형태의 마음에서 오는 고민들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책의 첫 장을 펼칠 때만 해도
내 얘기를 하는 듯 전부 공감이 되어 뜨끔하던 마음이
책을 덮을 때쯤에는 '이제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단단한 결심으로 마무리된다.

나의 삶과 내 인생인 만큼
누구 보다 내 마음에서 내는 불안과 고민에
제대로 귀 기울여 외면하지 않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가져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세상이 뭐라 하든 휘둘리지 않고
당신을 지킬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사람이 아닌,
그저 당신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입니다."

삶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그 삶을 살아가는 나의 권한이다.
타인의 기준과 잣대에 맞춰 그들이 채워 넣은
인생을 살면 진짜 내 인생이 될 수 없다는
작가의 메시지가 마음에 울린다.

내 삶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
스스로 고민해 결정하는 주체적인 노력으로
'진정한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 번씩 멈추어 서서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흔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없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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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 낯선 곳에서 나 혼자 쌓아올린 괜찮은 하루하루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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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이자 에세이스트로
수짱 시리즈 등을 통해 그 이름만으로도
최고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마스다 미리.

스물여섯 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오사카에서 도쿄로 상경해 벌써 28년째
'나혼산'의 삶을 살고 있는 싱글 여성이다.

유명인들의 혼자 사는 집과 생활을 소개하는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 덕에
독립생활에 대한 로망과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니
더없이 큰 기대로 펼쳐보게 되었다.

30대이지만 학창 시절을 포함해
대학생 시절에도 집에서 통학을 했고,
완연한 어른인 지금까지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나만의 취향이 담긴 내 집'에서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
실제 겪어보지 않았기에 참 궁금하던 찰나였다.

독립생활이라고 하면 마냥 자유롭기만 하고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기만 할 것 같았는데
그 안에 담긴 나름의 고독과 외로움,
낯선 곳에 혼자 동떨어져 있다는 쓸쓸함이라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새삼 알 수 있었다.

본가에서 한참 먼 곳으로 터전을 옮기는 그 시작부터
아직 고정된 직업이 없는 그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찌어찌 작고 소박한 상점가 앞 멘션,
낡았지만 볕이 잘 드는 그 집에 처음 들어선 날
'바로 이 집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으리으리하지는 않지만 그 소박한 집에서
오히려 포근함과 안도감 같은 걸 느꼈으리라
글을 통해서나마 인생 첫 '혼자 사는 집'을 맞이한
작가의 기분을 짐작해 보았다.

낯섦으로 시작하는 타향살이,
나였다면 '어서 직장을 구해서 안정된 삶을 살 거야' 하고
부담 어린 생각에 사로잡혔을 텐데
그녀는 특유의 느긋함과 태평함으로
냉동실 속에 쟁여둔 맛있는 빵 하나와
푹 자는 낮잠에 행복해하며
새로운 도화지를 선물받은 아이처럼
미래를 내 손으로 하나하나 색칠해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온통 삶을 채워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방범을 위해 남성용 트렁크 팬티를 하나
베란다에 널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아래층으로 번진 누수에 사과하러 가는
쩔쩔매는 사건들을 처리하기도 하며
점점 혼자 살아가는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기댈 곳 없이 상경해 오로지 혼자 힘으로 사귄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독하지만 외롭지만은 않은 이 도시에서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기분,
한편으로는 가족과 떨어지기 싫은 기분.
그 양가의 기분 속에 결심한 독립생활에서
그녀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비로소 '진짜 나'를 스스로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쌓아간 스물여덟 해의 생활이
지금 발표하는 작품마다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녀의 기억을 따라 스물여섯 살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혼자 사는 삶을 엿보며 독립생활에 대한 대리만족,
겪어보지 않은 그 안에 담긴 희로애락을
이렇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었다.

혼자 사니까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고 챙겨야 한다,
내가 가장이자 보살펴야 할 대상이라는 책임감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꾸려가며 비로소 찾은
본인의 모습이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것은
어쩌면 긴 시간 애써온 노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마음이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낸 반 년여,
그 시절의 한마디를 지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러스트 영업을 위해 출판사를 오가는 그녀.
얼핏 태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간절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자신을 기억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한편으로는 애잔하고 일명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픈)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환상은 이만큼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혼자인 삶'을
제대로 체감하고 생각해 본다.

짐짓 어설프게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 도시살이,
평온하게 매일을 잘 살아내는 듯싶지만
이따금 한 번씩 찾아오는 고독과 걱정스러움.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나'라는 결과물이
한 번씩 얼마나 애틋하고 기특하게 느껴질까 싶다.

이제는 척척 익숙하게 나만의 호흡과 리듬으로
오히려 더 익숙한 도시생활.
그녀의 성장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인생 흐름과
설렘, 위로, 한 조각의 위로가 스며든다.

독립생활의 좌충우돌을 보며 피식 웃으며 시작해서
한 사람의 인생의 시간을 엿보며 마음이 몽글해졌다.
그녀의 시간을 따라 혼자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계속해서 나를 알아가고 나와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배웠다.

마냥 단꿈 같게만 느껴지던 독립의 현실과
그로 인해 성숙해질 스스로에 대한 모습까지
또 다른 의미로 독립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더 가지게 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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